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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가 만들어 낸 기적의 중심에 있던 배유나, 그리고 그 뒤에 있던 조력자 남편 백승호

조아라유 0

 



역대급 챔피언결정전으로 기억될 2022-2023시즌 V-리그 여자부 결승전. 한국도로공사가 만든 ‘0%의 기적’이 완성된 지 어느덧 많은 시간이 흘렀다. 기적의 중심에 있던 배유나는 시즌이 끝나고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됐다. 미들블로커 중 최고 대우(연봉 5억5000만원)로 도로공사와 재계약을 맺었다. 배유나가 코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도와준 조력자가 있다. 수영 국가대표 선수인 남편 백승호다. 가정의 달 5월에 <더스파이크>가 배유나-백승호 부부를 만났다. 스포츠 부부가 세상을 살아가는 알콩달콩한 얘기를 들었다.

유나 선수는 2023년 1월호에 이어 6월호에도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배유나(이하 유나) 1월호 때는 한창 시즌 중이라 배구에 대한 생각이 제일 많았던 시기였어요. 지금은 후련한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뜻깊은 자리에 와서 좋습니다.

승호 선수는 수영선수지만 배구 매거진에서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배구 팬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인사하시죠. 또 인터뷰하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백승호(이하 승호) 안녕하세요 수영선수이자 배유나 선수의 남편 백승호입니다. 이렇게 불러주셔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떨리긴 하지만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분이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나요.
승호 유튜브 채널(수영국가대표 백승호)을 운영 중인데 거기서 같이 한 것 빼고는 처음입니다.

지난 4월 6일을 끝으로 2022-2023시즌이 끝났습니다. 비시즌 동안 뭐 하고 지냈나요.
유나 우승하고 한 달 넘게 쉬었는데 계속 인터뷰하러 다니느라 바빴어요. 그래도 남편이랑 일본 여행을 다녀오긴 했습니다.

유나 선수의 SNS를 봤는데 승호 선수가 일본 여행에서 힘들어하던데요.
승호 우리가 2019년에 결혼했는데 당시 결혼식 이후에 세계선수권 대회가 있어서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쉴 때 잠깐 갔다 왔거든요. 이번이 두 사람이 함께 처음으로 가는 해외여행이기도 해서 재밌게 놀고 오려 했죠. 근데 아내는 해외를 가면 팀에서 전부 다 관리해 주고 여기저기 좋은 곳을 데리고 다니면서 다 해주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길 물어보는 거, 사오는 거 등등 다 내가 했어요.

유나 나는 너무 재밌었어요(웃음). 우리가 만나면서 놀이공원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일본에는 유명한 놀이공원이 있으니까 갔다 왔거든요. 정말 재밌게 놀았어요.
 

승호 수영선수다 보니까 지상훈련 있는 날 빼고는 잘 안 돌아다니거든요. 근데 놀이동산 갔던 날에는 2만보를 넘게 걸었더라고요. 매일 300~400보 걷다가 2만보를 걸으니까 다음 날 발바닥에 알이 배겼어요.
 

배구계와 수영계 천재 간의 첫 만남
그러면 두 사람의 첫 만남을 얘기해 볼까요.

유나 (한)송이 언니랑 진천선수촌에서 케틀벨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수영 코치님께서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라고 하시면서 남편을 불러서 시범을 보이게 했어요. 그게 서로 첫 만남이었던 거죠.

승호 그리고 시즌을 마치고 아는 형들과 스키장으로 휴가를 갔어요. 가서 TV를 틀었는데 아내 경기가 중계되고 있는 거예요. 형들한테 TV를 보며 “내가 아는 선수다”라고 말하니까 형들이 안 믿었어요. 그래서 진짜인지 아닌지 연락해 보라고 하길래 페이스북으로 연락했죠. 근데 아내도 나를 안 까먹고 있었고 자기 전화번호를 주면서 여기로 연락하라고 했어요.

