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뉴스/이슈

U-20 대표팀의 '무모한 도전', 부푼 기대와 현실 사이

난라다리 0

[U-20 월드컵 특집 - 꿈을 안고, 희망을 쏴라 ①]

[오마이뉴스이근승 기자]

지난해 10월까지만 하더라도 U-20 월드컵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훨씬 앞섰다. 개최국 자격으로 U-20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상태에서 출전한 AFC(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태국과 한 조)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다. 

송범근 골키퍼와 한찬희, 강지훈, 조영욱 등 본선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 대부분이 이 대회에도 나섰었다. 백승호 역시 대체 선수로 발탁되면서 대회에 참가했지만, 경기에는 투입되지 않았었다. (이승우는 소속팀 사정으로 참가하지 않음) 

심각했다. 아시아 대회에서 골득실을 따져야 하는 상황도 불만족스러운데 탈락이란 결과까지 받아들였다. 특히, 경기력이 최악이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비적인 축구를 시도했지만, 수비가 가장 불안했다. 미드필드를 거치는 빌드업은 볼 수 없었고, 후방에서 길게 넘겨주는 '뻥축구'가 공격 전술의 전부였다. 

결국, 신태용 감독이 2016 리우 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소방수로 나섰다. U-20 월드컵이 국내에서 열리는 만큼 큰 부담이 따르기도 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변화가 필요했고, 능력과 경험을 갖춘 인물은 신태용 감독뿐이었다. 단 6개월 만에 아시아 대회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팀을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는 팀으로 만들어야 하는 무모한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신태용의 자율 축구, 높아지는 기대감

0002150983_001_20170519144309257.jpg?type=w540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선수들과 첫 만남을 통해 옥석 고르기에 나섰고, 이승우와 백승호, 장결희 등 해외파 선수들이 참가한 포르투갈 전지훈련을 거치면서 조직력과 전술 이해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개최국 자격으로 손쉬운 조별리그를 기대했지만, 죽음의 조에 속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U-20 월드컵 최다 우승국(6회)인 아르헨티나, EPL 유망주들이 포진한 잉글랜드, 아프리카의 복병 기니와 A조에 속했다. 신태용호의 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아쉬움이 있는 데다 조별리그부터 우승 후보를 상대하게 되면서, 불안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신태용호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특히, 2017 아디다스컵 U-20 4개국 국제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불안감을 기대로 바꿔내기 시작했다. 온두라스를 상대로 3골을 몰아치며 신바람 축구의 시작을 알렸고, 아프리카 챔피언 잠비아와 경기에서는 무려 4골을 터뜨리며 4-1로 완승했다.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을 내세웠던 에콰도르와 경기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우승은 우리나라의 몫이었다. 

 

 

0002150983_002_20170519144309283.jpg?type=w540

▲  전주에서 개막하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이 지난 18일 전주 U-20훈련장에서 팀훈련을 하고 있다.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경기 감각을 회복하며 자신의 재능을 폭발시키기 시작한 백승호와 환상적인 칩샷을 포함해 득점과 드리블 능력을 마음껏 뽐낸 이승우가 팀에 녹아들었다. 18세로 나이는 어리지만, 재능만큼은 진짜인 스트라이커 조영욱과 팀 내에서 프로 경험이 가장 많은 한찬희도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본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과거와 달리 U-20 대표팀에 자율과 개성이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신태용호는 더욱 강해졌다. 감독의 권위를 앞세워 오로지 '조직력'만을 강조하는 축구가 아닌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함께 만들어 나아가는 축구를 선보이며, 대표팀에 활력이 돌았다. 

신태용 감독은 조직력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선수 개인의 장점과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감독의 역량이며, 그것이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신태용호는 절망에서 시작해 희망의 빛을 쏘아 올리며, U-20 월드컵을 준비해나갔다.

U-20 대표팀의 '무모한 도전', 부푼 기대와 현실 사이

지난 4월 26일, U-20 대표팀은 2016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 현대와 맞붙었다. 승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시아 최고의 팀을 상대하면서, U-20 대표팀의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실제로 U-20 대표팀은 0-3으로 패하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소속팀 일정으로 인해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합류한 이승우가 경기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선발로 나섰고, 백승호와 한찬희 등 최정예 선수들이 함께했지만 전북은 강했다. 만 나이로는 대부분의 U-20 대표팀 선수들과 동갑인 김민재가 이끄는 전북의 수비를 쉽사리 뚫어내지 못했고, 김보경과 최철순이 이끄는 중원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고무열과 이동국 등 경험이 풍부한 형님들의 노련함에 3골을 헌납했고, U-20 대표팀 수비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돌아 뛰는 선수를 놓치는 모습이 자주 보였고, 수비진의 불안한 볼 처리와 호흡이 뒷공간을 내주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패했지만, '수비의 안정'이라는 큰 숙제를 얻어냈던 값진 경기였다. 

대회가 시작되는 5월이 찾아왔다. AFC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패배의 아픔을 안겼던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비공개) 3-1 승리를 거뒀고, 남미 우승팀 우루과이를 상대로 2-0으로 완승했다.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세네갈과 경기에서는 2-2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전력 노출을 피하고자 수비 전술을 꼭꼭 숨겼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성적은 20전 10승 4무 6패다. 같은 연령대와 치른 경기가 대다수였지만, 부산 아이파크와 스포르팅 리스본 B팀, 전북 등 프로팀과 맞붙은 경기도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경험을 쌓았고, 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신태용호의 꾸준한 발전에 수많은 팬들이 2002 한-일 월드컵에 버금가는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0002150983_003_20170519144309292.jpg?type=w540

▲  전주에서 개막하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 참가한 한국대표팀이 지난 17일 전주 월드컵 보조경기장에서 훈련에 앞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다.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신태용호의 준비 기간은 '178일'뿐이었다. 우리는 신태용 감독과 20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이 짧은 기간 안에 8강 이상의 성적을 이뤄내야 하는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우리나라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개최국이지만,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 잉글랜드와 한 조에 속하면서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개막전 상대인 기니 역시 만만찮은 상대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지난 178일 동안 그랬던 것처럼,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비기를 희망한다. 

세계적인 팀을 만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 패스와 드리블이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낼 수 있는 축구를 선보이길 바란다. 신태용 감독의 자율 축구가 이승우와 백승호, 조영욱 등 재능이 넘치는 어린 청년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면서 후회 없이 대회에 임하기를 기원한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 , , , , , , , , , , , , , , , , , , ,

0 Comments
번호 제목
Stat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