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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진식-우세진' 옛 추억? 거포 계보 끊긴 男배구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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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왼쪽)과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김호철(63) 남자 배구 대표 팀 감독은 올해 국가 대표 소집을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냈다. 무엇보다 한국 남자 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 발굴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고등학교 대회를 직접 관전하는 것은 물론 대학을 다니며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이 보이는 선수 물색에 나섰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대학 선수들은 '대학스포츠운영규정'에 따른 출석 일수를 채워야 학점을 받는다. 또 봄부터 가을까지 대학 리그가 진행된다. 김 감독은 "과거 대학 선수들이 중심이 된 대표 팀 소집은 현재는 어렵다. 이번 겨울에 점찍어둔 대학 선수들을 모아서 테스트를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런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유는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를 키우기 위해서다. 여자 배구의 경우 세계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김연경(30, 터키 엑자시바시)의 존재감으로 올림픽에 2회 출전(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했다. 반면 남자 배구는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올림픽 본선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대대로 이어진 '거포 계보'가 끊겼다는 점이다.

한국 남자 배구는 강만수 강윤창 시대부터 이상렬, 하종화, 마낙길, 임도헌, 김세진, 신진식이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배출했다. 이들은 국내 대회는 물론 국제 대회에서도 위협적인 공격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 최고 공격수로 불리는 문성민(32, 현대캐피탈)이 서른을 훌쩍 넘었다. 차세대 기대주로 불린 전광인(27, 현대캐피탈)도 2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올해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이하 VNL) 남자부에 출전한 상당수 국가는 젊은 선수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선배 못지않은 강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이와 비교해 프로 팀 선수로 구성된 한국은 VNL 1주차 세 경기(폴란드, 캐나다, 러시아)에서 모두 0-3으로 완패했다. 세계 남자 배구의 벽은 여전히 높다. 유럽과 북미 선수들과 비교해 아시아권 선수들이 열세를 보이는 체격 조건은 어쩔 수 없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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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NL 한국과 러시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김호철 남자 배구 대표 팀 감독 ⓒ FIVB 재공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국제 무대에서 인상적인 기량을 펼치는 거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자 배구 거포 계보가 끊긴 점에 대해 김호철 감독은 "이 문제는 배구인들이 모두 반성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한 배구 관계자는 "여자 배구의 경우 김연경을 중심으로 뭉치는 문화가 정착했다. 이런 영향은 국제 대회에서도 투지 있게 하려는 의지로 나타난다. 그러나 남자 대표 팀은 중심이 될 세계적인 선수가 없다"며 남자 배구의 현주소를 꼬집었다. 

김세진(44, OK저축은행), 신진식(43, 삼성화재) 감독이 활약했던 과거와 현재의 풍토는 많이 바뀌었다. 김호철 감독은 "기나긴 리그가 끝난 뒤 선수들을 소집하면 많이 지쳐있고 부상도 있다. 이들이 대표 팀에 들어오려고 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젊은 선수 발굴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구를 하려는 유망주들은 점점 줄고 있다. 과거 두꺼웠던 선수층이 얇아지며 눈에 띌 만한 대형 유망주들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전히 서른을 훌쩍 넘은 노장 선수들이 국내 V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배구 선수들의 생명력이 길어지고 노장 선수들의 자기 관리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뛰어난 젊은 공격수들이 등장하지 않는 점도 이런 현상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선수가 지배하는 국내 V리그의 풍토도 ‘대형 거포’ 부재에 영향을 줬다. 한 배구 관계자는 "대학 선수가 프로 구단에 입단하면 외국인 선수 때문에 자신의 포지션이 애매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이 뛰어야할 포지션이 자주 바뀌고 선발 출전 기회도 많지 않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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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NL 러시아와 경기에서 팀 최다인 15점을 올리며 선전한 서재덕 ⓒ FIVB 제공

 



각 팀의 전력 극대화를 위해 외국인 선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예전과 비교해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줄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2017~2018 시즌 남자부 득점 순위 1위부터 5위는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 활용을 위한 전력 극대화는 물론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또한 대학 선수들이 국제 대회를 거치면서 성장의 발판을 넓혀나갈 풍토도 필요하다. 김호철 감독은 “아직 대학에서도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없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키워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남자 배구는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망망대해를 헤맸다. 새로운 유망주 발굴 및 국제 대회 준비에 소홀했던 문제점은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배구 관계자는 "대표 팀 체계가 어느 정도 갖춰진 것은 올해부터다. 남자 배구는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가 보이는 팀으로 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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