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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항의한 김연경에게 '버럭' 김호철 감독..."감독님한테 한거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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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삼산, 권수연 기자) "왜 나한테 그래요?"

지난 1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김연경 파워'로 1위를 눈 앞에 두고 있던 승점 60점의 흥국생명이지만 이 날 제대로 된 경기력을 펼치지 못하며 기업은행에 1-3 패배, 결국 시즌 첫 1위로 오르는데 실패했다. 전날 현대건설이 페퍼저축은행에게 잡힌 이후 이틀 연속 일어난 대이변이었다. 

초반부터 흥국생명의 코트 분위기는 눈에 띌 정도로 어수선했다. 앞서서는 1위 등극을 자신할 정도로 상황이 유리했지만 이상하게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3세트를 듀스 접전으로 겨우 따냈지만 1, 2, 4세트에서는 허무하게 게임을 내줬다. 김연경과 옐레나의 공격화력이 잘 풀리지 않았고 이원정의 토스 또한 흔들렸다.

그러나 경기내용 외적으로 더 큰 문제가 두드러졌다. 이 날, 경기 중반 기업은행 김호철 감독과 김연경의 시비 논란이 있었다. 3세트 7-4로 흥국생명이 앞서던 랠리 도중 상대팀 이솔아 더블컨택 시비에 대한 항의가 한 차례 있었다.

주장 김미연이 주심에게 가장 먼저 나서며 항의에 들어갔고 그 뒤를 따라 김연경이 다소 강한 몸짓으로 판정 항의에 나섰다. 



지난 11일, 3세트 경기를 치르던 도중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이 김연경에게 항의하고 있다, KBS 중계화면

 

흥국생명 김연경, KOVO

심판진과 악수를 나누는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KOVO

 



문제는 그 이후였다. 김연경의 제스처를 오해한 김호철 감독이 김연경을 거칠게 저격했던 것이다. 

한 차례 작전타임을 가진 후 팀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다시 경기를 재개하려 했으나 김호철 감독이 마스크를 내리며 김연경에게 다시 화를 내는 모습이 보였다. 

이에 울컥한 김연경이 "감독님한테 한 항의가 아닌데 왜 나한테 그러느냐"며 반박에 나섰다. 지나치게 흥분한 김 감독은 네트 너머에서 김연경의 제스처를 두세번에 걸쳐 따라하며 도발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선수들과 김대경 감독대행이 달려와 김연경을 달래고 나서야 겨우 경기가 원위치로 돌아갔다. 기업은행 주장인 신연경 역시 멋쩍은 미소로 김 감독을 바라봤다. 아무튼 경기를 이어가야했다.

이후 김연경은 표정을 가다듬으며 경기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호철 감독은 벌개진 얼굴을 마스크로 가렸지만 격앙된 표정은 좀처럼 숨길 수 없었다.

선수가 경기 도중 심판에게 판정 항의에 나서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지기도 한다. 다만 판정 시비는 선수, 감독이 오롯이 심판진을 거쳐 항의해야하는 문제다.

당시 상황처럼 상대팀, 그것도 감독이 코트 안의 선수를 직접 저격하고 몸동작까지 두세번씩 따라하며 과도한 도발을 보이는 것은 배구판 어른이자 사령탑으로써 성숙한 처사라고 보기 어렵다. 당시 현장을 지켜보던 중계진 역시 "너무 흥분해있는데 침착해야한다"며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평소 엄격하고 따끔한 지도로 '버럭 호철', '호랑이 감독' 등의 별명을 가진 김 감독이지만 이 상황만큼은 '버럭'이 나올 타이밍이 아니었다.

설령 정말로 김연경이 과도하게 항의를 했다고 생각이 들어도 심판에게 먼저 알리고 심판 선에서 규율에 따라 부당하다 판단되면 주의 조치를 내리는 것이 정석이다. 이를 경기 도중에, 그것도 선수와 직접 싸워서 해결하려고 들면 곤란하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겠다, 둘 다 잘못이었다"는 멋쩍은 대답을 내놓으며 직접적인 해명을 회피했다. 

문제의 발단과 원흉은 모두 오심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사후대처도 아쉽기 그지없었다. 사실상 주말 오후 즐거운 경기를 보기 위해 찾아온 5,800명 만원 관중 앞에서 보여서는 안될 모습이었다.

한편, 흥국생명은 오는 15일 홈에서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기업은행은 다음날인 16일 GS칼텍스와 홈에서 대결한다. 


 

기사제공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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