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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 지친 배구여제' 김연경, 이제는 모든 선택권 손에 쥐었다

조아라유 0

김연경. (C)KOVO
 



김연경에게 2022-2023시즌은 힘겨운 나날들이었다. 연륜은 쌓여가지만 체력 유지를 위해 절제와 훈련이 필요했다. 자기관리를 가장 잘하는 선수인 김연경은 자기 몸의 한계점과 기량 상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 최고점 기량 구간일 때 선수 은퇴를 생각해 본 것도 이런 이유였다.

심적으로 지친 부분은 더 큰 비중이었다. 신인 시절 흥국생명을 세 차례 우승시킨 이후 일본에 진출해 국제무대에 문을 두드렸지만 유럽으로 가는 시점부터 이어진 흥국생명과의 갈등은 김연경에게는 힘겨운 싸움이었다.

전격적인 국내복귀 후 김연경은 더욱 힘겨운 행보를 이어갔다. 2020-2021시즌에는 팀내 갈등 이후, 이재영과 이다영의 학교폭력 사태로 팀이 만신창이가 된 가운데 겨우 다시 선수들을 다독여 힘을 다했지만 GS칼텍스에 통합우승을 내주는 결과로 마무리 됐다.

이후 흥국생명의 뜨뜻미지근한 재계약 협상에 실망한 김연경은 다시 중국 무대로 옮겨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에 주력했고, 8강도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지워버리며 올림픽 4강이라는 성과를 끌어냈다.

그리고 김연경은 2022-2023시즌을 앞두고 다시 국내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흥국생명이었다. 신인 때 지명받은 불운으로 흥국생명의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번 시즌 만큼은 순탄하길 원했지만 역시 아니었다. 흥국생명은 권순찬 감독을 전격 경질하며 상황을 파국으로 몰았다. 이영수 수석코치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흥국생명은 김기중 감독을 발빠르게 선임했지만 김 감독이 최종 고사하면서 김대경 감독대행 체제가 이어졌다. 그리고 아본단자 감독 영입으로 귀결됐다.

하지만 팀은 새로운 동력을 얻지 못했다. 외국인감독 선임 이후 단기간에 팀이 특별히 달라진 건 없었고, 수비와 리시브에 치중하며 반격하는 한국도로공사 배구를 아본단자 감독이 확실하게 간파하지 못하면서 챔피언결정전 2연승 후 3연패라는 아쉬운 결과로 시즌이 마무리 됐다.

김연경은 챔피언결정전 5차전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너무너무 아쉽다. 5차전까지 하면서 많은 기회들이 왔다. 이런 기회들을 놓쳐 아쉽다. 5차전도 3세트에 기회가 왔는데 내주면서 흐름이 넘어갔다"라고 말했다.

다음 시즌 거취에 대해 김연경은 "(측근들과)얘기를 하고 있다. 5차전에도 팬들이 많이 와서 응원해주셨다. 그 분들은 계속 뛰기를 원한다. 그런 생각(선수생활을 계속하는)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족들도 그렇다. 기자분들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원하신다. 고민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잘 생각해서 결정하려 한다. FA(프리에이전트)라 원 소속구단과도 얘기를 하는 상황이고, 다른 상황도 열려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김연경. (C)KOVO

 



김연경은 "서른다섯 나이에 여섯 시즌을 채웠다. FA가 된 감정도 경기에 져 무덤덤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틀 째로 접어들었다. 김연경 영입전은 치열해진 상황. 신생팀 출범 당시부터 김연경 영입을 공식화 한 페퍼저축은행을 비롯한 여러 구단들이 9일 FA 공시 이후 본격적인 영입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모든 선택권을 김연경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상황은 김연경이 해외에서 흥국생명으로 복귀하느냐 여부였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김연경은 7개 구단을 탁자에 펼쳐놓고, 자유롭게 직접 선택할 수 있다.

현 상황은 김연경이 선수생활을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FA 권리 행사도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아본단자 감독과도 페네르바체에서 함께한 인연이 있지만 팀 잔류의 이유가 될 정도의 사이는 아니다. 김연경은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상황이다.

아쉬운 건 김연경이 적정 연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상한선인 연봉 7억 원은 터무니없이 적다. 다음 시즌 셀러리캡 인상으로 최대 7억 7,5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이는 김연경의 이름값과 활약상에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김연경의 적정 연봉이 15억 원 전후일 것으로 산정한다. 우선 올 시즌 흥국생명의 입장수입이 10억 원을 넘겼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절대다수는 김연경을 응원하는 팬들이다. 김연경이 홈코트인 인천은 물론이고, 서울, 수원, 화성, 대전, 김천, 광주까지 전국 체육관들을 차례로 매진시킨 점까지 고려한다면 티켓 파워는 상당하다. 김연경 이적으로 김연경 팬들이 연쇄 이동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영입을 고려하는 팀들에게 매력적이다.

여기에 김연경으로 얻을 수 있는 전력 상승요인과 미디어 노출효과까지 더해지면 팀의 가치 자체가 달라진다. 김연경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여러 혜택과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정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복수의 구단이 김연경 영입전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아주 적극적이지 않더라도 김연경 검토를 준비하는 구단도 있다. 여러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김연경 영입은 달콤하기 때문이다.

공은 김연경에게 넘어갔다. 모든 선택은 김연경이 내릴 수 있다. 특히 이번 이적은 김연경의 선수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구단일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 또한 신중한 선택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시즌 동안 힘들었고, 심적으로 지친 상황이었지만 김연경에게 다가올 새 시즌은 활기찰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 또한 그런 기대 속에 비시즌을 시작했다.

과연 김연경이 비포장도로를 벗어나 탄탄한 꽃길을 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사제공 스포츠타임스

홍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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