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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자라는 만큼, 신태용 감독도 성장한다

난라다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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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는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세계에서 축구 그 자체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디에고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라는 세계 축구 올타임 베스트11에 확실히 드는 선수를 배출했다. 현재도 브라질과 함께 세계축구의 인력공장이라 불릴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다.

 

그런 아르헨티나를 FIFA 주관 대회에서 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축구의 역사가 증명한다 A대표팀은 아르헨티나를 3번 만나 모두 패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의 1-3 패배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1-4 패배에 나타난 스코어는 양국 축구의 차이였다.

 

연령별 대표팀이라고는 하지만 신태용호에게 아르헨티나전은 거대한 도전이었다. 남미 예선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유럽파까지 수혈해 한국으로 온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경기를 지배하고도 잉글랜드의 결정력에 0-3으로 무너졌다. 신태용 감독은 기니전이 끝난 뒤 “아르헨티나가 독이 바짝 올라 있을 거다. 선수 개인 기량은 잉글랜드보다 더 낫다. 우리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라며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에 대한 신태용 감독의 전술 컨셉은 확고했다. 그는 민첩하고 개인 기술이 좋은 중남미 팀을 상대로는 변형 쓰리백을 가동하겠다고 계속 얘기해왔다.

 

그 중심에는 연세대 소속의 수비형 미드필더 김승우가 있다.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볼 수 있는 김승우를 지난 2월 춘계대학연맹전에서 발견하며 신태용 감독의 對중남미전 전술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3월 온두라스전에 변형 쓰리백의 중심으로 가동된 김승우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가진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도 그 역할을 해 냈다. 공격적인 전개에 의한 맞불을 컨셉으로 잡았던 기니전에는 결장했지만 신태용 감독의 아르헨티나전 구상에는 흔들림 없이 김승우가 있었다.

 

이상민, 정태욱과 함께 출전한 김승우는 영리한 판단을 통해 때로는 쓰리백을, 때로는 전진해 수비형 미드필더를 봤다. 그의 존재는 전후반 내내 빛났다. 전반에 김승우는 상대 패스의 흐름과 결정적인 크로스를 차단했다. 추가골로 이어진 조영욱의 페널티킥 장면에서는 창공을 가르는 정확한 롱패스를 발휘했다. 빌드업에도 능하다던 평가가 들어맞은 순간이었다.

 

후반에는 아르헨티나의 강공을 온 몸으로 막았다. 정태욱이 하늘을 통제하면 김승우와 이상민 등은 공간을 줄였다. ‘간신히 버텼다’는 냉정한 지적도 있지만 아르헨티나가 한국을 상대로 골을 넣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이전에 얼마나 있었을까? 1분 1초가 아까워 스로인을 지체하지 않고, 무려 6명의 선수를 페널티박스 부근에 배치해 크로스와 패스를 올려 대는 아르헨티나를 보며 신태용 감독은 “묘한 쾌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수비진의 대응은 단지 라인을 내려 앉혀서 잠근 게 아니었다. 코칭스태프의 정확한 분석과 그에 맞춘 선수들의 대응이 있었다.

 

김승우에게는 아르헨티나의 8번 에체키엘 팔라시오스에 대한 포어체킹의 임무가 주어졌다. 팔라시오스는 잉글랜드전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를 보며 킬러 패스와 2선에서의 침투를 도맡았다. 신태용 감독이 아르헨티나의 공격 전개를 방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무력화시켜야 하는 선수로 찍었다. 그에 대한 현미경 분석이 이뤄졌다. 경기 후 김승우는 코칭스태프가 준 맞춤 전술을 소개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비디오 분석을 했는데, 8번은 공을 잡으면 일단 오른쪽으로 턴을 하면서 플레이하는 습관이 있다고 하셨죠. 저도 비디오를 보니까 그걸 알 수 있었고, 경기 때 그 선수에게 공이 갈 타이밍이면 붙어서 그 플레이부터 일단 방해했어요.”

