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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아니었다면 그냥 바꿨다, 33년 동안 1등"…왜 끝내 LG에 헌신한 에이스 방출했을까

조아라유 0
▲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과 포옹하는 케이시 켈리 ⓒ곽혜미 기자
▲ 큰절 하는 케이시 켈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33년 동안 본 외국인 선수 중에 켈리가 1등이다. 켈리는 전반기 끝나고도 단장하고 나하고 합의를 했다. 올해 1년은 가자고."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2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에이스 케이시 켈리(35)와 결별을 확정한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LG는 19일 새벽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총액 44만 달러(약 6억원) 계약에 합의하고 바로 켈리에게 방출을 통보했다. 대신 켈리가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고별전을 가질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했고, 켈리는 고심 끝에 2019년부터 정든 LG 동료들, 그리고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다. 켈리는 2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 있었고, 그사이 타선이 6-0 리드를 안기면서 개인 통산 74번째 승리를 향해 순항하고 있었는데 폭우로 경기가 중단됐다. 1시간 39분을 기다린 끝에 경기는 그대로 우천 노게임 선언이 됐고, 켈리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다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LG 구단이 마련한 고별식 행사 내내 켈리와 LG 동료들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만큼 LG와 정든, 특별한 외국인 선수였다.

현장과 프런트의 판단은 냉정해야 했다. 켈리가 경기 외적으로도 너무도 뛰어난 선수인 것을 잘 알지만, 올해 우승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서는 켈리보다 구위가 더 뛰어난 외국인이 필요하다 판단했다. 올해도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에르난데스 영입한 이유다.

사실 LG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반기에도 켈리와 결별을 고심하다 포기했다. 염 감독은 "전반기 끝나고 단장하고 나하고 합의를 했을 때는 '올해 1년은 가자'였다. 실력은 조금 부족하지만, 부수적인 것 우리 팀에서 오래 했던 것을 켈리가 보여줬던 모습들. 그러니까 실력보다는 한국의 정 때문이었다. 사실 차명석 단장이 처음 미국에 갔을 때도 (계약 가능한 선수가) 한 명 나왔었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때는 왜 마음을 접었을까. 염 감독은 "망설이다가 켈리가 작년에도 좋아진 모습이 있으니까. 마무리를 잘 해주는 것도 우리가 켈리한테 할 일이라 생각하고 그때 바꾸려다 말았다. 다른 외국인 선수였으면 그냥 바꿨을 것이다. 켈리라서 거기서 한번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아사 켈리와 LG 트윈스 선수들 ⓒ곽혜미 기자
▲케이시 켈리 ⓒ곽혜미 기자
 
 



염 감독은 이어 "단장이 (미국까지) 그냥 갔겠나. 바꿀 수 있는 상황이 됐으니까 갔던 것이다. 한 명이 딱 걸려서 엄청 고민했다. 그 친구가 (에르난데스보다) 나을 수도 있다. 구위나 볼 빠르기는 그 친구가 나았을 수도 있다"며 구단이 좋은 선수를 포기하면서까지 켈리를 지키려 했던 상황을 털어놨다.

그래도 구위 저하 문제가 뚜렷해 켈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염 감독은 "켈리가 구위를 회복하고, 회전력도 회복하고 했으면 했는데 또 전반기보다 떨어지더라. 그런 찰나에 우리가 봤던 선수 중에 레벨이 좀 높은 선수가 나왔고, 그래서 급하게 가서 계약이 됐다. 모든 게 급격하게 진행됐는데, 구단도 어쨌든 켈리를 이틀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예우를 해서 보낸 것이다. 선수들도 최대한의 예우를 한 것이고, 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엄청 많은 일이 일어났고 그 짧은 시간에 켈리를 어떻게 하면 잘 보낼까 고민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켈리를 잘 보낸 것 같다. 1991년에 프로야구를 해서 33년 동안 본 외국인 선수 가운데 켈리가 1등이다. 1년 반을 같이 했지만, 인성이나 야구에 대한 생각이나 팀에 대한 애사심, 충성도, 또 동료에 대한 어떤 친근함 이런 것으로는 켈리가 1등이다. 내 기억에는 벤헤켄(넥센 히어로즈 시절)이 늘 1등이었는데, 이번에 켈리로 바뀌었다"며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응원했다.

켈리는 이제 재취업을 준비한다. LG가 21일 KBO에 켈리를 웨이버 공시 요청을 하고, 웨이버 공시 이후 일주일 이내에 켈리를 원하는 팀이 나오면 KBO리그에서도 재취업이 가능하다. KBO리그에서 켈리를 원하는 팀이 나오지 않으면 다른 나라 리그에서 뛸 기회를 알아볼 수도 있다.

켈리는 "오늘(20일)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행복한 것은 건강하고, 시즌을 거듭하면서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다음 주까지 생각할 시간이 있을 텐데 여러 옵션이 있다. 미국일지 대만일지 정해진 것은 없지만, 난 여전히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고 야구를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켈리는 6시즌 통산 163경기, 73승46패, 989⅓이닝, 753탈삼진, 평균자책점 3.25로 LG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켈리가 KBO리그에서 164번째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는 일주일여 뒤에 결정된다. 켈리는 그때까지는 한국에 머물 뜻을 밝혔다. 다른 구단의 영입 의사가 없으면 미국 집이 있는 애리조나로 출국할 예정이다.


 

▲케이시 켈리 ⓒ곽혜미 기자
▲ 케이시 켈리 가족 ⓒ곽혜미 기자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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