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오현 코치가 27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진행된 은퇴식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한국배구연맹 |
여오현(가운데) 코치가 27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진행된 은퇴식에서 현대캐피탈 선수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 | 한국배구연맹 |
[스포츠서울 | 천안=박준범기자] ‘굿바이 여오현.’
IBK기업은행 여오현(46) 코치는 27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은퇴식을 통해 정들었던 코트와 ‘안녕’을 고했다.
여 코치는 2000년 삼성화재에서 데뷔했는데 무려 24년간 선수생활을 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레전드 리베로의 길을 걸었다. 한국 배구 역사상 최고령 현역선수라는 기록까지 남겼다. 삼성화재에서는 7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3년부터는 현대캐피탈로 유니폼을 바꿔 입고도 10여 년을 더 뛰었다. 그만큼 ‘철인’이었다.
플레잉코치를 역임하면서도 지난시즌까지 현역으로 뛰어도 손색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그는 V리그 통산 625경기에 출전해 2181세트를 소화했다. 8005개의 리시브와 5219개의 디그를 남겼다. 통산 서브 리시브 효율은 66.1%에 달한다. 수비 성공은 1만3224개다.
여오현. 사진 | 한국배구연맹 |
여오현. 사진 | 한국배구연맹 |
삼성화재 시절 여오현. 사진 | 한국배구연맹 |
경기장 앞에는 여 코치가 직접 커피차를 팬께 선물했다. 선착순 1500명이었는데,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팬이 기다리기도 했다. 여 코치는 환한 미소로 박수를 받으며 등장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물론 대한항공 선수들도 직접 꽃다발을 전달하며 축하를 보냈다. 현대캐피탈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던 여자부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최태웅 해설위원도 자리를 빛냈다. 여 코치의 아내와 두 아들도 참석했다.
‘굿바이 여오현. 함께했던 시간 행복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라는 플래카드도 걸렸다. 마이크를 잡은 여 코치는 “믿기지 않는다. 정말 감사한 날이다. 좋은 날도 있었고 안 좋은 날도 있었다. 모든 순간은 우리가 함께했다는 것이다. 나에게 배구는 인생의 전부였다. 모든 일을 다 기억하고 있다”라고 말한 뒤 목이 메기도 했다. 그는 “팬이 있고 가족들이 지켜보니까 운동했던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고 말했다.
여 코치는 “우승할 때도 좋았지만 좋지 않았던 시절이 더 기억난다. 우리는 힘든 시절을 이겨내고 우승했다. 나는 운이 엄청 좋은 배구 선수”라며 “구단에 든든한 지원, 동료들의 헌신은 동기부여와 원동력이 됐다. 제2의 배구 인생을 시작한다. 안녕이라는 말 대신 다음에 또 만나자는 말을 하겠다. 좋은 추억은 간직하겠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행복했다”고 선수 여오현의 마지막을 고했다.
더욱이 이날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남자부 우승 후보 맞대결에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레전드 여오현이 그렇게 코트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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