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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 이집트의 350분 골 가뭄은 깼지만…"최고 컨디션이었다면" 슬픈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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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가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러시아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그라운드에 키스를 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이집트의 축구 왕자 모하메드 살라(26ㆍ리버풀)는 고국에서 ‘행복을 만드는 사람(Happiness Maker)’으로 불린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 리버풀에서 32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고, 28년 만에 이집트를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려놓았다.

세계 최고의 축구 실력만큼 인성도 으뜸이다. 고향 마을에 하수장처리 건설, 의료장비 및 구급차 구입, 학교 개보수 등 활발한 자선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이집트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축구 영웅’ 살라는 월드컵을 통해서도 새 역사를 쓰고 싶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과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아성을 넘을 유력 후보로 주목 받았고, 조 편성도 나쁘지 않았다. 이집트는 상위권과 거리가 멀지만 러시아와 우루과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볼만한 상대와 묶여 월드컵 사상 첫 승을 넘어 첫 16강 진출까지 기대케 했다.

그러나 살라의 원대한 꿈은 4년 뒤를 기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어깨를 다쳤던 살라는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러시아와 A조 2차전에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첫 출전했다. 페널티킥으로 데뷔골을 넣었지만 팀의 1-3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로써 이집트는 2연패로 조별리그 탈락을 눈앞에 뒀다.

이날 살라의 출전 여부는 전 세계 축구 팬들의 큰 관심거리였다. 지난 15일 우루과이(0-1 패)와 1차전에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벤치를 지켰다. AFP 통신이 “살라 혼자서 유니폼을 입기 힘들 정도의 몸 상태”라고 우려했던 것과 달리 살라는 2차전에 정상 출격했다. 특급 골잡이의 복귀에 이날 경기장은 들끓었다. 

하지만 살라는 부상 전과 같은 몸놀림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위축된 움직임을 보였다. 영국 BBC는 “우리가 아는 선수의 그림자 같았다”며 “공이 올 때마다 머뭇거리고 걱정하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전반 동안 슈팅 1개에 그쳤던 그는 후반에 몸이 풀리는 듯 했다. 후반 28분 페널티 지역에서 과감한 움직임으로 페널티킥을 직접 얻어 만회골로 연결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살라의 골은 이집트가 1990년 이탈리아 대회 네덜란드전 이후 경기 시간 350분의 골 가뭄을 깬 득점이다.

이집트는 더 이상 추가 골 사냥에 실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맞고 그라운드를 떠나는 살라는 아무 말 없이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쳤다. 스포르팅 뉴스는 “살라의 매직은 없었다”고 했고, CNN은 “그의 러시아월드컵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또 데일리메일은 “행복을 만드는 사람이 경기장에서 제한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엑토르 쿠페르 이집트 감독은 “살라가 훈련 캠프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탓에 신체 능력이 떨어졌다”면서 “살라가 최고의 컨디션이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김지섭 기자

기사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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