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와 키움의 경기. 김도영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BO리그 42년 역사상 40홈런-40도루는 단 한명. 에릭 테임즈의 것이었다.
NC 다이노스 구단 역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KBO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손 꼽히는 타자 테임즈는 NC에서 뛰던 2015시즌 40홈런-40도루에 성공했다.
그는 2015시즌 타율 3할8푼1리(472타수 180안타) 47홈런 140타점 40도루로 믿을 수 없는 시즌을 보내며 MVP에 올랐다.
테임즈 이전에도, 이후로도 40홈런-40도루를 달성한 타자는 없었다. 30홈런-30도루는 박재홍, 이종범, 홍현우, 이병규, 데이비스 등이 기록했지만, 홈런을 40개 이상 치면서 도루까지 40개 이상을 하기는 쉽지가 않다. 보통 홈런을 많이 치는 슬러거형 타자들은 도루를 많이 하기 어렵고, 발이 빠른 타자들은 교타자인 경우가 많다. 이 두가지를 겸비하면 리그 정상급 타자인데, 그마저도 정말 5툴 플레이어만 노려볼 수 있는 진귀한 기록이다.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와 키움의 경기. 5회초 무사 김도영이 솔로포를 친 후 축하를 받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하지만 올 시즌 김도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4월이 채 가기도 전에 김도영은 KBO리그 역대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를 해냈다. 개막 초반 타격 슬럼프에 빠져있었던 김도영은 3월에 치른 6경기에서는 홈런과 도루 없이 4안타 1타점으로 마쳤다.
그러나 4월들어 폭주하기 시작했다. 4월초 3경기 연속 도루를 성공시켰고, 4월 5일 삼성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지난 21일 NC전에서 시즌 10호, 월간 10호 도루를 성공시킨 김도영은 25일 키움전에서 시즌 10호, 월간 10호 홈런까지 쏘아올렸다. 최근 타격 페이스가 '크레이지 모드' 수준이다. 김도영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4할4푼7리(38타수 17안타) 7홈런 14타점 4도루로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다.
한달 안에 10홈런-10도루를 성공시킨 타자는 42년 역사에서 김도영이 유일하다. 전설적인 타자 이종범도, 역대 최초 40-40 타자 테임즈도 김도영처럼 한달 내에 10홈런 이상-10도루 이상을 해내지는 못했었다.
테임즈가 기록을 달성했던 2015시즌 일지를 보면, 4월 9홈런-5도루, 5월 9홈런-8도루, 6월 4홈런-5도루, 7월 8홈런-6도루, 8월 8홈런-8도루, 9월 8홈런-7도루, 10월 1홈런-1도루를 각각 기록해 최종 47홈런-40도루를 완성했다.
2015년 40홈런-40도루 달성 후 베이스를 뽑아 들고 기뻐하는 테임즈. 스포츠조선DB
하지만 김도영의 페이스는 2015년 테임즈의 페이스를 뛰어넘는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53홈런-58도루 페이스다. 테임즈를 넘어선 역대 최초 50-50도 가능한 흐름이다.
물론, 시즌은 길다. 김도영이 아직 프로 3년차인 젊은 선수인 것을 감안하면 시즌 중 슬럼프가 올 수도 있고, 체력적으로도 지금의 페이스가 끝까지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일단 김도영의 첫번째 목표인 부상도 없어야 한다.
그러나 '4월의 김도영'은 그 자체만으로 대단하다. 이정후, 강백호, 노시환 등 20대 천재 타자들이 계속해서 등장한 KBO리그지만, 그중에서도 김도영의 다양한 재능은 그를 더 특별한 천재로 만들어주고 있다.
나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