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경기에서 대한항공이 세트스코어 3-2 역전승을 거두며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한선수가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천안 | 김종원 기자
올 시즌 V리그 남자부가 막을 내렸다. 대한항공이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에 3승 무패로 이기고 통산 4번째 정상이자 2020~2021시즌 이후 3시즌 연속 통합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야말로 ‘대한항공 왕조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챔프전 3차전은 쉽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먼저 두 세트를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우승 확정을 다음 기회로 미룰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벼랑 끝 상황서 빛난 선수가 세터 한선수(38)다.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역전승에 앞장섰다. 그 덕분에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도 수상했다.
2007~2008시즌 데뷔한 베테랑은 방송 인터뷰에서 울컥했다. 수상 소감을 묻자 “올 시즌엔 상복이 좀 있는 것 같다”며 가볍게 웃었다. 이어 ‘13번째 맞은 포스트시즌이 남다를 것 같다’는 질문엔 “토스를 할 수 있다는 게 소중하다”고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울컥한 것이다. 곧바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짧은 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최고참으로서,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야한다는 책임감과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한선수는 “부담감을 조금씩 내려놓는다고는 하지만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그게 무게감으로 찾아온다”며 심한 압박감을 털어놓았다. 우승이 확정되자 시즌 내내 가슴을 눌렀던 돌덩이를 내려놓은 듯 안도의 눈물을 흘린 것이다.
관중석에선 전광인(32·현대캐피탈)이 얼굴을 감싼 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함께 뛰지 못한 미안함과 패배에 대한 속상함의 눈물이었다.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경기에서 대한항공이 세트스코어 3-2 역전승을 거두며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전광인이 아쉬워하고 있다. 천안 | 김종원 기자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전광인은 허수봉, 오레올과 함께 현대캐피탈의 ‘삼각편대’다. 올 시즌 득점 12위, 서브 10위는 물론이고 수비 3위, 리시브 4위로 공수에서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막판 발목 인대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서는 빠졌다. 챔프전 3차전을 앞두고는 “수비라도 하겠다”며 최태웅 감독에게 출전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은 관중석에서 지켜봐야했다.
현대캐피탈은 베테랑 문성민(37)과 3년차 김선호(24)를 투입해 전광인의 공백을 메웠다. 둘 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하지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관중석에서 동료들이 역전패 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전광인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그는 코트로 내려가 벤치에 앉은 문성민에게 다가갔다. 문성민도 이미 울고 있었다. 3차전 패배에 대한 아쉬움과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 미안함의 눈물이었다. 전광인은 그런 선배를 감싸 안았다.
2010~2011시즌 입단한 문성민은 두 차례 정규리그 MVP와 한 차례 챔프전 MVP를 차지한 현대캐피탈의 대표 공격수다. 올 시즌 웜업 존이 더 익숙했지만, 전광인 부상 이후 긴급 투입됐다. 항상 솔선수범했던 그는 이번에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눈물의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기사제공 스포츠동아
최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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