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 속에 챔피언결정전을 치른 KBL은 비시즌도 역대급으로 보냈다. 챔프전을 마치자마자 진행된 FA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예상치 못한 이동과 놀라운 결과가 이어졌다.
가장 주목을 받은 팀은 SK와 KCC. 3명의 MVP(김선형, 자밀 워니, 오세근)가 집결한 SK와 FA 대어(송교창, 허웅, 이승현, 최준용)들이 모인 KCC가 슈퍼팀으로 떠오르며 일찍부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시선이 이들 두 팀에게 쏠리고 있지만, 주인공은 두 팀만이 아니다. 이번 FA 시장에서 핵심 전력의 변화를 겪은 KT도 다음 시즌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2-23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이번 FA 시장은 큰 관심을 끌었다. 핵심 전력으로 평가되는 많은 선수들이 FA 자격을 획득하기 때문이었다. 오세근, 이대성 등 베테랑 핵심 선수들도 있었지만, 최준용-문성곤-양홍석이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몸값이 만만치 않은 선수들인데다가 원소속 구단이 반드시 잡고자 할 것이라 이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만약 1명이 이동을 하게 되면, 핵심 전력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고, 연쇄적인 이동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양홍석을 보유하고 있던 KT도 'FA 태풍의 눈' 한가운데 있었다. KT는 양홍석을 잡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잔류보다는 이적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꾸준히 돌았다. KT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우승을 차지했지만 협상이 원활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 문성곤과 빠르게 접촉했고, FA 시장 최대어로 분류된 선수들 중 가장 먼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양홍석은 놓쳤다.
KT는 선수 구성에서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팀을 떠난 선수는 양홍석 1명이 아니다. 베테랑 김동욱과 김영환, 김윤태가 은퇴했다. 김민욱도 이적을 선택했고, 박지원은 상무에 입대했다. 문성곤이 합류했지만 나간 선수가 더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KT의 전력은 탄탄하다. 여전히 선수 구성면에서는 리그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된다.
11월에는 허훈과 박준영이 전역해 팀에 합류한다.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꾸준히 상위 순번을 획득하고 있는 KT는, 이번에는 상위 순번 추첨확률도 높아 대학 최대어로 평가받는 선수 중 한 명을 전력에 합류시킬 가능성도 충분하다.
은퇴한 김동욱과 김영환은 경기를 읽는 능력과 노련미에서 돋보였던 선수들이다. 지난 시즌 KT를 이끌었던 전임 서동철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이들보다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트렌드가 된 빠른 농구를 펼치고자 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KT는 삐걱거리는 모습이 나왔고, 중반 이후에는 두 베테랑을 조금씩 중용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김동욱과 김영환이 이전만큼의 영향력과 활약을 유지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민욱 또한 지난 두 시즌 동안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각자의 장점을 고려할 때 아쉽지 않은 선수는 없겠지만, KT는 이번 비시즌, 세대교체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선택을 했다. 지난 해 7월 기준, KT의 선수 라인업에는 1990년 이전 출생자가 6명이었다. 이제는 김동량 밖에 남지 않았다. 팀 전체가 젊어졌다. 냉정하게 볼 때, 베테랑들의 공백이 다음 시즌에 큰 부담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양홍석의 이적은 KT의 계획과는 무관하다. 기복은 있었지만 지난 시즌 KT의 에이스는 양홍석이었다. 최근 두 시즌동안 양홍석은 평균 12.6점에 6개 안팎의 리바운드를 건져냈다. 부침이 있었어도 자신의 역할이 확실했던 선수다. 양홍석의 공백은 KT의 공격력와 포워드 운용에 고민이 될 수 있다.
이규섭 해설 위원은 "양홍석은 득점 능력이 있고, 리바운드 가담도 좋다. 기복은 있지만 상대를 흔드는 능력이 있는 선수라 맞서는 선수나 팀 입장에서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득점력 자체만 놓고 보면, 허훈이 복귀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쇄는 가능하겠지만 보완하고 채워야 할 부분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승균 위원도 마찬가지. 그는 "KT가 양홍석을 정말 잘 활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공격에서 양홍석이 빠진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다른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가드나 센터 자원은 나쁘지 않지만 국내 선수들의 구성을 놓고 보면, 양홍석이 빠진 포워드 포지션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FA 시장에서 KT가 얻은 수확은 문성곤이다. 문성곤을 수식하는 가장 명료한 단어는 '수비왕'이다. 2019년 상무에서 전역한 문성곤은 2019-20시즌부터 4년 연속으로 수비 5걸에 들었고, 최우수 수비상을 독식했다.
