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감독님과 발을 맞춰볼 생각에 설렌다. 영광이다."
한국 축구의 간판 스타 손흥민(31·토트넘)이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것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손흥민은 21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월드컵 이후 다시 소집돼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은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감독 체제였던 지난해 12월 카타르월드컵에서 주장이자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클린스만호 1기'에도 어김 없이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은 지난 20일 소집돼 첫 훈련을 치렀다. 소속팀 경기를 소화하고 귀국한 손흥민은 이날 오후 늦게 대표팀에 합류해 이날이 사실상 첫 훈련이었다.
이날 훈련은 오전 10시30분에 시작했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가장 큰 변화다. 벤투 감독은 주로 오후 시간대에 훈련했다. 손흥민은 "벤투 감독님이 계실 때도 오전 운동을 가끔 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오전에 운동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특별히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잠이 부족하다 싶으면 오후에 잠을 보충할 수 있고, 컨디션 회복할 시간이 더 생기는 것 같다"며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저처럼 오전에 운동하는 것을 선호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좋은 점이 많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도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손흥민은 "다음 월드컵을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하며 (파주 NFC에) 들어왔다"면서 "벤투 감독님과 4년을 함께 하며 어려운 시간도 있었으나 흔들리지 않고 같이 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항상 믿었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시간에도 저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여기 있는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쳐서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계약했다. 손흥민은 또 "저희가 감독님에게 빨리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이 훈련하면서 감독님이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시는지 빨리 파악해야 한다"면서 "감독님이 공격적인, 화끈한 축구를 하겠다고 하셨으니 선수들이 잘 맞춰가며 감독님이 원하시는 축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님과 4년을 함께 하며 어려운 시간도 있었으나 흔들리지 않고 같이 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항상 믿었기 때문"이라며 "좋지 않은 시간에도 저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여기 있는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쳐서 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과 공통점이 많다. 그는 1980~90년대 조국 독일의 간판 공격수였다. 토트넘 선배이기도 하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1994~95시즌 29골을 터뜨린 클린스만은 팀의 레전드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감독님의 관계는) 매우 특별하다. 구단에서 선수 시절부터 감독님을 보신 분도 있고, 함께 생활하셨던 분들이 계셔서 얼마나 평가가 좋은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면서 "구단에서도 좋은 분을 만나 다행이라고 하는 걸 보고 기대가 많이 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짧은 대화를 통해서도 얼마나 좋은 분인지, 선수를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며 "감독님이 스케줄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고, 선수들에게 얼마나 자유를 주실지 등에 대해 대화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24일 콜롬비아(울산), 28일 우루과이(서울)와 차례로 국가대항전(A매치) 2연전을 치른다.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 데뷔전이다. 손흥민은 "어제저녁에 와서 정신없이 밥만 먹고 방에 가서 자느라 시간은 많이 없었지만, 대표팀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고 월드컵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월드컵으로 자신감을 얻고 좋은 경험을 한 선수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월드컵 분위기에 취하지 않으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며 손흥민은 클린스만 감독과 아시아 정상에 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바로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우승이다. 클린스만 감독도 전날 인터뷰에서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아시안컵) 결승과 준결승에 가보고, 8강에서 떨어져 보기도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대한민국이 가져오지 못했던 트로피를 가져오는 게 꿈이다. 공짜로 오는 게 아니니 1년도 남지 않은 시간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손흥민의 가세로 소집 멤버 25명 중 21명이 합류한 대표팀은 1시간 남짓 훈련을 소화했다. 전날에 이어 실내 운동으로 컨디션을 조절한 권경원(감바 오사카) 정도를 제외하면 선수들은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전날 회복 훈련을 전체를 취재진에 공개했지만, 이날은 초반 15분 이후엔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날 훈련에 참여한 선수 중에선 오현규(셀틱)도 눈에 띄었다. 카타르월드컵 당시 예비 선수라 등번호 없이 대표팀에서 생활했던 오현규는 이번엔 당당히 등번호를 달고 형들과 주전 경쟁에 나선다. 흐름은 좋다. 올해 1월 수원 삼성에서 셀틱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는 이달 초 스코틀랜드 무대 데뷔골을 넣었고, 대표팀 합류 직전인 지난 19일 하이버니언전에서 다이빙 헤더로 결승 골을 터뜨렸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치른 뒤 곧장 장거리 비행을 거쳐 귀국한 오현규는 "저는 고작 한 번 했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손)흥민이 형은 몇 년째 하고 계시지 않나"며 "새삼 형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클린스만 감독님이 워낙 유명하셨다는 걸 알고 있고, 공격수로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며 "셀틱에서 잘해온 것처럼 감독님 앞에서도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22일 오전에 예정된 훈련부터 대표팀은 비로소 '완전체'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나폴리)가 이날 오전 입국했고, 오후엔 입국할 이재성(마인츠), 이강인(마요르카),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도착해 합류한다.
한편 이날 파주 NFC엔 마이클 뮐러 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과 콜린 벨 여자 대표팀 감독도 찾아와 대표팀 훈련을 지켜보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을 총괄한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과 같은 독일 출신이다. 벨 감독은 잉글랜드 출생이지만, 선수와 지도자 생활 대부분을 독일에서 했다.
기사제공 중앙일보
파주=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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