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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욕설 지도자는 이제 그만…'방구뽕' 아저씨, 어린이 야구를 구해주세요 [춘추 아마야구]

주간관리자 0

-한국 유소년야구 대표팀 감독의 폭언, 인종차별 발언 생중계돼 큰 논란
-과거부터 폭력, 폭언 만연한 유소년 야구…폭력은 줄었지만 강압적 문화는 그대로
-"어린이 야구에선 승리가 최우선이면 안돼…야구 통해 인생 배우고 즐기는 기회 돼야"

 

어린이 해방군을 이끄는 방구뽕 씨(사진=ENA)

 



[스포츠춘추]

"하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둘,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셋,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9화에는 자신을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이라 칭하는 '방구뽕'이란 인물이 나온다. 소파 방정환 선생과 운동가 변해문 선생을 재해석한 이 캐릭터는 대치동 사교육 감옥에 갇힌 아이들에게 놀이를 통해 짧은 해방을 선사한다.

비록 세상을 그를 '미성년자 약취 유인'으로 단죄하지만, 어린이 해방에 대한 방구뽕의 신념은 흔들림이 없다. 법정에 나온 어린이들도 방구뽕의 편에 선다. 변호사 우영우가 한 아이에게 '방구뽕과 또 놀고 싶어요?'라고 묻자 아이는 귓속말로 "맨날 맨날 놀고 싶어요. 해방되고 싶어요"라고 진심을 털어놓는다.

선수 향한 폭언, 인종차별 발언, 스포츠맨십 실종…국제대회에서 추태 보인 유소년 대표팀 감독



유소년 야구, 리틀야구에서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스포츠맨십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사진은 과거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대회에서 경기후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는 선수들의 모습(사진=스포츠춘추 DB)

 



최근 큰 논란이 된 한국 유소년야구 대표팀 감독의 폭언, 인종차별 발언 행태를 보면서 한국 학생야구에도 '방구뽕' 같은 해방군 사령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일 타이완에서 열린 세계야구연맹(WBSC) U-12 야구 월드컵 도미니카공화국 전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이 아무개 감독(의왕 B초)은 경기 내내 어린이 선수들을 향해 고함치고 폭언을 퍼부으며 윽박질렀다.

7회초 승부치기 공격에서 인필드 플라이 때 실수로 아웃카운트가 늘어나자 이 모 감독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뭐하냐? 바보야"라고 외치는 감독의 괴성에 선수들은 열중쉬어 자세로 잔뜩 얼어붙은 채 감독의 분노를 받아냈다.

7회말을 앞둔 공수교대 때는 "야! 죽여버려! 얼굴 시커먼 거에 흔들리지 마! 네가 더 시커머니까!"라며 도미니카 어린이들의 피부색을 들먹이는 인종차별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4대 5로 경기에 패한 뒤에도 상대팀과 인사를 나누며 축하를 건네는 스포츠맨십은 어디다 팔아치우고 왔는지, 혼자서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패배로 속상한 아이들을 다독여 주는 어른의 모습도 찾아볼 길이 없었다. 이런 추한 모습이 고스란히 생중계를 통해 전세계로 방송됐다.

이날 경기를 라이브로 지켜본 야구계 관계자들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 모 감독은 유소년야구 지도자로서 자질 미달"이라고 일갈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중에 아이들이 상대에게 비신사적 행위를 하는 걸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지도자가 먼저 상대를 비하하고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언행을 보였다. 아이들을 끊임없이 겁주고 혼내는 행동도 문제다. 저런 지도자 아래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오면 그게 이상한 일"이라며 "어떻게 저런 사람을 대표팀 감독으로 뽑았나?"라고 비판했다.

야구선수 학부모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최승표 코치라운드 대표는 SNS에 문제의 영상을 공유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유소년 대표팀 감독의 모습을 보며 깊은 슬픔이 올라온다'고 적었다. 같은 글이 올라온 카페에는 선수 학부모들이 댓글을 달아 '아이들이 너무 주눅이 들어 보인다' '우리 아이들 야구환경이 이렇다니 창피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 모 감독은 10년 이상 유소년 지도자로 활동한 인물로 이번 사건 전까지는 유소년 야구계 '명장'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국제대회에서 선수들을 다그치고 윽박지르는 본모습이 생생하게 공개됐다. 한 야구인은 "모두가 보는 중계방송에서도 저 정도인데,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라고 지적했다.

폭언 감독, '개인의 일탈' 아니다…"유소년 야구 가보면 비슷한 지도자 흔해"



어린이 야구에서 중요한 가치는 승리만이 아니다(사진=스포츠춘추 DB)

 



한국 학생야구에서 이 아무개 감독 같은 지도자가 결코 '극소수'나 '일부'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실 유소년 야구 지도자의 폭언과 폭력은 뿌리 깊은 문제다. 프로야구 선수들과 인터뷰해보면 하나같이 초등학교 시절 맞으면서 운동한 얘기, 더 맞다가는 죽을 것 같아서 도망갔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맞기 싫어서 초등학교 대신 리틀야구를 선택했다는 선수도 꽤 많다. 지금은 과거보다 폭력 지도자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강압적인 문화는 남아 있다.