지난 시즌 SK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1차전을 내준 뒤, 2차전에서 'SK의 심장' 김선형을 막으며 상대의 16연승을 저지함과 동시에 시리즈 분위기를 바꿨다.
모든 스포츠에서 '공격은 인기를, 수비는 승리를 가져온다'고 한다.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평균 득점을 올린 적이 없지만, 그가 '특급 선수'로 분류되는 것은 'KBL 최고의 수비수'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성곤은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한 선수'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KT는 전통적으로 수비가 약점이었다. 2016-17시즌부터 5년 연속으로 리그 최다실점 팀이었다. 2021-22시즌에는 변화가 있었다.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며 평균 실점이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었다. 비약적인 발전이었다. 하지만 한 시즌 만에 다시 평균 실점이 80점 이상으로 높아졌다. 좋은 수비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있었지만, 수비의 안정감은 부족했다.
하지만 여기에 문성곤이 가세하며 다음 시즌 KT의 수비는 상대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비왕' 문성곤을 중심으로 정성우, 한희원, 하윤기 등이 버티는 KT의 수비진은 다른 팀들에게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수비가 안정되면 전체적인 팀플레이의 기복도 줄일 수 있다. KT에 '문성곤 효과'가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문성곤이 양홍석의 공격적인 역할을 온전히 상쇄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성곤의 프로 커리어는 자신의 재능을 수비에 몰아넣은 결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학 시절, 득점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던 문성곤은 프로에서도 경기당 1개 이상의 3점슛을 꾸준히 성공하며 3점슛 성공률 31.8%를 기록했다. 해결사로서의 역량을 갖춘 동료들이 많았던 KGC에서 문성곤이 공격보다 수비에 더 치중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공격 기회를 더 가져간다면 이전과는 다른 공격 지표를 그릴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문성곤 개인의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KT에는 허훈의 복귀라는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
허훈은 입대 전 3시즌 동안 평균 15점 이상의 득점과 6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던 리그 최고의 공격형 가드다. 2019-20시즌에는 팀이 5할 승률을 올리지 못했음에도 리그 MVP를 수상했다. 특별한 문제만 없다면 허훈은 복귀와 동시에 팀을 리딩할 것이다.
허훈은 직접 득점하는 것은 물론 팀의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는 돌격대장으로 팀을 이끌 수 있는 선수다. 양홍석이 책임지던 13점 안팎의 득점 마진 상쇄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은 허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계산이다.
양홍석의 이적, 문성곤의 합류, 허훈의 복귀. 이는 분명 KT의 새 시즌 운영이 작년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KT가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실, 이 시점에 한 구단의 다음 시즌 전력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가장 중요한 퍼즐'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국 선수가 전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KBL에서 외국 선수는 '전력의 절반'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KT는 두 시즌 연속, 정규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다른 구단들로부터 우승 1순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년 연속 정상 도전에 실패했다. 심지어 지난 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했다.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외국 선수에서의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 선수가 부진해도 다른 방법을 통해 어느 정도의 해법을 찾을 수 있지만, 정상 도전에 나서는 팀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팀에게는 국내 에이스의 역할과 더불어 1옵션 외국 선수의 활약이 필수다.
송영진 KT 감독은 '빠른 농구'를 언급했지만, 어떤 형태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핵심 라인업이 나와 봐야 분석이 가능하다. 어떤 외국 선수가 어떻게 중심을 잡느냐에 따라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새롭게 합류할 외국 선수의 역할은 지난 시즌, 비약적인 성장과 활약을 펼쳤던 하윤기에게도 변수를 만들 수도 있다.
'베이비 헐크' 하윤기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었다. 하윤기는 지난 시즌, 평균 15.3점 6.4리바운드 1.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루키 시절과 비교해 미드레인지 야투 능력이 비약적으로 늘면서 공격 옵션이 다양해졌고, 프로 두 시즌 만에 리그 정상급 빅맨으로 우뚝 섰다.
양홍석을 잃었음에도 KT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허훈-문성곤-하윤기로 이어지는 국내 선수 중심 라인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 선수의 변수는 하윤기의 꾸준한 성장과 영향력을 변수로 만들 수 있다.
