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NBA 플레이오프는 피닉스 선즈 입장에서 이래저래 아쉬움으로 다가올 듯 하다. 플레이오프에서 충분히 사고를 칠만한 기존 전력에 리그 최고의 공수겸장 스윙맨 ‘KD' 케빈 듀란트(34‧208cm)가 가세했다. ’윈나우(win-now)‘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만한 시즌이기도 했다.
피닉스는 1번 크리스 폴(37‧183cm), 2번 데빈 부커(26‧196cm), 5번 디안드레 에이튼(24‧211cm) 등 각 포지션별로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어 듀란트가 합류하기 전부터도 이미 강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3번 포지션에 듀란트가 합류했다는 것은 화룡점정과도 같았다. 듀란트의 피닉스행에 많은 이들의 경계어린 눈빛이 쏟아졌던 이유다.
물론 듀란트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출혈도 적지않았다. 팀내 핵심 선수들인 미칼 브리지스, 캐머런 존슨, 제이 크라우더와 스왑 권리 포함 미래 신인 드래프트 1, 2라운드 지명권 총 7장을 내줬다. 한마디로 미래를 주고 현재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덴버 너게츠에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2승 4패로 무너짐에 따라 첫 시즌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무관의 피닉스는 팀의 현재이자 미래인 부커가 전성기에 접어든 가운데 폴이 그나마 기량을 유지하고 있을 때 우승에 올인할 필요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듀란트는 최적의 지원군같이 보였다. 기대대로 듀란트가 가세한 피닉스는 강력했다. ‘코비 키드’로 불리는 부커와의 ‘쌍포’는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원투펀치중 하나로 주목받았고 적어도 화력 대결이라면 어느 팀과도 해볼만했다.
서부 컨퍼런스 4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피닉스는 1라운드에서 LA 클리퍼스를 4승 1패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1차전을 내줬지만 이후 4경기를 모두 잡았다. 카와이 레너드의 부상 변수가 큰 영향을 끼쳤으나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않고 파고든 피닉스의 화력도 무서웠다. 2라운드에서 만난 덴버 너게츠는 강력한 상대였다.
‘우승후보끼리 맞붙었다’는 말이 나온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로 부담스러운 매치업이었다. 특히 ‘조커’ 니콜라 요키치(28‧211cm)의 존재는 결정적으로 피닉스를 무너뜨린 가장 큰 이유였다는 분석이다. 요키치는 지지난시즌, 지난시즌 연속해서 정규시즌 MVP를 받은 것을 비롯 올시즌에도 평균 24.8득점, 11.8리바운드, 9.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센터로 거듭났다.
아쉽게 무산되기는 했지만 3연속 MVP를 받았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는 평가다. 물오른 기량의 요키치는 플레이오프 들어서도 정규시즌 이상의 상승세를 과시하며 매게임을 지배하고 있다. 거기에 저말 머레이, 마이클 포터 주니어, 브루스 브라운,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 등이 뒤를 잘 받쳐주며 팀 자체의 힘이 엄청나게 강해진 상태다.
물론 힘대 힘 대결이라면 피닉스도 밀릴 것은 없었다. 특히 부커는 연일 고득점 행진을 벌이면서도 높은 성공률까지 가져가며 득점 머신으로서의 존재감을 톡톡히 뽐냈다. ‘지구 1옵션 듀란트가 팀내에서는 2옵션이 됐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피닉스는 풀전력으로 덴버와 맞붙지못했다. 시리즈 초반부터 주전 포인트가드 폴의 부상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폴의 결장 속에서 부커와 듀란트는 덴버의 수비진을 쉼없이 폭격했지만 결국 한계를 드러내고말았다. 부커와 듀란트의 최대 무기는 슈팅력이다. 그런 유형의 선수는 아무리 손끝감각이 좋아도 필연적으로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 선수가 주춤해도 나머지 한선수가 크레이지모드라면 상관없겠으나 농구는 게임이 아니다. 함께 터지는가하면 함께 부진할 수도 있다.
그런 순간에 가장 필요한 유형이 폴같이 노련한 야전사령관이다. 폴은 본인도 훌륭한 득점원이지만 동료의 플레이를 살려주는데 도가튼 기술자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폴은 없었고 부커와 듀란트의 쌍포는 떨어진 화력을 다시 끌어올리지 못한채 무너지고 말았다. 수비에서 요키치를 괴롭혀주고 공격시에는 높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에이튼은 부상과 부진에 더해 팀워크를 해치는 행동까지 반복하며 피닉스 팬들을 한숨짓게 했다.
현재의 피닉스는 변화가 필요하다. 폴은 정점에서 지속적으로 내려오고있으며 에이튼은 기량을 떠나 마인드적인 측면에서 믿음이 안간다. 최상은 르브론 제임스와 앤서니 데이비스가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다양한 롤플레이어들이 상황에 맞게 함께하고있는 LA 레이커스처럼 가는 것이다.
아쉽게도 현재의 피닉스 입장에서는 쉽지않다. 앞서 언급한데로 듀란트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출혈이 워낙 심했던지라 선수층이 크게 얇아진 상태다. 이름값높은 선수들이 주전 라인업에 대거 포진된 상태에서 파격적인 결단없이 제대로된 변화는 어렵다. 쌍포를 제외한 대대적인 라인업 개편이 필요하는 의견이 나오고있는 이유다.
1968년 창단한 피닉스는 NBA내에서도 상당한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다. 열성 팬도 많고 팀 이름값도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그들에게는 가슴속 깊게 남겨지고 있는 한이 하나 있다. 이제껏 단 한번도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게 바로 그것이다. 파이널에 3번 도전장을 냈으나 중요한 고비를 넘기지못하고 번번히 준우승의 아픔에 울고 말았다.
찰스 바클리, 스티브 내시, 크리스 폴 등 대어급들을 데려와 우승청부사의 역할을 기대했으나 아직까지는 성공한 케이스가 없다. 어쩌면 피닉스 입장에서는 현시대가 그 어떤 때보다도 우승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아무리 걸출한 선수를 타팀에서 영입했다해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위해서는 본인의 팀내에 프랜차이즈급 기존 선수가 있어야 한다. 무조건 외부수혈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현재의 피닉스는 그게 된다.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함께할지는 모를일이지만, 활약기간에 따라 팀내 전설이 될 수도 있는 부커가 피닉스의 상징으로 버티고 있는 가운데 리그를 대표하는 스몰포워드 듀란트가 함께 한다. 개편을 하든 보강을 하든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다. 다음시즌 피닉스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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