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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는 결국 거짓말이었나...' WBC 대표팀 음주 파문, 왜 팬들은 분노하는가

조아라유 0

[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SSG 김광현이 1일 인천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NC 이용찬이 1일 창원NC파크 인터뷰실에서 WBC 술자리 파문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두산 정철원이 1일 창원NC파크 인터뷰실에서 최근 WBC 술자리 파문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음주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결국 김광현(35·SSG 랜더스), 이용찬(34·NC 다이노스), 정철원(24·두산 베어스)이 음주 사실을 시인하고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김광현은 지난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를 앞두고, 이용찬과 정철원은 같은 날 창원NC파크에서 열릴 예정(우천으로 취소)이었던 두산 베어스-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최근 파문을 일으킨 음주 사건에 대해 구단을 통해 사과했다.

WBC 대회가 끝난 지 약 2개월이 지난 가운데, 뒤늦게 일부 WBC 대표팀 선수들의 음주 논란이 불거졌다. 한 매체는 지난달 30일 "한 유튜브 채널 방송을 토대로 추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각 구단에서 선발 에이스나 불펜 에이스로 활약하는 정상급 투수 3명이 지난 3월 8일 밤부터 11일 새벽까지 도쿄 아카사카에 위치한 한 술집에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A 구단의 간판 선발 투수 B씨가 C 구단의 우완 불펜 투수 D씨를 데리고 3월 8일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셨다. 10일 밤에도 해당 술집을 찾아 다음 날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E 구단의 우완 마무리 투수 F씨는 3월 9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해당 술집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보도 이후 KBO와 각 구단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전날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30일 경기 도중, 혹은 경기가 끝난 뒤부터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그 정도로 사안이 컸다. KBO는 31일 오전 "각 선수에게 경위서를 제출받고 그에 따라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한 뒤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어긋남이 있다면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같은 날 오후에는 "KBO는 금일 3개 팀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3명의 선수는 대회 기간 경기가 있는 전날 밤, 스낵바에 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날(3월 7일)과 휴식일 전날(3월 10일)에 해당 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있음을 밝혔다"고 했다.

KBO가 선수 3명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미 야구계에서는 특정 선수들의 이름이 언급된 상황이었다. 결국 김광현과 이용찬, 정철원이 직접 팬들 앞에 고개를 숙이면서 음주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3 WBC 대회에 출전했던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 /사진=뉴스1

한국야구위원회. /사진=뉴스1

 

 

김광현은 "WBC 대회 기간에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사과의 말씀을 전달해 드리고자 미디어와 팬들 앞에 서게 됐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가대표 대회 기간에 생각 없이 행동했다는 점에 대해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분, 미디어 및 야구 선후배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팀의 베테랑으로서 생각이 아주 짧았고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한 점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건에 대해 "계속해서 KBO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이번을 계기로 깊이 반성하여 다시는 야구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을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하겠다.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야구를 좋아하고 사랑해주시는 팬들과 미디어, 그리고 야구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이용찬도 "먼저 국가대표로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팬 분들과 모든 관계자분들께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 이번 대회 기간 중 휴식일 전날(3월 10일 일본전 직후) 지인과 함께 도쿄 소재 한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고, 인근 주점으로 이동해 2시간가량 머무른 후 곧바로 숙소에 귀가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국제대회 기간 중 음주를 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KBO에서 이뤄지는 절차에 성실히 응하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 앞으로 프로선수로서 더욱 신중히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광현과 함께 술자리를 했던 정철원도 고개를 숙였다. 정철원은 "WBC 대회 중인 3월 10일 일본전이 끝나고 (김광현 형과) 술자리를 가졌다. 대표팀의 좋지 않은 성적에 많은 분들이 실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 말았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솔한 행동이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저 자신이 부끄럽다. 태극마크라는 영광스러운 훈장을 받았던 만큼 더욱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했지만, 팬들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렸다. KBO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어떠한 처벌과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다만 정철원은 "일본전이 끝나고 술을 마신 건 사실이지만, 결코 여성은 근처에 있지 않았다"면서 접대부와 동석했다는 설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일단 이름이 오르내렸던 3명이 직접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했다. SSG는 당초 1일 삼성전에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울 예정이었으나, 해당 사건이 불거지자 백승건으로 선발 투수를 교체했다. 이어 SSG 구단은 김광현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반면 NC와 두산은 이용찬과 정철원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지 않았다.

