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5년 만에 9연승…10연승 시 KBO 국내 감독 데뷔 시즌 최다 연승 타이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승률 5할을 밑돌던 6월 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인내하고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7월을 시작하면서는 "전반기 남은 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33승 36무 1패(승률 0.478)로 6월을 마감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7월 9경기 전승 행진을 이어가며 승률을 0.538(42승 36패 1무·12일 현재)로 끌어 올렸다.
중간 순위는 6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승률 5할' 유지를 목표로 달리던 두산은 꽤 넉넉한 '승패 마진'으로 전반기를 마감한다.
의미 있는 기록도 만들었다.
두산이 9연승을 내달린 건 김태형 전 감독이 팀을 지휘하던 2018년 6월 6일 히어로즈전∼16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10연승을 달성한 이후 5년 1개월 만이다.
두산은 김인식 전 감독 시절이던 2000년 6월 16∼27일에 '구단 첫 10연승'에 성공했다.
'10연승'은 아직 두산의 구단 최다 연승 기록으로 남아 있다.
베어스 감독 부임 첫 해 최다 연승 기록은 김영덕 전 감독(1982년 5월 22일 삼성 라이온즈전∼6월 12일 MBC 청룡전)과 김성근 전 감독(1984년 4월 17일 삼미 슈퍼스타즈전∼28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승엽 감독이 달성한 '9연승'이다.
OB 베어스로 불리던 시절 김영덕 전 감독과 김성근 전 감독이 내달린 연승을 두산의 이승엽 감독이 재연해냈다.
연승을 이어가는 두산 베어스[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13일 인천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또 승리하면 '더 큰 기록'을 달성한다.
13일 SSG전이 우천 취소되면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벌이는 KIA 타이거즈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10연승에 도전할 수 있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2023년 두산이 10연승에 성공하면 구단 역대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세운다.
이승엽 감독 개인은 '베어스 사령탑 부임 첫 해 최다 연승 신기록'을 세우고, 'KBO리그 국내 사령탑 부임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작성한다.
공식 사령탑으로 부임한 첫 해 10연승을 달성한 감독은 1997년 천보성 LG 트윈스 감독, 1999년 이희수 한화 이글스 감독, 2000년 이광은 LG 감독 등 3명뿐이다.
국내 감독 중 부임 첫해에 11연승 이상을 기록한 사령탑은 없다.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2008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달성한 11연승이 KBO리그 국내외 감독의 부임 첫 시즌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오른쪽)과 양의지[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승엽 감독의 인내와 결단이 2023년 두산 9연승의 밑거름이 됐다.
KBO리그 최다인 467홈런을 치는 등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 타자'였던 이 감독은 2017시즌 뒤 은퇴했고, 2022년까지는 야구장학재단 이사장, 해설위원, KBO 홍보대사로 '더그아웃 밖'에서 지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2015∼2021년)에 성공했던 두산은 2022년 9위로 처졌고, '두산 왕조'를 건설했던 김태형 전 감독과 작별했다.
두산이 택한 신임 사령탑은 '국민타자'로 불렸지만, 지도자 경험은 없는 이승엽 감독이었다.
6월까지 이 감독은 '덕장'의 길을 걸었다.
두산 주장 허경민이 "감독님의 인기는 모든 선수를 넘어선다"고 말할 만큼, 이 감독은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권위를 지녔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며 선수와 '스타 감독' 사이의 벽을 낮췄다.
"감독이 아닌 선수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고, 연패에 빠졌을 때는 "감독인 내가 잘하면 팀 성적이 더 좋아진다"고 선수단을 향한 비판은 자신만을 향하길 바랐다.
이승엽(오른쪽) 두산 감독과 김한수 수석코치[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지도자 공부'도 열심히 했다.
이 감독은 자신이 초보 사령탑이라는 점을 인정했고, 지도자 경험이 많은 김한수 수석코치 등 코치진과 '경기 복기'를 함께 했다.
두산 더그아웃의 실수는 점점 줄었다.
7월 들어 이 감독은 '승부사 기질'도 드러냈다.
두산은 6월 30일 울산 롯데전에서 0-0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마무리 홍건희의 난조로 0-1,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이달 1일 롯데전에서도 2-0으로 앞선 9회말 마무리 홍건희를 내세웠지만, 홍건희가 1사 후 3타자 연속 안타를 맞아 1실점 하고 1, 2루에 몰리자 정철원을 투입했다.
'7월 총력전'의 시작이었다.
정철원은 삼진 2개를 잡으며 2-1, 팀 승리를 지켰다.
이 감독은 2일 롯데전 세이브 상황에서는 정철원을 바로 투입했다.
3일 하루 쉰 뒤, 4일 포항에서 벌인 삼성과의 방문 경기에서는 다시 홍건희가 세이브를 올렸다. 이후에도 세이브 상황에는 홍건희가 등판했다.
7월 초 연이은 혈전에서 이승엽 감독이 내민 승부수는 "팀 승리가 최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선수단에 전하고, 흔들렸던 홍건희까지 되살리는 두 배의 효과를 얻었다.
대체 외국인 투수로 재영입한 브랜든 와델이 지난해보다 더 좋은 투구를 하고, 양의지를 중심으로 한 타선도 6월 부진(팀 OPS 0.704로 7위)을 딛고 7월에는 폭발(팀 OPS 0.820으로 1위·12일 현재)하며 두산은 현재 '투타 밸런스가 가장 좋은 팀'으로 부상했다.
이 감독은 "6월까지는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지만, 코치진들은 포기하지 않고 선수들도 주눅 들지 않았다. 선수단이 합심하고, 구단도 잘 지원해줘서 최근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며 '7월 무패 행진'의 공을 두산 선수단 전체에게 돌렸다.
하지만, 많은 팬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이 감독을 연승의 주역으로 꼽고 있다.
연승을 반기면서도 자만을 경계하는 이 감독은 이제 '후반기 승부'를 준비한다.
기사제공 연합뉴스
하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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