리틀야구라고 크게 다르지도 않다. 몇 해 전 미국에서 열린 리틀월드시리즈 대회 때 한국과 상대한 팀의 지도자, 관계자들은 한국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관계자는 "당신네 지도자는 왜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느냐"고 한국 기자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한 아마야구 선수 학부모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이번에 문제 된 감독 같은 사람은 유소년 야구에서 흔한 사례다. 한번 유소년이든 리틀이든 경기장에 가서 감독의 행태를 유심히 관찰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표팀 감독은 그냥 '평균'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한 아마야구 관계자도 "가끔은 드론 같은 걸 동원해서 '한국 유소년 야구의 민낯'을 낱낱이 촬영해 폭로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아이들에게 못할 말을 퍼붓고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지도자가 아직도 정말 많다.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유소년 야구에 만연한 문제"라고 했다.

야구를 처음 배우는 유소년 단계부터 승리지상주의를 강요받는, 그래서 야구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다른 나라 어린이들은 이렇지 않다. 유소년 대회와는 다르지만 2014년 일본 리틀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이 좋은 예다.

당시 일본은 인터내셔널 조 결승에서 한국과 만나 3대 12로 대패했다. 하지만 일본 어린이들은 경기 후 한국 선수단에 찾아와 진심 어린 축하 인사를 건넸고, 한국 어린이들과 친구가 됐다. 결승에선 단체로 한국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한국 친구들을 응원했다.

앞의 아마야구 관계자는 "어린이 야구에서는 승리를 최우선 가치로 추구해선 안 된다. 아이들은 승패를 떠나 사람들간의 관계를 통해 삶을 배우고, 서로를 배려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성장한다. 유소년 야구는 승패보다 경기와 도전 자체를 즐기고, 승리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배우는 기회"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체 우리 어린이들은 언제까지 지도자에게 혼나고, 주눅이 들고, 잔뜩 얼어붙은 채로 경기해야 하나. 벌써 10년 전부터 이런 지적이 나왔는데 왜 여전히 달라진 게 없는지 답답하다"면서 "마음같아선 드라마처럼 '유소년 야구 해방군 총사령관'이라도 돼서 아이들이 마음껏 즐기고 뛰놀면서 야구를 사랑하게 돕고 싶다"고 했다.

"지도력 떨어지는 지도자일수록 고함, 폭언에 의존" "문제 지도자 대표팀 감독으로 뽑은 협회도 문제"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야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어린이들의 세계. 사진은 과거 리틀 월드시리즈의 한 장면(사진=스포츠춘추 DB)

 



리틀야구계에서 오랫동안 봉사한 이알참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이사는 "지도자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주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이사는 "솔직히 초등학교 감독이 얼마나 선수 앞길에 영향을 줄 수 있겠나. 그런데도 일부 감독은 '너 나한테 찍히면 중학교 가서 야구 못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학부모들은 그걸 두려워한다"고 했다.

한 지방 아마야구협회 관계자는 "수도권은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하는데, 지방에선 여전히 아마야구 지도자 간의 커넥션이 강하게 작용하는 편"이라며 "나이 서른도 안 된 감독이 학생에게 '다른 학교로 전학가면, 야구계에 앞으로 발도 못 붙이게 만들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봤다"고 전했다.

단체의 관리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니, 자질 미달 지도자들이 감독 완장을 차고 왕처럼 군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승표 대표는 "아이들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실수도 하게 마련이다. 그걸 잘 가르치고 좋은 길로 인도하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라며 "유소년, 리틀 지도자 가운데 아이들과의 대화법, 비폭력 지도방법 등을 따로 공부하는 훌륭한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지도자도 많은 게 현실"이라 전했다.

한 아마야구 관계자는 "지도 능력이 떨어지는 지도자일수록 소리를 지르고 화내는 방식에 의존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하면 그 순간에는 아이들이 정신을 차리는 것처럼 보인다" "대화하고 이해시키는 지도를 하려면 상당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반면 소리치고 혼내는 건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다. 한국 학생야구가 발전하려면 지도자 교육과 지도자들의 자격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소년대표팀을 관리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인사도 있었다. 한 야구인은 "한국을 대표해 나간 대표팀 감독이 저런 행태를 보였다는 건 감독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표팀 단장부터 협회 고위 인사들까지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국가대표로서의 긍지와 자부심, 올바른 행동에 대해 사전에 교육과 안내가 이뤄졌다면 이번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했다.

다른 야구인도 "이 아무개 감독을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했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기에 저런 인사가 감독이 됐는지의문"이라며 "협회에서 대표팀이 돌아오는 대로 징계 여부를 검토한다고 하는데, 저런 감독을 뽑아 내보낸 협회야말로 징계감"이라고 비판했다.
 

기사제공 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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