WBC 대회 기간 대표팀 선수들이 부담감에 짓눌려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 야구의 흥행을 위해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나섰기에, 당연히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었던 대표팀 선수들이었다.

반면 일본 WBC 대표팀은 달랐다. 그들은 대회를 며칠 앞두고 회식까지 하면서 선수단 단합을 도모했다. 당시 다르빗슈 유와 오타니 쇼헤이 등은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오사카에 위치한 한 식당에 모여 회식한 모습을 공개했다. 오타니는 "팬 여러분, 함께 힘냅시다"라고 적으며 많은 일본 팬들의 응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다르빗슈와 오타니가 개인 SNS를 통해 공개했던 일본 대표팀 회식 모습. /사진=오타니 쇼헤이 SNS

 

 

이에 대해 김광현도 대회 기간 도중 자신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김광현은 8일 오전 도쿄돔에서 진행된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일본 대표팀의 회식 이야기에 대해 "회식했나요"라고 반문한 뒤 "저희는 좋은 성적을 내야 회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경기 전에 하면 말이 또 나올 수 있다. 늘 우리는 조심스럽다. 눈치 보는 게 일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말했던 김광현은 이 발언을 하기 전날인 7일 술자리에 참석했던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영광의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그의 말과 행동은 달랐고, 결국 팬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일본처럼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회식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또 김광현이 고등학교 후배 정철원에게 밥을 사고 싶었다면 굳이 스낵바가 아니라,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같이해도 충분한 일이었다.

김하성 역시 당시 대회를 마친 뒤 일본의 회식 자리에 대한 질문에 "저도 다르빗슈의 SNS를 보면서 알게 됐다. 저희(한국)는 그런 게 없었다. 저도 3년 만에 대표팀에 왔지만, 밖에 나가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었다. 결국 그런 분위기도, 저희 선수들의 성적이 안 좋아 그렇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제 공은 다시 KBO로 넘어갔다. KBO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소집 기간 중 음주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았다. 다만 소집 기간 중 국가 대표로서 포괄적으로 명예와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KBO 규약 국가대표 운영 의무 규정의 위반 소지는 있다. KBO 규약 국가대표 운영 규정 제13조 [징계] 항(3. 다)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명시돼 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을 대상으로 스포츠윤리센터가 교육을 실시 모습. /사진=스포츠윤리센터 제공

 

 

무조건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그저 무책임한 방기가 될 수 있다. 향후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KBO와 구단 차원에서 더욱 철저하게 교육하고 지도해야 한다. 올해 스포츠윤리센터가 각 구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최근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구단 1, 2군 선수단 및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포츠 인권 및 윤리, 성폭력 및 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 이런 행위는 선수 개인 및 리그 전체를 넘어 스포츠 전반을 뒤흔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에도 선수들의 계속된 일탈에 KBO와 각 구단은 매번 인성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일각에서는 징계 수위를 더욱 강화하자는 이야기를 한다. 김인식 전 감독은 2년 전, 2020 도쿄올림픽 대회가 끝난 뒤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징계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선수들을 가르칠 때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요즘은 선수들이 너무 눈치를 안 보는 것 같다. 선수들 스스로 '내가 이런 짓을 하다 걸리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의 보편적인 상식선 안에서 산다는 마음가짐을 늘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한 바 있다.



대표팀 감독 당시 김인식 감독의 모습.

 

 

기사제공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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