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샌디에이고 시절 고우석. /사진=뉴시스
샌디에이고 시절 고우석.
한때 KBO 리그 최고 마무리였던 고우석(26·잭슨빌 점보 쉬림프)의 굴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질보다 양' 취급을 받은 데 이어 심한 말까지 들었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는 10일(한국시간) 최근 성사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4대1 트레이드를 분석, 평가했다.
지난 4일 마이애미는 '2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한 루이스 아라에즈(27)를 샌디에이고로 보내는 대신 고우석과 외야수 제이콥 마시(22), 딜런 헤드(19), 내야수 네이선 마토렐라(23) 등 3명의 유망주, 총 4명의 선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올해 1060만 달러(약 144억 원)에 달하는 아라에즈의 연봉 중 789만 8602달러(약 107억 원)를 마이애미 측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올해를 끝으로 FA가 되는 아라에즈의 계약이 트레이드 시점에서 149일이 남은 가운데 샌디에이고는 59만 2796달러(약 8억 원) 또는 최저연봉 74만 달러(약 10억 원)에 비례한 연봉만 부담하면 된다.
뉴욕 포스트가 바라본 이번 트레이드 성공의 키는 헤드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파이프라인 기준으로 샌디에이고 팀 내 6위(헤드), 9위(마시), 13위(마토렐라)의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고우석은 프로 무대인 KBO 리그 출신으로 유망주 랭킹에 포함되지 않는다.
뉴욕 포스트는 "핵심은 최대 케니 로프턴과 비교되는 헤드다. 외야수 마시, 내야수 마토렐라도 빅리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고우석은 두 명의 스카우트로부터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그보다 더한 말도 나왔다(Go is said by two scouts to be terrible. They used saltier language.)"고 직격탄을 날렸다. 로프턴은 통산 타율 0.299, 130홈런 622도루, OPS 0. 794를 기록한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호타 준족 중견수였다.
고우석에게는 혹평의 연속이다. 고우석은 지난 6일 미국 애슬레틱으로부터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디 애슬레틱은 "아라에즈 트레이드로 받아온 선수들이 마이애미에 의미가 있을까"라며 "샌디에이고가 아라에즈에 오버 페이했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은 마이애미가 '질보단 양'을 선택했다고 한다. A.J.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유망주를 수집하는 팀을 유혹하기 위해 항상 큰 임팩트를 줄 수 없는 선수들을 묶어서 판다"고 평가절하당했었다.
샌디에이고의 루이스 아라에즈. /AFPBBNews=뉴스1
샌디에이고 시절 고우석이 더블A 리그에서 역투 중이다. /사진=샌안토니오 미션스 구단 공식 SNS
그래도 세 명의 유망주는 디 애슬레틱으로부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며 위험 부담이 크지만 성공했을 때 잠재력도 높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고우석에게는 그런 언급조차 없었다. 그저 "마이애미가 고우석을 어떻게든 살려서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많은 기회가 주어질 거라 언급했을 뿐이다.
현재로선 현지의 부정적인 평가를 뒤집을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의 배려로 더블 A 무대로 내려가 천천히 몸을 만들었으나, 10경기 승패 없이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38로 성적이 저조했다. 12⅓이닝 동안 14개의 안타를 맞고 4개의 볼넷을 주면서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이 1.46에 달했다. 정상급 불펜 투수들이 WHIP 1.10 근방에 머무는 것을 떠올린다면 확실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좋은 결과를 내면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이 이해했듯 고우석은 소속 팀이 늦게 정해진 통에 시즌 준비가 조금 늦어졌고 단번에 KBO 리그보다 상위 단계의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다. 단적으로 가장 강점으로 평가받는 직구 구속과 구위가 나오지 않고 있다. KBO 리그에서 고우석은 평균 직구 시속 152~3㎞에 최고 157㎞까지도 던지던 강속구 투수였다. 미국에서는 아직 직구 구속이 시속 150㎞ 근방에 머물고 있다. 낮은 구속은 차츰 날씨가 따뜻해지고 몸 상태가 올라오면 더 나올 여지가 충분하다. 최근 경기력도 고무적이다. 지난달 24일 경기부터 5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을 하면서 꾸준히 삼진도 솎아내고 있다.
혹평을 이겨내고 KBO 최고 마무리였던 자신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고우석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해 한국과 KBO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로 성장했다. 2022년에는 61경기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세이브왕에 올랐다. 통산 성적은 354경기 19승 26패 6홀드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 368⅓이닝 401탈삼진.
한편 이번 트레이드는 마이애미발 대형 바겐 세일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졌다. 뉴욕 포스트는 "아라에즈 트레이드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좌완 에이스 헤수스 루자르도와 스타 마무리 태머 스콧은 이번 겨울 가장 탐나는 마이애미의 히트 상품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팔꿈치 부상에서 돌아온 루자르도는 첫 재활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2년의 서비스 타임이 남아있다. 시카고 컵스 등 다른 팀들은 지난해 빛났던 스콧을 데려갈 수도 있다. 이 두 사람 외에도 (또 다른 주축 선수인) 조시 벨이나 제이크 버거도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