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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ABS 향한 불만, 태블릿PC 들고 항의, 헬멧 내던지기, 급기야 퇴장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인가

조아라유 0
[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KIA 이범호 감독(왼쪽 2번째)이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7회 초 박찬호의 삼진 상황에 대해 심판진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시즌 개막 후 2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에 대한 현장의 불만은 멈추지 않고 있다. 결국 ABS로 인한 시즌 2번째 퇴장 사례까지 나왔다.

2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2024 신한 SOL Bank 경기. 이날 양 팀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가지고 한 차례씩 항의에 나섰다.

먼저 불만을 표시한 팀은 KIA였다. 7회 초, 3-6으로 뒤지던 KIA는 멀티히트를 기록 중이던 1번 박찬호가 1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먼저 2스트라이크를 당한 박찬호는 커트를 하며 롯데 선발 애런 윌커슨과 끈질긴 승부를 이어갔다.

그런데 6구째 바깥쪽 커터에 주심이 스트라이크 콜을 했다. 박찬호는 제자리에 서서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중계화면의 스트라이크존에는 자세히 봐야 걸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아슬아슬한 공이었다. 타자로서는 충분히 이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었다.


KIA 박찬호가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7회 초 루킹 삼진을 당하고 있다. /영상=티빙(TVING) 제공
 
KIA 박찬호가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7회 초 루킹 삼진을 당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이에 심판진이 ABS 운용 측에 확인해 스트라이크임을 확인했지만, 이범호 감독을 비롯한 KIA 벤치는 더그아웃에 있는 스트라이크존 체크용 태블릿 PC까지 들고 나와 체크에 나섰다. 설명을 들은 후에야 이 감독과 박찬호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KIA 관계자는 "(박찬호의) 삼진 판정뿐만 아니라 경기 내내 태블릿 PC 상으로 몇 개가 빠진 것으로 나와서 어필했다"면서 "ABS 운용자 측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결국 누적된 불만이 박찬호 타석의 삼진에서 터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의 공격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8회 말, KIA 투수 김민재와 맞붙은 3번 고승민은 1볼-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바깥쪽 높은 패스트볼을 지켜봤지만 판정은 스트라이크였고, 결국 삼진으로 아웃되고 말았다. 이 역시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로 들어온 것으로 보였지만, 타자 입장에서 쉽사리 수긍하기는 힘들었다.

결국 고승민은 삼진을 당한 후 헬멧을 내동댕이치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에 정종수 주심은 고승민에게 ABS 판정 항의에 대한 퇴장 조치를 내렸다. 김태형 롯데 감독 역시 심판진에게 확인을 요청했지만, 판정이 바뀌지는 않았다.


롯데 고승민이 23일 사직 KIA전에서 8회 말 루킹 삼진을 당하고 있다. /영상=티빙(TVING) 제공
 
롯데 고승민이 23일 사직 KIA전에서 8회 말 루킹 삼진을 당한 후 헬멧을 던지고 돌아가고 있다. /영상=티빙(TVING) 제공
 
 
 
 
이미 고승민은 스트라이크 콜에 대한 불만이 있던 상태였다. 5회 말 3번째 타석에서 KIA 좌완 곽도규를 상대한 그는 1볼-2스트라이크에서 몸쪽 높은 커터에 움찔하며 피했다. 그런데 심판은 삼진 콜을 했다. 깜짝 놀란 고승민은 허리에 손을 얹으며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2타석 연속 이런 일이 있자 폭발한 것이다.

ABS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항의로 퇴장당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4월 26일 황재균(37·KT 위즈)이 SSG 랜더스와 경기에서 몸쪽 스트라이크 판정에 헬멧을 던지면서 퇴장을 당했는데, 이후 다시 한번 이런 장면이 나온 것이다.

올 시즌 KBO 리그에 도입된 ABS, 이른바 '로봇 심판'은 세계 1군 야구리그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일이었다. 그동안 심판의 판단 영역이었던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기계에 맡긴 것이다. KBO는 "리그 공정성 강화 및 팬들에게 혁신적으로 관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ABS 도입을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논란이 많았던 피치클락과는 달리 ABS는 비교적 호평을 얻었다. 기계가 확실한 기준을 통해 판정을 내리기 때문에 '감정 싸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 투구로 들어왔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는 등 기존에는 겪지 못했던 일에 대해서 타자들이 황당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지만,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들어간다.

하지만 현장의 불만도 있었다. 구장이나 날씨 등에 따라 ABS의 스트라이크존이 달라진다는 반응이 선수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스타뉴스에 "KBO에서는 구장마다 존이 같다고 하지만, 몇몇 구장에서 다르게 나오고 있다"며 "몇 구단은 KBO에 항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모 구단은 판정 알고리즘의 오류에 대해 어필해 인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NC 강인권 감독(왼쪽)이 지난달 14일 대구 삼성전 3회말 2사 2루에서 ABS 관련 항의를 하고 있다.
 
 
 
 
운용 상의 문제도 있었다. 지난 4월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는 ABS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한 공을 심판이 볼로 선언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결국 이를 주도한 이민호 심판은 인사위원회를 통해 계약해지를 당하고 말았다.

이에 "지금까지 ABS의 성공률은 99.9%다"(허구연 총재)며 '자화자찬'을 이어가던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현장과 소통에 나섰다. 더그아웃에 ABS 판정 수신기를 설치하고, 논란의 판정에 대해서는 직접 수치를 공개했다. 또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도 질의응답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선수들은 낯선 스트라이크 판정에 놀라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도입된 제도인만큼 한 시즌을 운용하면서 조정과 소통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KIA 이범호 감독(왼쪽 2번째)이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7회 초 박찬호의 삼진 상황에 대해 심판진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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