 

김승우는 팔라시오스를 전반 45분 동안 완전히 묶었다. 아르헨티나의 우베다 감독은 전반이 끝나자마자 팔라시오스를 뺏다. 신태용호의 분석과 전략의 완승이었다. 

 

 

 

 

신태용호는 후반에 투입된 마르셀로 토레스에게 기습적인 추격골을 허용했다. 후반 5분 시점이었다. 남은 시간 동안 흔들릴 여지가 컸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후반 20분 이후부터는 아예 한국 진영에 6명의 선수를 세우며 끊임 없이 공을 투입했다. 측면을 통한 패스와 크로스 연결,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수비라인을 흔드는 패스로 어떻게든 구멍을 내려고 했다.

 

아르헨티나에게는 코너킥 6개, 프리킥 14개가 있었다. 예리한 킥을 살린 세트피스 상황에서 한국이 당한다면 경기 흐름은 어떻게 갈 지 몰랐다. 그때 공중에는 정태욱이 있었다. 정태욱은 후반 막판 대공세 상황에서 골키퍼 송범근과 함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제공권을 장악했다. 경기 후 그는 “한 경기에서 이렇게 헤딩을 많이 한 적은 처음이다. 그래도 모든 공이 나에게 오길 빌었다”라고 말했다.

 

세트피스 수비는 한국의 약점이었다. 세네갈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2실점을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당시 “오늘 선수들에게 어떤 주문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많이 감췄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허세가 아닌 자신감이었다는 건 기니전과 아르헨티나전에서 증명됐다. 정태욱을 중심으로 한 세트피스 수비는 훌륭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정태욱 역시 맞춤 전술을 주문 받았다. 그에게는 아르헨티나의 세트피스 공격 전술에 대한 분석이 도착했다. 수비수인 6번 마르코스 세네시가 세트피스의 축이었다. 그의 움직임에 이은 2차 공격이나 배후 침투가 게속된다는 것을 분석했다.

 

“다른 선수들이 유인하는 움직임을 하지만 결국 6번을 노린 킥이 1차적으로 올라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6번을 담당하고, 상민이와 승우가 나머지 장신 선수들을 막는 게 기본 전술이었어요. 그게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신태용 감독은 23일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도 선수단과 따로 움직였다. 잉글랜드의 경기를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기니전이 열린 지난 20일에도 미리 경기장에 와서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경기를 지켜봤다. 분석을 담당하는 전경준 코치와 함께 상대의 습관 하나까지 파악하는 신태용식 현미경 분석은 이번 U-20 대표팀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이다.

 

 

 

 

대회를 치르며 선수들만 성장하는 게 아니다. 신태용 감독도 함께 성장한다. 그에게 2016년은 아픔이었다. 카타르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에서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도 일본전 마지막 30분 동안 처참하게 무너졌다.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독일, 멕시코를 넘어 8강에 진출해 놓고 온두라스에게 허무하게 0-1로 패하며 4강 문턱에서 무너졌다.

 

그 두 번의 실패는 신태용 감독을 변화시켰다. 이번 대회에서 신태용 감독은 웃음기를 지웠다. 극도로 차분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인다. 선수 개개인에 대한 평가나 상대를 함부로 도발할 수 있는 답변을 바라는 질문에는 정중하게 사양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에게 ‘아이스 마인드’를 강조했다. 심장은 뜨겁게 뛰어야 하지만 머리 속은 항상 냉철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신태용 감독도 그 냉정과 열정 사이를 적절하게 오가고 있다.

 

“FIFA 주관 대회에서 최초로 3전 전승을 하는 기록 같은 것에는 관심 없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어떤 조건으로 16강에 가는 것이 최상인지 생각해 보겠다. 16강에서 이기고, 8강에서도 이겨야 한다. 실패를 통한 경험이 내 몸 안에 축적됐다. 그걸 거듭하며 감성적인 감독에서 이성적인 감독으로 변해 가고 있다. 우리는 훈련까지는 즐긴다. 경기에서는 이기기 위해 냉정하게 집중한다. 그게 지금의 우리 팀이다.”

 

글=서호정
사진=대한축구협회

기사제공 서호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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