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뷔전을 앞둔 이승엽 두산 감독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승엽 두산 감독이 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선수로 치른 첫 경기에는 제가 선발 출전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제가 '선발 감독'입니다."
'사령탑 데뷔전'을 앞두고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승엽 감독은 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개막전을 앞두고 특유의 농담으로 긴장감을 풀었다.
농담에는 '국민타자 출신 초보 사령탑'다운 패기도 담았다.
이승엽 감독은 "28년 전(1995년 4월 15일) 잠실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전을 치렀다. 그때 팀(삼성 라이온즈)이 패했는데, 당시 나는 교체 출전했다"며 "오늘은 내가 스타팅 감독이다.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기억대로, 그는 1995년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 9회초 대타로 출전해 김용수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쳤다. 그러나 삼성은 1-5로 패했다.
'국민타자 이승엽 시대'의 첫 페이지였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린,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 타자다.
KBO리그에서만 467홈런을 치고, 일본프로야구 시절을 포함해 한일 통산 626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다.
KBO 통산 홈런 1위이고,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3년 56개)도 보유하고 있다.
KBO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각각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경기 지켜보는 이승엽 감독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두산 이승엽 감독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2023.3.19
올해 이승엽 감독은 '두산 지휘봉'을 잡고, 지도자로 데뷔했다.
이날 정규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이 감독은 "시범경기를 치러서 오늘 경기를 준비하는 데 그렇게 떨리지는 않았다. 경기를 시작하면 또 모르겠지만, 아직은 괜찮다"며 "잠도 잘 잤다"고 했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의 오른쪽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충혈된 눈을 들킨 이 감독은 "보이나요"라고 물으며 "오늘 아침에 일어나 내 눈을 보고 나도 놀랐다. 그러나 괜찮다"고 웃었다.
물론 선수 때보다 고민은 늘었다.
이승엽 감독은 "선수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때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내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확실히 감독이 더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외야수 김대한이 부상(손)으로 빠져서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 투수 곽빈이 첫 등판에서 얼마나 많은 공을 던질 수 있을지, 선발 요원 최승용이 이번 시즌 풀 타임을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고 현실적인 고민을 늘어놨다.
이승엽 두산 감독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그러나 이 감독은 "고민은 내가 할 테니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고민 없이 최선을 다해 뛰었으면 한다"며 "지난해 두산이 9위에 그쳤지만, 우리 팀에는 경기를 풀어나갈 줄 아는 선수들이 많다. 우리는 약하지 않다"고 선수들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승엽 감독은 여전히 '한국 야구의 아이콘'이다.
단장의 뒷돈 요구, 선수들의 일탈, KBO 관계자의 검찰 조사 등 악재가 터지자, 이 감독은 넓은 시야로 고민했다.
그는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 좋지 않은 모습이 이어지는 건, 개인이 아닌 야구계 전체의 문제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며 "그래도 야구는 계속 해야 한다. 깊이 반성하면서, 한국 야구가 더 발전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악재가 가득한 2023년 KBO리그에서 이승엽 감독의 지도자 데뷔는 귀한 흥행카드다.
이 감독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사령탑 데뷔전을 준비한다.
기사제공 연합뉴스
하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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