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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다 죽일 셈인가'… 광주 무등야구장 리모델링 논란

조아라유 0

좌우 펜스 95m로 줄어... 야구계 "투수 보호 위해 98m 이상 권장" - 광주시 "정확한 규정 없어"


 

▲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중인 무등야구장 조감도.

공원 야구장을 비롯해 지하주차장, 클라이밍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 광주드림

 


 
광주 야구의 성지로 불리는 무등야구장의 리모델링이 막바지 과정에 돌입했다.

오는 5월부터 아마추어 선수들의 승부가 펼쳐져야 하는데, 이 경기장이 국제 규격에 미달돼 국제 경기를 개최할 수 없을뿐더러 공인 대회 개최 역시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광주시는 목동야구장, 신월야구공원, 의령친환경야구장 등을 예로 들어 전국 대회가 가능하다는 해명을 내놨는데, 2038 하계 아시안게임 용역 보고서에는 예선전 경기장과 연습구장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명시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각에선 외야가 짧아 '타고투저' 현상 심화를 우려하며, 가뜩이나 없는 투수를 더 죽이는 꼴이라는 비판이 더해지고 있다.

2월 26일, <광주드림> 취재 결과 현재 막바지에 돌입한 무등야구장 리모델링 사업 과정에서 기존 97m였던 홈플레이트와 양쪽 파울 라인 간의 거리가 약 95m로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등야구장의 좌우 펜스 거리는 1965년 개장 당시 98m였으나, 2001년 김성한 해태 타이거즈 감독 부임 후 1m를 당겨 97m로 축소된 바 있다.

이를 두고 지역 야구계에서는 타고투저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병석 광주광역시야구소프트볼협회 전무이사는 <광주드림>과의 통화에서 "준공을 앞둔 상황에서 경기장 점검을 위해서 시에 회의 요청을 했는데 좌우 펜스 거리나 전광판이 실제 야구 경기에 맞지 않게 설계가 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광판은 변경해 주기로 했지만 좌우 펜스 거리는 늘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경기장 주변 조경과 편의 시설 설치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짓게 되면 국내 규격 권고에도 어긋날 뿐더러 아예 국제 규격에는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2022 공식야구규칙'에 따르면 본루에서 양쪽 파울 라인까지의 거리는 320피트(97.534m), 중앙은 400피트(121.918m) 이상이 되어야 이상적이다.

이는 사실상의 권고로 국내에서는 로컬 룰을 두어 좌우 펜스까지는 91m, 중앙 펜스까지 105m를 초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인천SSG랜더스필드가 좌우 펜스 95m, 중앙 펜스 120m로 두 가지 모두 권고에는 미치지 못하며, 수원케이티위즈파크와 부산사직야구장의 경우 각각 중앙 펜스 120m, 좌우 펜스 95.8m로 부족하다.

다만 펜스를 높여 이 문제를 보완하는 경우도 있는데 수원의 경우 4m, 부산의 경우 4.8m로 타 구장에 비해 높은 편이다.

다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OFFICIAL BASEBALL RULES(2021 Edition)'를 통해 1958년 6월 1일 이후 건설된 모든 경기장에 대해 홈 베이스에서 가장 가까운 펜스 또는 스탠드까지 325피트, 중앙 펜스까지 400피트 이상의 최소 거리 제공을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1958년 6월 1일 이전 건설된 모든 경기장에 대해서는 이 최소 거리 미만으로 리모델링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국내 규격 충족하나 국제 규격 미달 AG 등 차질
 

▲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중인 무등야구장. 2월 기준 87%의 공정이 진행됐다.

사진은 외야 펜스가 들어설 위치 뒷 편에 설치된 배수로. 이미 녹지공원 부지에는 대부분의 나무가 식재된 상태다.

ⓒ 광주드림

 


  
새로 리모델링한 무등야구장은 국내 규격은 충족하지만, 국제 규격에는 미달되는 셈이 된다.

만약 광주시와 대구시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2038 하계 아시안게임을 유치할 경우 광주 지역에서는 예선 경기와 연습을 모두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만 소화해야 할 상황이 된다.

기반조사 용역 결과 보고서에도 무등야구장을 야구, 소프트볼, 크리켓 경기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소프트볼 외에는 용도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광주광역시는 "무등야구장은 2017년 4월, 공원야구장으로 좌우 펜스 95m, 중앙 펜스 110m의 기본 계획이 확정됐다"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규정은 좌우 펜스 98m, 중앙 펜스 122m이나 녹지공원화 및 부지 협소로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전국 대회가 가능한 야구장의 경우 좌우 펜스 95m, 중앙 펜스 110m 수준이며, 무등야구장은 공원야구장 규격을 벗어나지 않았다"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문의한 결과 전국 대회 개최 규정은 따로 마련된 것이 없으며 개최지 선정은 실사를 통해 평가해 최종 선정한다"고 해명했다.

또 "서울 목동야구장(좌우 펜스 98m, 중앙 펜스 118m)과 서울 신월야구공원(좌우 펜스 95m, 중앙 펜스 128m), 경남 의령친환경야구장(좌우 펜스 98m, 중앙 펜스 115m)에서 전국 대회가 개최된 점을 고려할 경우 무등야구장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간이야구장 및 정규야구장 등록 구장 현황을 보아도 거리 규격에 대한 정확한 규정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역 야구계에서는 탁상행정으로 인해 선수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박 전무이사는 "시에서는 펜스 높이를 높여준다고 하는데 실효성이 없다"며 "중학교 6개, 고등학교 3개, 대학교 3개 팀이 이 경기장을 사용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이 경기장을 사용할 선수들의 편의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좌우 펜스를 98m로 하도록 한 것은 투수 보호 차원"이라며 "가뜩이나 타자들의 힘이 과거에 비해 좋아져서 홈런이 많이 나오는데, 거리까지 당겨버리면 홈런이 더 많아져서 타고투저를 심화하고 투수들을 보호할 수 없게 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시는 무등야구장 리모델링에 앞서 대체 야구장을 지어주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아 4년간 중·고·대학교 선수들이 전남과 전북 지역을 떠돌아다니며 리그를 치러야 했다"며 "떠돌이 생활에 대한 모든 비용도 일체 다 학부모들이 부담했다. 시는 대체 야구장을 지어주지도 않고 관련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감정적 비토까지 더해졌다.

한편 무등야구장 리모델링 사업은 현재 공정률 87%를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중 클라이밍장 조성과 인조잔디 설치 등 남은 과정이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에는 국비와 시비 489억 원이 투입됐으며, 지하 2층(1037면) 규모의 주차장과 지상에는 체육 및 편의시설, 산책로 등을 조성한다.

덧붙이는 글 | 광주드림에도 실렸습니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광주드림 한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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