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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점이죠”…1500타점 고지 오른 최형우가 가장 먼저 떠올린 15년 전 그날 [SS인터뷰]

조아라유 0
삼성라이온즈 최형우가 지난 2008년 4월1일 LG와의 2-2 연장 10회초 1사 1루서 우월 2점 홈런을 날린 뒤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이날 기록한 2점 홈런의 2타점은 최형우 프로 인생의 첫 타점이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대전=황혜정기자] “참 행복한 것 같네요.”

KIA타이거즈 외야수 최형우(40)가 20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원정경기에서 KBO리그 통산 1500타점 고지를 밟았다. 최형우는 이날 4회초 1사 1루에서 한화 한승주의 초구인 속구를 때려내 중월 2점 홈런을 뽑아냈다.

종전까지 두산베어스 이승엽 감독과 함께 1498타점 타이를 기록했던 그이기에 이날 뽑아낸 2점 홈런으로 1500타점을 기록하게 됐다. 1500타점은 KBO리그 41년 역사상 최형우가 처음이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최형우는 “그간의 야구 인생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 참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그가 가장 먼저 생각난 순간은 생애 첫 타점을 올렸던 15년 전이다.

최형우는 지난 2008년 4월 1일 잠실 LG전 홈런으로 만들어낸 2타점을 시작으로 16시즌 동안 1500타점을 기록했다. 만 25살에 뒤늦게 기록한 생애 첫 홈런과 타점도 1500타점을 기록한 순간처럼 극적이었다. 최형우는 LG트윈스와 2-2였던 연장 10회초 1사 1루에서 우월 2점 홈런을 때려냈다. 그날 삼성은 최형우의 홈런에 힘입어 6-2로 승리했다.

최형우는 올 시즌을 제외한 이 기간 동안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50타점 이상을 기록하는 꾸준함을 보여줬다. 특히 2014년부터 2018년 까지는 KBO 역대 3번째로 5년 연속 100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 최형우가 지난 2008년 4월1일 LG와 2-2 연장 10회초 1사 1루서 우월 2점 홈런을 날리고 타구를 보며 1루로 뛰어나가고 있다. 최형우 프로 통산 첫 홈런이자 첫 타점이다. (스포츠서울DB).

 

 


기록만 보면 신인 시절부터 기탄없이 창창 대로를 걸어왔을 법 하지만, 최형우는 방출됐던 아픔이 있다. 전주고등학교 졸업 후 2002년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한 최형우는 2002년 4경기, 2004년 2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다.

결국 2005시즌 후 방출됐다가 경찰 야구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삼성에 재입단했다. 2008시즌부터 삼성의 주축으로 올라섰다. 그는 2011~2014년 통합 4연패, 2011~2015년 정규리그 5연패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그 결과 2016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됐고, KIA와 계약하며 고향팀으로 왔다. 역대 최초 ‘100억원 FA’ 선수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꾸준히 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최형우는 “보통 우리는 꿈이라는 걸 꾸곤 하잖나. 그런데 2008년 당시 나는 꿈조차 꿀 수 없었다. 나이 26살에 주전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선수가 어떻게 1500타점이라는 상상을 하겠나.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감격스러워했다.


 

KIA 최형우가 20일 역전 2점 홈런으로 1500타점을 달성하자 동료들이 격한 축하를 건네고 있다. 제공 | KIA타이거즈.

 

 


최형우는 “1500타점을 처음 기록했다는 것에 대한 기쁨보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게 더 기쁘다. 16시즌 동안 중심타자로서 ‘삶을 뜻깊게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같은 날은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2011년 30홈런을 때려내며 그해 홈런왕에 올랐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 홈런 14개만 기록했다. 최형우는 이때를 신인 시절 이후 가장 힘든 때로 꼽았다. 그는 “나는 나대로 어느정도 만족했는데, 외부 시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 그때 나 혼자 생각대로 사는 게 아니구나 하면서 인생을 많이 배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2013년 다시 29홈런으로 반등했고, 2014년부터 3연속시즌 30홈런을 넘겼다. 그러나 스스로는 홈런 타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형우는 “나는 중장거리 타자지 김재환(두산), 박병호(KT) 같은 홈런 타자가 아니다. 그들과 스윙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KIA 외야수 최형우가 20일 한화전에서 KBO리그 통산 1500타점을 달성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전 | 황혜정기자. 

 

 


어느덧 만 나이로 불혹을 지나고 있다. 최형우는 “2년 전부터 은퇴 시점에 대해서 생각해왔다. 당장 올해만, 혹은 이번 달이 마지막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언젠가 은퇴를 하더라도 후회스러운 건 없다. 충분히 즐기면서 야구를 하고 있고, 은퇴하든 안 하든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꾸준함의 상징’이 됐다. 그는 “나는 MVP를 해본 적이 없다. 그래도 항상 마음가짐은 매번 경기에 나오고 싶었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한 두 경기 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게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그걸 지금까지 지킨 것이 1500타점을 달성하는 데 가장 컸다”고 말했다.

방출 설움도 겪으며 늦은 나이(만 25세)에 첫 타점을 기록했다. 최형우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후배들에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본인이 계획해놓은 것을 실행하고 있으면 기회는 언젠가 온다. 그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자신의 계획을 바꾸면 안 된다. 꾸준히 계속 해야한다. 지금처럼만 계속 열심히 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기사제공 스포츠서울

황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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