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보르달라스 전 발렌시아 감독, 치치 전 브라질대표팀 감독,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모로코 감독, 로베르트 모레노 전 그라나다 감독, 라파엘 베니테스 전 에버턴 감독(왼쪽부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3년 첫 A매치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축구국가대표팀은 3월 24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콜롬비아,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 차례로 격돌한다. 특히 우루과이는 2022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0-0 무)에서 격돌한 상대라 관심이 더 크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해결되지 않았다. 2018년 8월부터 카타르월드컵까지 A대표팀을 지휘한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의 후임자를 뽑는 일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독일)에게 ‘포스트 벤투’ 선임 프로젝트를 맡겼다. 일단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은 포착됐다. 외신 등을 통해 여러 지도자들이 거론됐다.
호세 보르달라스 전 발렌시아 감독(스페인)을 시작으로 치치 전 브라질대표팀 감독(브라질),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모로코 감독(보스니아), 로베르트 모레노 전 그라나다 감독(스페인), 라파엘 베니테스 전 에버턴 감독(스페인) 등이 후보군에 등장했다.
물론 사실 여부는 모른다. 에이전트가 ‘의향’을 물어본 것을 ‘접촉’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사정을 고려해도 실망스럽다. 뮐러 위원장이 앞서 공개한 5가지 선임기준(전문성·경험·동기부여·팀워크·환경)에 맞는 인물이 거의 없다. 하마평에 오른 후보들은 클럽 커리어가 대부분이거나 대표팀을 짧게 경험했다. 치치 감독과 더불어 가는 곳마다 잡음을 일으킨 할릴호지치 감독 정도만 괜찮은 대표팀 지도 이력을 갖추고 있다.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기억되는 200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리버풀(잉글랜드)의 역전 우승을 이끌어 명장 반열에 오른 베니테스 감독조차 대표팀을 이끈 적이 없다.
긴 시즌을 치르는 클럽과 특정 대회 또는 A매치 때 짧게 소집돼 손발을 맞추는 대표팀의 환경은 전혀 다르다. 많은 축구인들은 “대표팀은 장기 프로젝트라 해도 선수들과 호흡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명확한 철학과 컬러 등을 오랜 시간 함께하며 공유하는 클럽과 다르다. 대표팀을 꾸준히 이끈 지도자가 최고의 선수들을 이끄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스포츠동아DB
더욱 큰 문제는 ‘시스템 증발’이다. 뮐러 위원장은 “속도만 내지 않고 확실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선임작업의 기본인 정보 공유와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력강화위원들과도 대화가 없다. 한두 차례 미팅에서 자신이 취임회견 당시 밝힌 내용을 되풀이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선임 기준부터 후보군 선정 등 모든 과정을 위원회 전원이 공유하며 벤투 감독을 영입한 과거와는 판이하다.
‘뮐러 위원회’ 위원들은 감독 후보와 접촉 등 구체적 내용을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안팎에서 “‘보여주기 쇼’ 위원회를 위한 보릿자루”, “투명성을 위해 투명인간이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후보와 유리한 협상을 위해선 보안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 배를 탄 식구조차 믿지 못해 소통하지 않았다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고, 정말 공유할 내용조차 없다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현 전력강화위원회의 사정을 아는 한 축구인의 “뭔가 한참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말에서 불편한 ‘파열음’이 감지된다.
기사제공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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