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외국인' kt 로하스, 제2의 댄 블랙 될까

[OSEN=최익래 기자] kt가 새 외국인 타자로 멜 로하스 주니어(27)을 데려왔다. 2015년 누렸던 '댄 블랙 효과'를 또 한 번 재현한다면 충분히 성공작이 될 전망이다.

kt는 지난 20일 외국인 타자 조니 모넬을 웨이버 공시했다. 90만 달러(약 10억 원)를 안겨주며 기대를 드러냈지만 모넬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모넬은 28경기서 타율 1할6푼5리, 9타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김진욱 kt 감독은 그를 한 차례 1군에서 말소하며 배려했지만 반등의 기미는 없었다.

결국 kt는 그를 웨이버 공시하며 칼을 빼들었다. 그리고 약 20일의 시간이 지난 뒤 로하스를 데려왔다. 로하스는 2010년 피츠버그에 3라운드로 입단한 후, 마이너리그에서 8시즌째 활약 중이고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미니카공화국 국가대표로도 출전했다. 올 시즌 애틀란타 산하 트리플 A팀인 귀넷 브레이브스 소속으로, 9일 현재 54경기 212타수 55안타 타율 2할5푼9리, 6홈런, 31타점을 기록했다. 개인 통산 849경기에서 3,039타수 780안타 타율 2할5푼7리, 46홈런, 328타점을 남겼다.

대체 외국인 타자로 재미를 봤던 kt는 로하스에게 같은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kt는 1군 진입 첫 해인 2015년, 외국인 선수 슬롯을 투수 세 명과 타자 한 명으로 채웠다. 마운드 높이가 낮았던 탓에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비쳤다. 2014시즌 퓨처스리그 시절부터 함께 했던 앤디 시스코는 물론 필 어윈, 크리스 옥스프링으로 선발진을 꾸렸다. 타자 슬롯은 3루수 앤디 마르테에게 할애하며 공수 안정을 꾀했다.

마르테 카드는 성공적이었다. 마르테는 2015시즌 타율 3할4푼8리, OPS(출루율+장타율) 0.983, 20홈런, 89타점으로 kt의 중심 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마르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시스코가 17경기에 출장해 39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6.23으로 부진했다.

결국 kt는 5월말 외국인 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투수 시스코를 방출하는 대신 타자 댄 블랙을 데려왔다. 6월 4일 1군에 합류한 댄 블랙은 SK와 데뷔전에서 3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이어 같은 달 10일 사직 롯데전서는 연장 10회 역전 결승 장외홈런을 때려냈다. 사직구장 최초 좌타자 장외홈런. kt는 댄 블랙의 맹활약을 앞세워 사직에서 롯데에 스윕 승을 거뒀다.

댄 블랙은 마르테와 함께 '마블 듀오'라고 불리며 kt 타선을 이끌었다. 그러나 7월 손목 실금 부상을 당한 댄 블랙은 한 달 이상 결장했다. 그럼에도 2015시즌 성적은 54경기 출장 타율 3할3푼3리, OPS 0.989, 12홈런, 32타점.

특히 댄 블랙이 나선 경기와 그렇지 않은 날의 파괴력은 천지 차이였다. kt는 댄 블랙이 출장한 54경기서 24승 29패 1무를 기록했다. 승률은 4할5푼3리. 블랙이 출장하지 않은 90경기서는 28승 62패를 거뒀다. 승률은 3할1푼1리. 댄 블랙 혼자서 승리를 이끌었다고 하면 과장이다. 하지만 댄 블랙 출장 여부에 따라 승률이 1할4푼 가까이 널뛰었다는 점은 그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kt는 올 시즌 팀 타율 2할6푼7(8위), 팀 홈런 40개(9위)에 머물고 있다. 팀OPS(출루율+장타율)은 0.714로 리그 꼴찌다. 사실상 타격에서는 큰 경쟁력이 없는 셈이다. 모넬이 외인 타자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타선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호타준족의 로하스가 팀 공격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면 반등을 꾀할 수 있다.

로하스가 제2의 댄 블랙이 되어 kt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까. 스위치 히터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제 고작 58경기. 승부수를 던지기에 늦은 시간은 아니다. 

[사진] 로하스(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댄 블랙(아래).
 

기사제공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