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김희준]
생애 첫 부임에 리그 8연승을 거두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독일 2.분데스리가(2부리그)의 30세 감독 파비안 휘르즐러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휘르즐러는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 클럽에서 뛰던 선수다. 2008년부터 연령별 팀을 착실히 거치며 꿈을 키웠으나, 뮌헨 2군에서 1군으로 승격하는 데는 실패했다. 2013년 호펜하임 2군으로 팀을 옮긴 그는 이후 독일 4부리그와 5부리그를 오가다 지난 2022년 은퇴했다.
곧바로 감독이 됐다. 2022년 12월 장크트파울리는 휘르즐러를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거저 얻은 직책은 아니었다. 일찍이 선수로서의 부족한 재능을 깨달은 휘르즐러는 2016년부터 소속팀에서 플레잉 코치를 겸했으며, 2018년 독일 20세 이하 팀, 2019년 독일 18세 이하 팀의 수석 코치를 역임하기도 했다.
장크트파울리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휘르즐러는 2020년부터 엠스뷔틀에서 선수로 뛰는 한편 장크트파울리의 수석 코치로도 있었다. 실제 출전 경기가 2년 간 14경기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코칭스태프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했음을 알 수 있다.
장크트파울리는 선임 당시 "휘르즐러 감독은 매우 체계적인 방식으로 대처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보여줬다. 지금 상황에서는 팀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는 휘르즐러 감독이 그 일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확신한다"라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휘르즐러 감독은 의심 많았던 믿음을 확신으로 바꿨다. 그는 2부리그의 최연소 감독으로 부임해 1월 29일 뉘른베르크전 승리를 시작으로 장크트파울리의 리그 8경기를 모두 이기는 기염을 토했다. 16골을 폭격하는 동안 허용한 실점은 단 3실점으로, 휘르즐러 감독은 짧은 시간 대단히 조직적인 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팀의 순위도 수직상승했다. 휘르즐러 감독 부임 당시 리그 15위로 강등권에서 겨우 벗어나있던 그들은 현재 5위까지 성적을 끌어올렸다. 분데스리가에 승격할 기회가 주어지는 3위 함부르크와의 격차도 8점으로 줄었다. 함부르크가 직전 5경기에서 2승 2무 1패로 주춤했음을 고려하면 승격도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신화를 만들고 있는 30세 '초짜 감독' 휘르즐러. 그에게 방심은 없다. 휘르즐러 감독은 "나는 연승에 관심이 없다. 항상 다음 경기에 대해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기록보다 팀의 승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또한 "만약 팀이 승리한다면 선수들이 모든 것을 잘 해낸 덕이다. 만약 우리가 진다면, 나의 준비 과정이 잘못된 것이다. 나는 항상 말한다. 학습에는 결승선이 없고, 우리는 어디까지나 발전할 수 있다"라며 장크트파울리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 포포투
김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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