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간 땡볕에 서서 공 하나 못 던지다니…한화는 운도 없다, 심판 부상 교체 악재까지

한화 장지수. /한화 이글스 제공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야구가 안 되려니 참 이렇게도 안 풀린다. 최악의 4월로 가뜩이나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예기치 못한 불운까지 겹쳤다. 

지난 28일 대전 두산전. 1회초 시작부터 선발 문동주가 5점을 내주고 시작한 한화는 3이닝 만에 6득점을 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4회초 다시 4실점하며 6-9로 리드를 내줬지만 3점차로 추격권에 있었다. 그러나 5회초 6실점 빅이닝을 허용하며 경기 흐름이 두산 쪽으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주심이 갑작스런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10분간 경기가 중단된 것이 한화에 악재로 작용했다. 4회말 2사 후 한화 임종찬의 3구째 파울 타구가 주심 오훈규 심판의 왼 손등을 맞힌 게 불운의 시작이었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오훈규 심판은 한화 구단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부어오른 왼손에 테이핑을 감싼 채 주심 자리에 돌아왔다. 

바로 다음 공에 임종찬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4회말이 끝났지만 이닝 교대 때 오훈규 심판이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경기 중 심판이 바뀌었다. 2루심을 보던 문동균 심판이 주심으로 옮기고, 대기심 구명환 심판이 2루심으로 투입됐다. 

그런데 이닝 시작을 앞두고 주심 교체에 따른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새로운 주심이 상의 안에 착용하는 인사이드 프로덱터뿐만 아니라 ABS 수신 장비를 착용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 듯했다. 오후 3시51분에 중단된 경기는 4시1분이 되어서야 재개됐다. 

10분간 경기가 중단되는 동안 수비를 위해 각 포지션에 위치한 한화 선수들이 땡볕에 그대로 노출됐다. 아직 4월이긴 하지만 이날은 전국적으로 30도 안팎의 초여름 날씨로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야수들은 잔디에 앉아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이 굳지 않게 풀었지만 투수 장지수는 몇 번의 연습 투구를 한 뒤 마운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심판실 출입구 쪽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던 장지수는 갈증을 느꼈는지 덕아웃에 신호를 보내 생수 한 모금을 마시기도 했다. 

한화 최원호 감독. /OSEN DB

 

 

 

보다 못한 최원호 한화 감독이 나와 그라운드에 남아있던 정종수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곧이어 선수들에게 덕아웃에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선수들이 하나둘씩 덕아웃으로 향할 때 장비 착용을 마친 주심을 비롯해 나머지 심판들이 나오면서 경기가 재개됐다. 

하지만 최원호 감독은 상기된 표정을 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한화 선수들은 낮경기에 10분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그라운드 땡볕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공격팀 두산 선수들은 덕아웃에서 쉬었다. 주심의 부상 교체라는 돌발 상황이긴 했지만 매끄럽지 못한 운영에 한화는 가만히 앉아 힘을 빼고 리듬이 깨졌다. 

공교롭게도 5회초 한화는 대거 6실점으로 무너졌다. 4회초 1사에 나와 투아웃을 잘 잡았던 장지수는 10분간 기다려서 시작된 5회초에 안타 3개에 볼넷 1개를 주고 4실점으로 흔들렸다. 첫 타자 헨리 라모스를 9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 처리했지만 박준영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은 장지수는 조수행을 2루 땅볼 유도했으나 정수빈의 투수 맞고 튄 타구가 유격수 내야 안타로 이어졌다. 허경민에게 볼넷을 내주며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양의지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고 강판됐다.

다음 투수 이태양이 김재환을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뒤 양석환에게 좌월 만루 홈런을 허용해 스코어가 6-15로 크게 벌어졌다. 결국 8-17 완패. 10분간 중단을 패인으로 삼기에 민망할 만큼 전반적인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한화이지만 상황이 야속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여러모로 운도 따르지 않는 한화는 최근 20경기 4승16패(승률 .200)로 급추락하며 8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화 야수들이 수비 위치로 향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이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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