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피츠버그가 올 시즌 개막 로스터에 배지환(24)을 포함한 건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중앙 내야와 중견수 수비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필요했다. 그리고 올해 룰 개정으로 뛰는 야구의 가치가 높아질 것은 누구나 예감할 수 있었다. 배지환은 그 야구에 적합한 선수였다.
4월에는 사실 그 '뛰는 이미지'에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었다. 성적이나 인상이나 모두 그랬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배지환은 4월 한 달 동안 26경기에서 77타수를 소화하는 동안 타율 0.234, 출루율 0.280에 머물렀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605였다. 방망이는 특출난 것이 없었다.
홈런 두 개를 터뜨리기는 했지만 애당초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안타 중 꽤 많은 비중이 내야안타, 혹은 기습번트를 통한 안타였다. 반대로 10번의 도루를 시도해 9번이나 성공시켰다. 배지환의 빠른 발이 상대 배터리를 흔들고, 경기의 판을 흔드는 경우도 있었다.
안타 생산과 도루 등 추가 베이스에서 빠른 발이 돋보였고, 강한 인상도 빠른 발로 만들어낸 건 부인할 수 없었다. 반대로 타격 성적이 처지니 자연히 '발만 빠른 선수'라는 이미지가 붙은 것이다. 그러나 5월의 배지환은 사뭇 다른 선수다. 더 이상 발만 빠르다고 폄하할 만한 선수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배지환은 5월 24경기, 69타수에서 타율 0.304(69타수 21안타)를 기록했다. 볼넷도 차분하게 골라 출루율은 0.360, 장타율도 0.391로 좋아졌다. 5월 OPS는 0.751로, 5월 성적만 놓고 보면 리그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여전히 발로 만드는 안타가 있기는 하지만, 좌완을 상대로 좋은 콘택트로 밀어치는 타구의 질이 좋아지면서 안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발만 가지고 월간 타율 0.304를 기록할 수는 없는 일이다. 레그킥을 줄이고 콘택트에 조금 더 집중하면서 타율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한국인 타자 중 월간 70타석 이상을 소화하면서 타율 3할을 달성한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추신수(현 SSG)가 수차례 기록하기는 했으나 나머지 선수들은 생각보다 이 기록에 많이 다다르지 못했다. 추신수 이외에 월간 타율 3할 이상(70타석 이상)을 기록한 한국 국적의 선수는 4명이 있었다. 배지환이 5번째다.
강정호가 2015년 7월에 97타석에 들어서 타율 0.379, OPS 1.064의 대활약을 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강정호도 그 이후로는 월간 타율 3할 이상이 없었다. 김현수(현 LG)는 2016년 6월 83타석에서 타율 0.333을 기록했다. 김현수 역시 월간 타율 3할 이상은 당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제법 오래 뛴 최지만(31‧피츠버그)도 2022년 6월 84타석에서 타율 0.310을 기록한 게 처음이었고, 현재로서는 유일한 사례다. 김하성은 2022년 7월 78타석에서 타율 0.314를 기록했다. 추신수 강정호 김현수 최지만 김하성에 이어 배지환이 6번째로 이 기록을 세운 것이다.
물론 너무 의욕을 부리다 주루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도루 성공률도 시즌 초반에 비하면 뚝 떨어졌다. 수비 실수도 나온다. 그러나 피츠버그 관계자들의 말대로 배지환은 아직 배우는 루키다. 대다수 선수들이 이러면서 성장한다.
배지환이 매 시즌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재능은 아니지만, 이 정도 타율과 도루 능력, 수비 활용성이라는 삼박자가 안정을 찾는다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는 선수가 된다. 5월에 자신감을 찾은 만큼 6월에는 더 좋은 성적도 기대할 만하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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