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오브 V리그 ④] 50%의 점유율과 성공률 동시 달성했던 '괴물' 몬타뇨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스포츠, 특히 단체스포츠에서 전문가들이 입버릇처럼 인용하는 격언이다. 아무리 개인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있다 하더라도 혼자의 힘으로는 팀을 우승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한 배리 본즈를 보유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본즈가 활약하던 시기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최고의 괴물 오타니 쇼헤이가 있는 LA 에인절스의 올 시즌 승률도 5할이 채 되지 않는다.
농구에서도 마찬가지. 오랜 기간 현역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군림했던 크리스 폴(골든스테이드 워리어스)과 세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던 제임스 하든(필라델피아 76ers)은 전성기 구간에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현역 시절 '포인트포워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현주엽 역시 상무 시절 농구대잔치에서만 한 차례 우승했을 뿐, 프로 무대에서는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배구 역시 개인기량보다는 팀워크를 중요하게 여기는 종목으로 뛰어난 선수가 가세해도 갑자기 팀워크가 좋아지긴 힘들다. 하지만 V리그 여자부에서는 이 두 명의 선수를 예외로 둬야 한다. 아시아에서도 3위권이었던 한국을 두 번이나 올림픽 4강으로 이끌었던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과 KGC인삼공사를 두 번이나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었던 V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마델라이네 몬타뇨가 그 주인공이다.
'몰빵배구'의 시작을 알린 외국인 선수
▲ 몬타뇨는 2011-2012 시즌 V리그 역사에서 50%의 점유율과 성공률을 동시에 기록한 유일한 선수다. |
ⓒ 한국배구연맹 |
2005-2006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잘 뽑은 슈퍼루키 한 명이 얼마나 팀을 바꿀 수 있는가'를 보여준 모범사례였다. 뛰어난 공격력과 안정된 서브리시브, 그리고 넘치는 승리욕을 겸비한 김연경은 V리그 원년 최하위 흥국생명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김연경 입단 후 네 시즌 동안 세 번이나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V리그 초창기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V리그 입성 후 네 시즌 동안 세 번의 정규리그 MVP와 세 번의 챔프전 MVP에 선정되며 리그를 완전히 평정한 김연경에게 국내 무대는 너무 좁았다. 김연경은 2008-2009 시즌이 끝난 후 임대형식으로 일본 V. 프리미어리그의 JT마블러스로 이적했고 김연경이 떠난 흥국생명은 2009-2010 시즌 5개 구단 중 4위(8승20패)로 순위가 뚝 떨어졌다. 그리고 흥국생명의 자리를 차지한 팀은 바로 몬타뇨가 가세한 KT&G 아리엘즈(현 KGC인삼공사)였다.
V리그 원년 우승팀 KT&G는 '김연경 집권기' 시절 김세영이라는 걸출한 미들블로커를 앞세워 네 시즌 동안 세 번이나 봄 배구에 진출했다. 하지만 정작 플레이오프에서는 아쉬운 공격력 때문에 번번이 챔프전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KT&G에는 흥국생명의 김연경이나 GS칼텍스 KIXX의 베띠 데라크루즈 같은 확실한 주공격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KT&G는 2009-2010 시즌을 앞두고 콜롬비아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몬타뇨를 영입했다.
사실 몬타뇨는 같은 시즌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서 영입한 같은 콜롬비아 출신의 케니 모레노에 비하면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였다. 실제로 케니는 20대 초반부터 브라질과 이탈리아,일본리그를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었지만 몬타뇨는 KT&G에 입단하기 전까지 수준이 낮다고 평가 받던 그리스리그에서 활약했다. 실제로 2009-2010 시즌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23승5패를 기록하며 19승9패의 KT&G를 제치고 챔프전으로 직행했다.
하지만 몬타뇨의 진가는 봄배구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GS칼텍스와의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99득점을 퍼부으며 KT&G의 승리를 이끈 몬타뇨는 현대건설과의 챔프전에서도 6경기에서 200득점을 기록하며 KT&G의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다. 챔프전 6경기에서 390회의 공격을 시도한 몬타뇨는 51.18%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했다. 몬타뇨는 챔프전에서 팀 내 득점 2위 김세영(57점)의 3배가 넘는 득점을 올리는 '몰빵배구'를 선보였다.
V리그에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가 없는 이유
▲ 몬타뇨 이후 V리그 여자부에서는 공격력이 좋은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를 경쟁적으로 영입했다. |
ⓒ 한국배구연맹 |
김연경의 일본진출 후 여자부에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이 심해지자 한국배구연맹에서는 2010-2011 시즌 새로운 제도를 들고 나왔다. 바로 3세트에 한해 외국인 선수의 출전을 제한하는 것. 이는 국내 선수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인삼공사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몬타뇨는 2010-2011 시즌 국내 선수들보다 훨씬 적은 65세트만 소화하고도 정규리그 득점왕(591점)에 올랐지만 '디펜딩 챔피언' 인삼공사는 4위(8승16패)로 추락했다.
사실상 '몬타뇨 금지법'이나 다름 없었던 3세트 외국인 선수 출전제한은 한 시즌 만에 사라졌다. 그리고 몬타뇨는 2011-2012 시즌 인삼공사가 치른 30경기 중 29경기에서 112세트를 소화하며 여자부 최초로 1000득점을 돌파했다(1076득점). 몬타뇨는 2011-2012 시즌 정규리그에서 무려 53.78%에 달하는 비상식적인 공격점유율을 기록했는데 그렇게 많은 공격을 홀로 책임지고도 50.69%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인삼공사는 몬타뇨의 원맨쇼에 힘입어 프로출범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했고 몬타뇨는 현대건설과의 챔프전에서 또 한 번 무시무시한 활약을 선보였다. 1차전부터 33득점을 기록한 몬타뇨는 2차전 22득점으로 주춤했지만 3차전 38득점,4차전 24득점을 기록했고 마지막 5차전에서는 무려 40득점을 퍼부었다. 몬타뇨는 챔프전 5경기에서 공격점유율 50.09%,성공률52.35%를 기록하는 '원맨쇼'를 선보였다.
V리그에서 세 시즌 동안 활약하며 인삼공사를 2번의 챔프전 우승으로 이끈 몬타뇨는 2012년 아제르바이잔 리그로 진출하며 한국생활을 마감했다. 하지만 몬타뇨라는 '괴물 외국인 선수'가 남기고 간 흔적은 현재까지도 V리그에 매우 진하게 남아있다. 몬타뇨 이후로 모든 구단들이 앞 다투어 많은 공격점유율을 책임질 수 있는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고 이는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의 위축'이라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22-2023 시즌 여자부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시도하며 역대 3번째로 정규리그 1000득점을 돌파한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의 공격점유율은 고작(?) 41.30%였다. 몬타뇨가 그 시절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많은 공격을 시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놀라운 사실은 몬타뇨가 그렇게 엄청난 점유율을 책임지고도 정규리그부터 챔프전까지 지치지 않는 체력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몬타뇨를 자타공인 V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부르는 이유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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