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수원, 김민경 기자] 겁 없는 영건. 두산 베어스 우완 정철원(24)을 대표하는 수식어다. 평소 마운드 위에서는 이 태도로 박수를 받았지만,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만큼은 모든 행동을 조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철원은 2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기간 투수조 선배 김광현(35, SSG 랜더스)과 유흥업소인 스낵바에서 술을 마신 게 문제가 됐다. 정철원은 3월 10일 한일전을 마친 뒤 한 차례 김광현과 술을 마셨다고 밝혔다. KBO는 해당 선수들의 대표팀 품위 손상 여부를 두고 철저히 조사해 징계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정철원을 술자리로 데려갔을 김광현의 문제가 더 크다고 한다. 대선배 김광현의 제안을 후배로서 뿌리치지 못했을 것이란 것. 그러나 김광현만 탓할 일은 아니다. 제안을 뿌리치지 않은 것도 가서 술을 마신 것도 정철원 본인이다.
한일전 선발투수였던 김광현은 사실상 대회 등판을 모두 마친 상태였지만, 정철원은 남은 체코전과 중국전 등판을 준비해야 하는 선수였다. 다음 날이 휴식일이었어도 조심할 필요는 있었다. 당시 대표팀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외출은 절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성적이 나빠 여론이 좋지 않으니 눈치껏 행동하란 뜻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두 선수는 선수단과 약속을 끝내 어겼다.
정철원은 1일 "대표팀의 좋지 않은 성적에 많은 분들이 실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 말았다. 야구 팬들과 모든 분들께 너무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고 사과했다.
2개월 전 김광현과 술잔을 기울인 대가는 컸다. 정철원이 이탈하면서 소속팀 두산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두산은 현재 선발투수 딜런 파일-최원준-곽빈이 동시에 자리를 비워 마운드가 많이 헐거워진 상태다. 장원준-박신지 등이 대체 선발을 준비하고 있어 불펜이 조금 더 탄탄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와중에 셋업맨 정철원이 불미스러운 일로 자리를 비웠으니 손해가 크다.
두산 구단은 그래도 당장은 정철원 없이 시즌을 치르는 쪽을 선택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이에 동의했다. 이 감독은 "지금 경기에 나가는 것보다는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판단했다. (징계와 관련해) 아무것도 나온 상태는 아니지만, 구단과 이야기해 본 결과 지금은 조금 자숙할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철원은 안산공고를 졸업하고 2018년 두산에 입단해 2021년까지는 1군 등판이 없었던 선수다. 2라운드에 지명될 정도로 재능은 있었으나 구속을 끌어올리고, 체격을 키우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프로 입단 5년째였던 지난해 시속 150㎞를 웃도는 직구를 무섭게 꽂으며 58경기, 4승, 3세이브, 23홀드, 72⅔이닝,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올해는 WBC 대표로 발탁되면서 생애 첫 태극마크까지 계속해서 탄탄대로를 달렸다. 뒤늦게 성공을 맛본 만큼 더 조심해야 했으나 정철원은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정철원은 일단 KBO의 징계가 확정될 때까지는 근신할 예정이다. 2군 등판 계획도 없다. 정철원은 KBO의 징계를 받으면 술자리 파문의 주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선수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겁 없는 행동의 대가가 이렇게 크다.
정철원은 "KBO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어떠한 처벌과 질책이든 모두 달게 받겠다. 앞으로는 그라운드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모범이 되고, 팬들께 실망시키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 프로선수로서, 공인으로서, 겸손하고 성실하게 행동하겠다"고 했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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