그러면 어떻게 연인으로 발전하게 됐나요.
유나 계속 연락을 하긴 하는데 너무 애매한 거예요. 그래서 내가 먼저 “우리가 어떤 사이냐”라고 물어봤어요. 그러면서 사귀게 됐던 것 같아요.



승호 당시 상무 소속이었거든요. 그래서 자주 만날 수도 없고 연봉도 적어서 걱정이었는데 아내가 먼저 다가와 줘서 너무 고마웠죠.



 



연인이 된 이후 함께 선수촌에 들어간 적도 있나요.
승호 2016년에 아내는 리우올림픽을 준비하고 나도 국가대표 선발전 때문에 같이 선수촌에 있었어요. 그때도 상무 소속이었는데 아내가 매일 차로 데려다주고 정말 뒷바라지 다 해줬죠(웃음).

유나 기억에 남는 게 저녁에 수영장을 쓸 수 있다고 해서 나랑 (김)희진이, (이)효희 언니, (남)지현 언니랑 가서 수영도 배웠어요.

승호 아내는 배구만 잘하더라고요. 물이 계속 들어온다고 해서 보니까 물안경도 거꾸로 쓰고 있었어요(웃음).

운동선수 부부로서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요.
승호 공감이 잘 돼요. 둘 다 운동을 하다 보니까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아서 이해도 잘해주고요. 근데 내가 많이 힘들 때 아내도 시즌 중이고 힘들잖아요. 그래서 쉽게 말하기 힘들긴 한 것 같아요.

서로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거 한 가지씩 꼽자면요.
유나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 때 가장 많이 도움을 주는 거요. 사실 나는 단체 운동이고 남편은 개인 운동이다 보니까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너무 잘 이해해 주고 잘 도와줘요. 그게 너무 좋아요.

승호 FA 대박 난 거요(웃음). 나는 정말 자부심이 있어요. 주변에서 ‘아내 진짜 잘 만났다’라고 말을 많이 해요. 그러면 나는 “그것도 능력이야. 아무나 만날 수 있는 게 아니야”라고 답하죠.

“챔프전 우승 덕분에 장모님과 처음 껴안았어요”
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기적의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어떤가요.
유나 이제야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아직도 그때 영상을 봐요. 심지어 어제도 봤어요. 보면서도 믿기지 않더라고요.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벌써 한 달이나 흘렀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지만 2022-2023시즌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승호 선수가 옆에서 바라본 챔피언결정전은 어땠나요.
승호 아내가 도로공사에서 첫 우승을 했던 2017-2018시즌에는 우리가 연인일 때였어요. 그때도 정말 기뻤는데 가족이 된 상태에서 우승하는 걸 옆에서 보니까 뭉클하더라고요. 우승 확정됐을 순간에 장모님이랑 처음으로 껴안고 셀카라는 걸 처음 찍어 봤어요(웃음).

사실 챔피언결정전 초반, 유나 선수가 감기 몸살로 아픈 상태였어요. 걱정되지 않았나요.
승호 아프다고 하긴 했는데 나는 채찍질을 했어요. “물론 네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건 아니지만 더 조심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지금 안 아픈 사람 없다. 정말 얼마 안 남았다”라면서요. 사실 너무 미안하죠. 근데 거기서 편 들어주면 더 나약해질까 봐 마음을 숨기고 그랬어요.

유나 선수는 <더스파이크>와 2020년에 인터뷰를 진행했던 당시 “남편에게 힘들다고 하면 ‘뭐가 힘드냐, 그런 말 하기 전에 훈련이나 더 해라’고 말한다”라고 했어요. 섭섭하지는 않나요.
유나 사실 그 순간 섭섭함이 들 때도 한 번씩 있긴 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남편 말이 맞더라고요. 나는 프로 선수고 내가 몸 관리를 못 하면 안 되는 거고, 나약해지지 말자고 되새기게 돼요. 물론 그렇다고 채찍만 주는 건 아니에요.

당시 “2~3년 후에는 2세 계획이 있지 않을까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요.
유나 다시 3년 뒤에 계획을 세워보겠습니다(웃음).

