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크게 될 선수"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장안고를 재학 중이던 손성빈을 지명했다. 손성빈은 2020년 최고의 포수 유망주에게 주어지는 '이만수 포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고, 롯데의 선택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1년 1군에서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6으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뒤 상무에 입대했다.
당시 롯데는 확실한 주전 포수는 없지만, 여러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시기. 그렇다고 손성빈에게 많은 기회를 줄 상황도 아니었던 만큼 빠르게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갔다. 당초 현역으로 입대 할 에정이었던 손성빈이지만, 운 좋게 상무에 합격하게 돼 2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뛰며 실력을 갈고 닦았다.
손성빈은 2022년 상무에서 69경기에 출전해 39안타 1홈런 31타점 30득점 타율 0.285 OPS 0.831을 기록했고, 전역을 앞둔 상황이었던 올해는 시즌 초반 4할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등 29경기에서 29안타 1홈런 24타점 15득점 타율 0.330 OPS 0.882의 우수한 성적을 남긴 뒤 최근 만기 전역했다. 그리고 곧바로 1군에 합류해 조금씩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다.
2군에서는 타격적인 면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지만, 손성빈은 현재 1군에서 '수비력'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짧은 팝 타임과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2루 베이스를 훔치기 위해 뛰는 주자들을 100% 확률로 잡아내는 중이다. 롯데로 돌아온 뒤 처음 선발로 포수마스크를 쓴 지난달 16일 SSG 랜더스전, 3회말 1사 1, 3루에서 기예르모 에레디아(SSG)를 저격해냈다.
당시 손성빈의 송구는 유격수 이학주가 따로 태그를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르고 정확했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배영수 투수코치(現 2군 총괄 코치)는 "와~"라는 감탄사를 쏟아내며 활짝 웃었다. KBO리그에서 138승을 수확했던 레전드 코치의 눈에도 손성빈의 송구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손성빈의 '레이저 송구'는 머지않아 또 한 번 나왔다. 바로 지난달 25일 LG 트윈스전. 당시 손성빈은 올 시즌 15개의 도루를 기록 중인 문성주(LG)를 잡아냈다. 스타트가 워낙 빨랐던 만큼 세이프 판정을 받아낼 것처럼 보였지만, 손성빈의 짧은 팝 타임과 강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LG전 손성빈의 송구는 138.8km, 팝 타임 또한 1.82초에 불과했다.
당시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문성주는 "그냥 살았다고 생각을 했다. 스타트가 빨랐다고 생각을 했는데, 너무 여유 있게 잡혔다"며 "스트레일리 선수의 투구 템포가 일정하다고 생각했다. 나를 잘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뛰었는데, 손성빈의 송구가 너무나 좋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손성빈의 도루저지 능력은 2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돋보였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3회초 1루 주자였던 이유찬이 2루 베이스를 훔치기 위해 도루를 시도했다. 이때 손성빈은 또 한 번 '레이저 송구'를 쏘며 주자를 지워냈다. 2루심의 아웃 판정이 나온 뒤 손성빈은 주먹을 힘껏 쥐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현역 시절 2100안타의 고지를 밥은 장성호 해설위원은 "(주자의) 스타트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송구가 정확하고 빠르다 보니, 접전으로 보이지만 여유 있게 아웃을 시켰다. 수비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며 "공을 던질 때 정통 오버핸드가 아닌 스리쿼터로 던진다. 저 각도면 2루 쪽에서 송구가 테일링이 걸려서 볼끝의 움직임이 있는데, 송구가 워낙 빨라서 휘어져 나가는 각도가 적다. 두산이 1루로 나가면 2루 쪽으로는 뛸 수 없을 것 같다. 너무나도 강력한 송구였다. 못 뛸 것 같다"고 극찬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2일 경기에 앞서 "손성빈이 비록 안타는 없지만, 세 번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냈는데, 다 야수 정면으로 가면서 잡혔다. 하지만 강한 타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어프로치가 좋다는 뜻이고, 자신의 존을 공격적으로 스윙해 주고 있다"며 무안타에도 루키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고, 손성빈은 8경기 만에 첫 안타까지 신고했다.
사령탑은 "손성빈은 좋은 포수다. 앞으로 타격 쪽에서도 타점을 많이 올릴 수 있는 타자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팀 배팅을 조금 더 배워야 한다. 상황에 한 베이스 더 보내줄 수 있는 타격, 우측으로 타구를 만들 줄 아는 선수가 돼야 한다. 미래와 현재의 재능으로만 봐도 3~5번의 중심타선을 칠 재능을 갖고 있다. 손성빈이 '크게 될 선수'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유강남을 영입하기 전까지 롯데는 수년간 안방마님 고민에 시달렸다. 아직 배우고 다듬고 성장해야 할 요소는 분명하지만, 올해 선발로 출전한 세 경기에서 3번의 도루자를 만들어내는 모습 등을 봤을 때 롯데가 매우 훌륭한 포수 자원을 손에 넣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 첫 도루 저징에 성공한 손성빈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배영수 코치, 손성빈의 송구에 아웃되는 이유찬, 복귀 첫 안타를 터뜨린 손성빈. 사진 = 마이데일리 DB, 롯데 자이언츠 제공]
기사제공 마이데일리
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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