추승균 위원은 "지난 시즌 하윤기는 정말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하윤기가 가져간 옵션은 결국 외국 선수가 약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도 있다. 하윤기가 좋은 활약을 했지만, 블록슛 타이밍이나 외국 선수와의 매치업 등을 보면 과거 김주성(DB 감독)만큼의 영향력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아직은 성장하는 선수다. 그런데 만약 외국 선수가 제 역할을 해낸다면 하윤기는 볼을 잡는 시간부터 작년과 달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섭 위원도 "복귀한 허훈이 2대2를 할 때, 하윤기와 할지 외국 선수와 할지 알 수 없다. 어떤 스타일의 외국 선수가 오느냐도 문제겠지만, 결국은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하는 외국 선수가 더 기회를 가져가는 게 정상적이다. 하윤기는 지난 시즌 분명 정상급 국내 빅맨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활동 반경은 최준용(KCC)이나 오세근(SK)급이 아니다. KT의 목표가 정상 도전이라면 당연히 리그 정상급 외국 선수를 영입해야 하고, 하윤기는 작년과는 다른 상황 속에서 최준용, 오세근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하윤기는 지난 시즌 개인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지만, 반등의 기회가 왔을 때 팀을 견인하는 힘까지는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시즌이 하윤기에게는 또 한 번의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선택은 패리스 배스였다. 207cm의 장신이면서 내외곽 공략이 모두 가능하며 볼핸들링과 득점력이 장점이라고 KT는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송영진 감독은 배스가 "1번부터 4번까지의 역할을 모두 해 줄 수 있는 선수"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 검증이 되지는 않은 선수다. 송 감독도 "배스가 빨리 팀에 합류해서 함께 농구하는 것을 봐야 정확히 맞춰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승균 위원은 "가장 주목을 받은 SK와 KCC는 핵심 라인업이 확실하게 구축이 된다.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런데 KT는 어떤 스타일의 외국 선수가 와서 어느 정도 기량을 보일 것인지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단순하게 보면 평균 20점 가까이 넣어주면서 허훈과 2대2를 할 수 있는 공격력을 갖춘 선수가 필요해 보이지만, 초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좋은 국내 선수, 좋은 외국 선수가 있다고 해도 지금의 KT는 공격 초점과 수비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규섭 위원은 "전체적인 구성을 보면 공격력 있는 외국 선수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허훈이 2라운드쯤 복귀하기 때문에, 그 이전부터 공격의 주도권을 가져갈 선수가 나을지, 아니면 허훈과 상생하며 골밑 장악력을 가져가는 선수가 나을지는 판단이 쉽지 않다. 또, 문성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안에만 있는 선수보다는 외곽도 할 줄 아는 선수와 같이 뛰는 게 더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상황을 만족시키는 선수를 찾는 게 어렵기 때문에, KT에 딱 맞는 외국 선수가 어떤 선수일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송영진 감독의 선택은 배스였다. 배스가 KBL의 새로운 생태 교란종이 되어야 우승을 목표로 잡은 송 감독의 목표에 부합할 수 있다. 아직 두 번째 외국 선수는 결정하지 않았다.
원래는 첫 번째 옵션으로 빅맨을 염두에 두었다고 말한 송 감독은 배스를 선택한 후 더욱 신중하게 두 번째 외국 선수를 고민하고 있다. 높이도 고려하고 있지만, 우선은 견고하고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국 선수 외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KT의 선수 구성이 지나치게 가드 중심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현재 비시즌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14명의 선수 중 8명이 가드다. 포워드와 센터 포지션은 상대적으로 충분한 선수층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신임 송영진 감독이 프로에서 수장으로 팀을 이끄는 첫 시즌이라는 점도 변수다. KT에서 오랫동안 선수로 활약했고 2015년부터 4년간, 그리고 지난 시즌에도 팀의 코치를 맡았다는 점 등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코치와 감독은 분명 다르다.
변수는 말 그대로 변수다. 읽기에 따라 '불안요소'로 보일 수도 있지만, '변할 수 있는 가변적인 요인'이다. 언급된 KT의 변수는 아직까지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다.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우려의 현실화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시너지의 대폭발이 될 수도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문성곤이 합류하고 허훈이 돌아오는 KT는 충분히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본 기사는 루키 7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사진 = KBL 제공
기사제공 루키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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