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류현진(37·한화)은 자신의 감정을 얼굴로 드러내지 않는 선수다. 잘 던질 때도 담담하고, 맞을 때도 담담하고, 실책이 나와도 담담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은 탁월한 멘탈이다.
그런데 24일 수원 kt전은 달랐다. KBO리그 통산 100승에 재도전한 류현진은 이날 들어 유독 감정이 실시간으로 얼굴에 묻어났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감정이 드러나고 있었다. 팀 동료들의 실책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 판정이 이상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특히나 유독 이상했던 이날의 결과에 평정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듯했다.
류현진은 이날 5이닝 동안 79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 2볼넷 4탈삼진 7실점(5자책점)으로 부진했다. 1회와 2회는 거의 완벽한 출발이었지만 3회 3실점에 이어 4회 4실점하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기록된 실책,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모두 끼어 있어 실점이 불어난 것도 있고, 이날 구속이 평균보다 다소 떨어지고 결정구가 몰리는 등 류현진 잘못도 있는 경기였다. ABS 존을 정말 살짝 빗나간 공으로 인한 볼넷 2개 또한 실점의 결정적인 빌미가 됐다.
그런데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류현진이 7실점까지 할 만한 경기는 아니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실책과 별개로 이날 kt 타자들이 만들어 낸 타구의 질은 전체적으로 별로였기 때문이다. 타구 속도 시속 152.9㎞ 이상의 하드히트 타구도 별로 없었고, 타구 속도와 발사각을 고려했을 때 장타율 1.500 이상을 기대할 만한 배럴 타구는 손에 꼽을 만했다. 그런데도 7개의 안타를 맞고 7실점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류현진은 인플레이기준 하드히트가 단 4개뿐이었다. 2회 장성우(시속 157.9㎞), 3회 천성호(156.5㎞), 4회 장성우(166.9㎞), 5회 장성우(157.8㎞)가 전부였다. 이중 2회 장성우의 타구는 발사각 -2.0도의 땅볼이었고, 3회 천성호의 발사각도 7.4도 내야를 겨우 빠져 나가는 우전 안타였다. 5회 장성우의 타구는 발사각 9.7도, 비거리 50.3m에 그쳤다. 위협적인 타구가 아니었다.
배럴 타구로 기록된 안타는 4회 장성우의 타구가 유일했다. 선두 타자로 나선 장성우는 우중간을 갈라 펜스까지 굴러가는 2루타를 쳤다. 타구 속도는 166.9㎞에 비거리 94.6m였다. 비거리 100m 이상의 인플레이타구는 5회 황재균의 좌익수 뜬공이 유일했다. 그런데도 7실점을 했으니 류현진으로서는 전체적으로 운이 따라주지 않은 하루였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투수로서는 타구 속도를 나름 잘 관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코스가 좋아 안타가 되거나 실책이 자꾸 튀어나오니 멘탈을 다잡기 쉽지 않은 경기였을 것이다.
실제 강백호의 3회 적시타는 타구 속도가 125.0㎞에 불과했으나 내야를 살짝 빠져 나가는 안타가 됐다. 발사각 0.2도에 비거리 13m였다. 안타 기대 확률이 떨어지는 타구였지만 코스가 좋았다. 4회 조용호의 내야 안타도 빗맞은 타구였지만 1·2루수 간의 호흡이 맞지 않았고, 김상수의 2타점 적시타도 타구 속도는 134.2㎞로 평범했지만 역시 코스가 좋았다. 이어진 천성호의 내야 안타 타구 속도는 104.0㎞로 역시 잘 맞은 타구와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류현진은 올해 타구 속도를 비교적 잘 제어하고 있는 편이다. 구속이 떨어지고 커맨드가 흔들려도 여전히 류현진의 공을 정타로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 경기마다 타구 속도의 기복은 있는 편이지만, 시속 165㎞ 이상의 정말 강한 타구 비율은 단 4.7%에 불과하다. 평균 타구 속도도 130㎞ 남짓이다. 리그 선발 투수 평균보다 한참 아래로 한화에서는 리카르도 산체스만이 류현진보다 나은 성적을 가지고 있다.
류현진의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은 0.340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장타 위험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땅볼 비율은 53.5%로 리그에서 5번째 높다. 뜬공 대비 홈런 비율도 리그에서 손에 뽑을 정도로 적다. 전체적인 타구의 관리를 놓고 봤을 때 평균자책점 5.91을 기록할 만한 성적은 아니다. 앞으로 점차적으로 이 평균자책점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다 불운이라고 하기에는 앞으로 위험 요소가 많다. 어쨌든 인플레이타구가 많다는 것은 것은 많은 변수를 만들 수 있다. 실제 류현진의 헛스윙 비율은 8.9%로 규정이닝을 채운 28명의 투수 중 23위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타자들은 스윙이 나왔을 때 류현진의 공을 비교적 잘 맞히고 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류현진이 올해 잘 던졌던 경기는 헛스윙을 많이 유도하고 삼진을 많이 잡어냈던 경기들이었다. 구속이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는 것도 변수다. 불운과 실력 사이에서 류현진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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