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KBL 제공
지난 16일 프로농구 사상 초유의 구단 퇴출 사태가 벌어졌다.
오리온을 인수해 고작 한 시즌을 치른 데이원스포츠의 회원사 제명이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이사회와 총회를 열고 데이원스포츠의 퇴출을 결정했다. 선수단 임금 체불은 물론 출범 때부터 가입비 체납 등의 문제를 일으켰던 데이원스포츠에 대해 정상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의사 및 능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데이원스포츠는 박노하 재무총괄대표 이름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는 허재 운영총괄대표에 대한 사과도 포함됐다. "농구가 좋아서 저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고 구단주를 맡아준 허재 대표에게 정말 죄송할 따름"이라는 내용이었다. 허재 대표 역시 선수단과 마찬가지로 급여를 지급 받지 못했고, 사비를 털어 선수단을 지원했기 때문.
하지만 허재 대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데이원스포츠는 출발부터 불안했다. 데이원스포츠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데이원자산운용이 스포츠단 운영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오리온 인수 전부터 적자가 심각한 상태였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김용빈 회장은 데이원스포츠 출범 전인 지난해 4월 이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출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였다.
누가 봐도 구단 운영이 불가능한 회사였다. 하지만 데이원스포츠는 네이밍 스폰서 등을 통해 구단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대 목소리가 컸다. 그럼에도 KBL은 데이원스포츠의 가입을 승인했다. 데이원스포츠가 '농구 대통령' 허재를 대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데이원스포츠가 가진 유일한 무기였다. KBL도, 나머지 9개 구단도 한국 농구의 상징인 '농구 대통령'을 믿고 데이원스포츠를 받아들였다. 한 구단 관계자는 "허재 대표가 이사들을 설득한 것도 승인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허 대표 역시 데이원스포츠의 부실 운영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단 운영 이야기에는 말을 아꼈다. 가입비 미납 등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데이원스포츠의 제명 후에도 마찬가지. 언론사와 통화에서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선수단도 허탈하다. 김승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해온 최고 슈터 전성현 등 선수들도 허 대표를 믿고 모험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음의 결과는 받지 못한 급여와 구단 제명이었다.
KBL은 데이원스포츠의 제명과 함께 허재, 박노하 대표에게 행정적, 법률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조치로 허재, 박노하 대표의 향후 KBL 구단의 단장 및 대표, 지도자 등의 모든 활동을 불허하기로 했다. 재정위원회를 거치지 않았지만, 사실상 제명과 다름 없는 징계를 내린 셈이다. 더는 프로농구에 발을 붙일 수 없다는 뜻이다.
'농구 대통령'의 새로운 도전은 결국 불명예 퇴진으로 막을 내렸다. 선수로, 감독으로 화려한 길을 걸어왔던 허 대표이기에 더욱 씁쓸한 퇴장이다.
기사제공 노컷뉴스
CBS노컷뉴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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