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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메달 갈망, 이재영이 채워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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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IVB 제공)

[이데일리 e뉴스 장영락 기자] 도쿄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는 김연경의 갈망을 ‘레프트 짝’ 이재영이 채워줄 수 있을까.

여자배구 대표팀이 17일 중국 닝보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2018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주차 중국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레프트 이재영이 주포 김연경과 나란히 16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리우 올림픽 8강에서 탈락하며 메달 꿈을 미뤄야 했던 김연경은 도쿄에서 선수 커리어 마지막 목표인 올림픽 메달을 노리고 있다. 김연경이 현재 기량을 유지한다고 가정한다면, 올림픽 메달의 해답을 이재영한테서 찾아도 괜찮은 걸까.

◇김연경 부담 던 ‘신성’ 이재영

국내에서 흔히 ‘레프트’로 부르는 아웃사이드 히터 2명은 배구 포지션 상 동시에 전위에 서지 않는다. 레프트 2명은 리베로 1명(미들블로커 후위 시 교체)과 함께 리셉션을 담당하게 되며, 전위 시에는 세터가 정면에서 빠르게 세트를 올려줄 수 있는 왼쪽 윙에 위치해 공격성공률이 높은 퀵오픈을 팀에서 가장 많이 소화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리셉션에서 제외돼 공격에 집중하는 라이트사이드 히터(opposite spiker)가 팀의 주 공격수로 뛰지만 경기 속도가 빨라진 데다 서브까지 강해진 현대배구에서는 레프트가 주 공격수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선수가 여자배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윙스파이커 중 한명으로 기록될 김연경이라 할 수 있다. 김연경은 터키와 중국 리그에서 뛰면서 팀에서 가장 많은 리셉션을 소화하는 동시에 경우에 따라 주공격수 역할까지 맡는 전천후 선수로 활약해왔다.

김연경의 이 같은 공수 부담은 대표팀에서는 더욱 심해진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서브 표적이 될 뿐만 아니라, 공격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는 이른바 ‘몰빵’을 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중국전에서도 김연경은 상대 서브를 집중적으로 받아내며 공격 점유율도 28.4%나 기록하는 등 경기를 주도했다.

그럼에도 이날 경기가 그동안 대표팀과 달랐던 점은 나머지 레프트 한 자리를 맡은 이재영이 김연경보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재영은 32.3%의 공격점유율로 팀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시도했고, 김연경과 같은 16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경기 후반 김연경에게 리시브가 집중되는 동안 전위 공격을 해결하는 이재영의 모습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세터 이효희는 김연경의 중앙 후위 공격을 의식하는 중국 미들블로커들을 공략해 이재영에게 여러 차례 단독블록 찬스를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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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IVB 제공)

이재영 역시 이 같은 플레이는 생소하다. 소속팀인 흥국생명에서 지난 시즌 레프트들 가운데 외국인 선수인 메디슨 킹던(기업은행)을 제외하면 오픈 공격을 가장 많이 시도했을 정도로 제대로 된 세트플레이를 하지 못한 까닭이다. 국내선수 최다득점을 기록했음에도 퀵오픈 시도수는 현대건설의 수비형 레프트인 황민경보다도 적었다. 반대로 이효희와 도로공사에서 함께 뛰는 레프트 박정아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퀵오픈을 시도했다. 이날 퀵오픈에 능한 세터와 호흡을 맞춘 이재영은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재능을 증명했다.

올해 초 대표팀 차출 문제로 한 차례 논란을 겪기도 했으나, 이날 경기 양상은 김연경의 리셉션과 공격을 보조해줄 이재영의 존재가 대표팀에 더없이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중앙·오른쪽 공격

그러나 이것만으로 도쿄 메달을 기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날 중국의 잦은 범실로 승리를 가져왔지만, 이번 대회 내내 한국 대표팀의 핵심 문제라 할 수 있는 라이트와 미들 공격의 부재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셉션 불안과 주포 김연경의 컨디션 저하가 겹치면 신진 선수들로 구성된 벨기에도 이기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 대표팀의 현실이다. 1주차 3경기 모두 풀타임 가깝게 소화한 레프트 김연경과 이재영이 경기마다 꾸준한 기록을 보여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대표팀의 약점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김연경은 벨기에-도미니카-중국 3경기 순서대로 42.8%, 41%, 44.8%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해 대표팀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재영 역시 41.6%, 37.5%, 42.4%의 성공률을 기록해 레프트 역할을 충분히 소화했다. 3경기에서 두 선수의 평균 공격점유율은 60%가 넘는다.

반면에 3경기 내내 라이트와 미들블로커들의 공격은 잠잠하기만 했다. 한국 대표팀은 세터들의 백세트가 약한 데다 선수 자원 부족으로 라이트 공격수의 활용이 다른 팀들에 비해 부족하다. 

중국전에서 선발 라이트로 기용된 김희진은 공격점유율 24.5%에 공격 성공률은 24%에 그쳤다. 3-0으로 완패한 벨기에전에서는 14.2%의 점유율에 성공률 7.1%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겼다. 약체 도미니카 전에서도 공격성공률 21%에 그쳤고, 교체돼 들어간 박정아도 공격률 30.7%로 다소 부족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대회마다 반복되는 한국 대표팀의 라이트 공격 부진은 더 이상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기복으로 설명될 문제가 아니다.

중앙 옵션 부족도 고질적이다. 양효진과 김수지가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미들블로커진은 블로킹에서는 선전하고 있으나 리셉션 불안과 겹쳐 공격에서는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경기에서 두 선수의 공격점유율은 19.3%, 11.7%, 10.7%에 그쳤다. 정상급 팀들이 30% 안팎의 중앙 공격 배분을 가져가는 점을 고려하면 많이 부족한 수치다. 이번 중국전처럼 이재영과 김연경이 경기마다 최상의 컨디션을 내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도쿄 올림픽까지 2년, 대표팀에 남은 과제

중국은 현역 최고 수준의 미들블로커진을 활용한 중앙 공격과 이에 따른 윙 공격의 효율화를 통해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공을 높이 띄워 두고 에이스가 해결해주기만을 바라는 구식 배구는 여자부에서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타티야나 코쉘레바, 나탈리야 곤차로바 등 세계 최정상급 장신 윙스파이커를 보유하고 있지만 고질적인 리셉션 불안으로 2인 리셉션 체제를 활용하는 러시아가 리우 올림픽 8강에서 떨어진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라이트와 중앙 옵션 부족은 여자 배구대표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팀 전체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도쿄 올림픽 성공을 위한 여자대표팀의 남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장영락

기사제공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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