[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회초 볼넷으로 출루해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7경기 연속 안타에 타점까지 신고했다. 무엇보다 땅으로만 가던 타구가 이젠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그 결과 멀티히트를 작성했고 팀의 승리도 이끌었다.
이정후는 1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 활약하며 팀의 4-3 역전승을 견인했다.
7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이어간 이정후는 시즌 타율은 0.242에서 0.258(62타수 15안타)로 끌어올렸다. 출루율(0.290)과 장타율(0.323)도 각각 0.311, 0.333으로 올랐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644.
지난 10일 워싱턴 내셔널스전 이후 4경기 만이자 올 시즌 5번째 멀티히트를 작성한 이정후는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2타점) 이후 무려 13경기 만에 타점도 올렸다.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 샌프란시스코의 선발 라인업.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정후(중견수)-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마이클 콘포토(좌익수)-맷 채프먼(3루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패트릭 베일리(포수)-닉 아메드(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투수는 카일 해리슨.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상대 선발 에드워드 카브레라와 만났다. 1구 포심 패스트볼을 흘려보낸 이정후는 2구 존으로 들어오는 커브를 걷어냈다. 0-2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이정후는 3구 볼, 4구 파울, 5구 볼로 최선의 타격 기회를 기다렸다. 6구 시속 97.1마일(156.3㎞) 강속구가 바깥쪽 구석으로 들어왔지만 이정후의 밀어친 타구는 중견수 방면으로 빠르게 뻗어나갔다.
첫 타석부터 발사각 13도, 타구 속도 96.9마일(155.9㎞)의 하드히트로 중전안타를 장식했다. 이 다음 장면이 아쉬웠다. 국내에서와 달리 빠른 발로 호평을 받은 이정후는 전날에 이어 다시 한 번 도루를 시도했다. 1사에서 2루를 향해 힘차게 스타트를 끊었는데 아웃판정을 받았다. 비디오 판독을 활용해 볼만한 상황이었으나 이정후는 아쉬움을 품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2회말 아비세일 가르시아의 솔로포를 맞고 오토 로페즈, 루이스 아라에즈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위기에 몰린 샌프란시스코는 브라이언 데 라 크루즈에게 2타점 2루타를 맞고 0-3으로 끌려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왼쪽)가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1회초 안타 후 2루 도루 중 루이스 아라에즈에게 태그 아웃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1구 바깥쪽 커브를 지켜본 이정후는 이후 존을 빠져나가는 공에 방망이를 참아냈다. 1사에서 솔레어의 안타로 3루까지 도달한 이정후는 콘포토의 우전안타 때 홈을 밟았다. 시즌 8번째이자 4경기 득점을 이어갔다.
5회초엔 2사 1루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이정후는 팀이 1-3으로 7회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1사에서 에스트라다가 2루타, 야스트렘스키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1사 1,3루에서 베일리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추격했다. 아메드의 볼넷으로 1사 1,2루에서 이정후가 등장했다.
바뀐 투수 좌완 앤드류 나르디를 만난 이정후는 볼 카운트 2-1에서 3구 연속 파울로 커트에 나섰다. 7구 바깥쪽으로 향하는 시속 94.5마일(152.1㎞) 빠른 공에 간결한 스윙으로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타구는 시속 101.5마일(163.3㎞)로 총알같이 뻗어나가는 하드히트였다. 발사각은 5도였지만 3-유 간을 뚫고 외야 잔디에 떨어졌다. 3-3 동점을 만드는 천금 같은 적시타였다.
웨이드를 대신해 나선 대타 플로레스의 안타로 샌프란시스코는 4-3 역전했고 이정후는 2루까지 향했다. 솔레어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며 만루가 됐지만 추가점을 뽑아내진 못했다.
9회초 1사 1루에서 브라이언 호잉을 상대한 이정후는 루킹삼진으로 물러나며 이날 타석을 마무리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회초 볼넷으로 출루해 후속 타자의 안타 때 전력질주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데뷔 첫 시즌부터 6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가며 기세를 높였던 이정후는 이후 좀처럼 뜨지 않는 타구로 인해 마음고생을 했다. 하드히트 비율은 높았지만 타구는 쉽게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고 타구는 잇따라 내야수들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현지에선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이정후의 선구안과 공을 때려내는 기술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15일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자이언츠 스탯의 3가지 키"라는 기사에서 이정후의 뛰어난 타격 기술을 그 중 하나로 꼽았다.
매체는 "새로운 투구와 더 빠른 구속은 이정후의 컨택트 기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토요일 탬파베이 레이스전 217개의 투구 중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공에 5차례 스윙했는데, 이는 유인구 존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유인구 중 13%에 스윙을 했는데 이는 리그 평균인 22%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이정후의 높은 땅볼 비율에 대해 "그는 지금 땅볼을 치고 있다. 그에게는 몇 가지 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는 타석에 설 때마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경기에서도 이정후는 단 하나의 땅볼 타구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힘없는 뜬공 타구도 나왔지만 마치 의식적으로 땅볼 타구를 만들어내지 않겠다는 듯이 타구를 띄워냈다.
지난 9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1회말 안타를 날리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1회 안타는 내야수들의 키를 완전히 벗어났고 7회 동점 중전안타는 라인드라이버성 타구였으나 총알 같이 내야를 벗어난 뒤 유격수 뒤쪽의 잔디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5회 타구도 중견수 뜬공이었다.
약점을 빠르게 보완하며 빅리그에서도 '타격 천재'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는 이정후다. '이정후 걱정은 사치'라는 말을 실감케 해주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승리로 7승 10패를 기록했다. 4연패에 빠지기도 했지만 이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앞서가는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뒤쫓고 있다.
선발 해리슨은 6이닝 동안 85구를 던지며 8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3실점하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고 시즌 2승(1패)째를 따냈다. 실점 없이 리드를 지켜낸 타일러 로저스와 라이언 워커가 홀드를 기록했고 카밀로 도발은 세이브를 지켜냈다.
지난 9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을 마치고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을 향해 미소로 화답하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안호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