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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배구' 쉽지 않은 GS의 최대 수확은 권민지

조아라유 0

[여자배구] 26일 흥국생명전 45.95%의 성공률로 18득점 활약, GS 5위 탈환

GS칼텍스가 안방에서 선두 흥국생명을 꺾고 5위 자리를 되찾았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7,29-31,23-25,25-19,15-10)로 승리했다. 선두 굳히기에 나선 흥국생명의 발목을 잡으며 승점 2점을 챙긴 GS칼텍스는 승점이 같은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세트 득실률에서 앞서며 5위 자리를 탈환했다(14승17패).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가 서브득점 2개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37득점을 퍼부으며 GS칼텍스의 승리를 이끌었고 토종 에이스 강소휘도 47.73%의 성공률로 23득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그리고 GS칼텍스에서는 5라운드부터 유서연을 제치고 주전 출전경기가 늘어나고 있는 프로 4년 차 아웃사이드 히터 권민지가 45.95%의 성공률로 18득점을 기록하는 '깜짝 활약'을 펼치며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포지션 변경한다면 표승주-한수지처럼
 

▲  권민지는 프로 입단 후 세 시즌 동안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리인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에서는 팀 사정 또는 개인의 생존을 위해 포지션을 변경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물론 감독이나 구단 입장에서는 선수가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하면 팀 운영에 크게 도움이 되지만 사실 선수 개인에게는 포지션 변경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여러 포지션을 오간다는 것은 하나의 포지션에 정착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그만큼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을 확률이 낮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득점 8위(449점,국내선수 3위)를 달리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는 표승주(기업은행)가 대표적이다. 182cm의 좋은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는 표승주는 2010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입단했을 때부터 V리그를 대표하는 멀티플레이어로 이름을 떨쳤다. 팀 사정에 따라 왼쪽과 오른쪽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미들블로커로도 활약할 수 있는 표승주의 가치는 대단히 높았다. 

하지만 '멀티 플레이어'라는 인식이 강했던 표승주는 정작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시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표승주는 2018-2019 시즌이 끝나고 풀타임 주전을 보장해주는 기업은행으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표승주는 기업은행 이적 후 여러 포지션을 떠돌지 않고 아웃사이드 히터로 정착하면서 2020 도쿄올림픽 4강 멤버로 활약했고 이번 시즌엔 프로 데뷔 13년 만에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풀타임 주전이 될 때까지 방황의 시간이 있었던 표승주의 경우처럼 포지션을 변경할 때는 멀티포지션을 지향하기 보다는 새로운 포지션에 정착하기 위해 올인하는 게 더욱 현명하다. 세터에서 미들블로커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한 GS칼텍스의 '캡틴' 한수지가 좋은 예다. 2006년 세터로 프로에 입단해 2011-2012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KGC 인삼공사의 주전세터로 활약한 한수지는 2016-2017 시즌을 앞두고 미들블로커로 변신했다.

세터 포지션의 미련을 버리고 미들블로커로 꾸준히 좋은 활약을 이어간 한수지는 2017-2018 시즌이 끝나고 인삼공사와 연봉 3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하며 미들블로커로 성공시대를 열었다. 한수지는 2019년5월 GS칼텍스 이적 후에도 주전센터로 꾸준히 활약하고 있고 이번 시즌 세트당 0.82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블로킹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제 '세터 한수지'는 개인에게도 배구팬들에게도 추억이 된 지 오래다.

시즌 후반부터 늘어난 주전 출전 기회
 

▲  권민지는 6라운드 첫 경기에서 18득점으로 자신의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정호영(인삼공사)과 이다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이어 전체 3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됐을 때만 해도 권민지의 주 포지션은 아웃사이드 히터였다. 하지만 당시 GS칼텍스에는 '쌍소자매' 이소영(인삼공사)과 강소휘가 붙박이 주전으로 버티고 있었고 박혜민(인삼공사) 같은 비슷한 나이대의 유망주도 있었기 때문에 권민지에게는 쉽게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GS칼텍스는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이 탄탄한 대신 문명화와 김유리가 잦은 부상에 시달리던 미들블로커에는 약점이 있었다. 이에 차상현 감독은 신장(178cm)은 조금 작지만 대담한 성격과 뛰어난 공격력을 보유한 권민지를 미들블로커로 활용했고 권민지는 낯선 포지션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그렇게 권민지는 V리그를 대표하는 '언더사이즈 미들블로커'로 자리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차상현 감독은 2022-2023 시즌을 앞두고 권민지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복귀시킬 거라는 계획을 밝혔고 권민지는 컵대회 4경기에서 63득점으로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정작 시즌이 개막하자 차상현 감독은 강소휘와 유서연을 주전으로, 최은지를 세 번째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용하면서 권민지의 순번은 점점 뒤로 밀렸다. 하지만 유서연이 높이문제로 고전하고 최은지가 무릎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권민지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권민지는 5라운드 들어 선발출전기회가 늘어났고 5라운드 6경기에서 52득점을 올리며 강소휘의 새로운 파트너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12일 인삼공사전에서 51.6%의 성공률로 개인최다득점인 17득점을 기록한 권민지는 26일 흥국생명과의 6라운드 첫 경기에서 45.95%의 성공률로 18득점을 기록하며 개인 최다득점 기록을 2주 만에 경신했다. 팀이 패배했던 2주 전과 달리 이번에는 팀도 승리하며 더욱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정규리그 5경기를 남겨 둔 GS칼텍스는 현재 4위 도로공사에게 승점 7점 차이로 뒤져 있다. GS칼텍스가 이번 시즌 봄 배구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최소 4위 자리를 확보하면서 3위와의 승점 차이도 3점 이내로 줄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리 쉬운 목표는 아니다. 하지만 만약 GS칼텍스가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한다 해도 권민지라는 아웃사이드 히터 유망주를 발굴한 것은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최대 수확이 될 것이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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