승호 40살까지 배구할 거래요(웃음).

만약 자녀가 생긴다면 서로의 어떤 모습을 닮았으면 좋겠나요.
유나 신체 조건은 우리 둘 다 괜찮은 것 같아서 꼭 닮았으면 좋겠고 남편의 심폐지구력을 닮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지치지 않거든요. 그리고 내 팔길이를 닮았으면 좋겠어요.



 



승호 아내의 성격을 닮았으면 좋겠어요. 주변 지인들이 아내보고 천사라고 해요. 아내는 항상 웃어요. 그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나중에 자녀가 운동을 한다고 하면 무슨 운동을 시키고 싶은가요.
유나 나는 상관없는데 남편은 배구는 프로 종목이고 사람들도 더 많이 알고 수영보다는 연봉도 많다 보니까 무조건 배구를 시키고 싶어 해요.

승호 내가 한국에서 랭킹 1위 하고 국가대표를 했을 당시 연봉이 1억이었어요. 그것도 잘 받은 거죠. 그리고 수영은 레슨비, 치료비, 먹는 거 등 다 사비로 나가요. 하지만 배구는 프로팀 가면 지원이 다 되잖아요. 물론 배구를 잘해야 프로를 가는 거지만 배구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도로공사와 인연 이어간 배유나 “이제 내 역할이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이번 FA 때 많은 팀들의 제안이 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도로공사와 인연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유나 일단 도로공사에서 안 좋은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이 많았어요. 그리고 우승까지 했잖아요. 구단에서 나를 대우 해주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금액도 최대한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사실 돈 많이 받고 이적하는 것도 생각해 봤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봤을 때 내가 도로공사에서 부상이 많았을 때 김종민 감독님께서 배려를 많이 해주시고 몸관리도 잘 해주셨어요. 그래서 김종민 감독님과 하면 배구를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가장 컸던 것 같아요.

함께 우승을 이끌었던 박정아 선수와 정대영 선수는 팀을 떠났습니다. 다음 시즌 도로공사의 전력이 약화된 것 같다는 걱정의 소리도 들리고 있어요.
유나 정아와 대영 언니가 떠난 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죠. 그래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선수 모두 최고 대우를 받으면서 이적한 거잖아요. 많은 분들이 도로공사가 약해졌다고 하는데 다른 선수들이 두 사람의 자리를 빨리 메꿔줘야겠죠. 그리고 내 역할이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서 지난 시즌보다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두 사람은 언제까지 운동을 하고 싶나요.
유나 우선 이번에 재계약을 했으니까 3년 동안은 무조건 해야죠(웃음). 3년 동안 몸관리를 잘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하고 그 이후에는 기회가 된다면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승호 사실 은퇴를 해야 될 나이가 지나긴 했거든요. 그래도 힘닿는 데까지는 열심히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훈련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회복이 많이 느려졌어요(웃음). 그래서 사실 올해까지라고 다짐했어요. 못할 때 은퇴하는 것보다 잘하고 있을 때 박수받으면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올해까지만 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 인터뷰를 진행해 봤는데 어땠나요.
유나 남편과 함께 인터뷰를 하는 게 유튜브 빼고는 처음이고 배구 매거진에 부부 동반으로 인터뷰를 하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6월호 <더스파이크>가 나오면 주변 사람들한테 선물로 주고 싶어요(웃음).

승호 내가 제일 많이 응원하는 아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잘해서 나까지 초대된 것 같아 영광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나 선수는 팬들께, 승호 선수는 아내를 응원해 주시는 팬들께 한 말씀 전하시죠.
유나 지난 시즌 기적을 만들어 냈는데 그런 일이 있었던 건 팬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에도 도로공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많지만 젊은 친구들이랑 잘 이끌어서 지난 시즌 못지않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까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승호 아내를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 아내를 비롯한 모든 배구 선수들이 소리 없이 다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 안 보이는 곳에서 항상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려고 다들 노력하고 있으니까 많은 응원 보내주시고 항상 예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박혜성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박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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