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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트레이드…한국시리즈 염두에 둔 염경엽의 대권 행보

조아라유 0

OSEN DB

 



[OSEN=백종인 객원기자] 벌써 19년 전 일이다. 2004년 이맘때다. 빨간 양말들이 정신없다. 젊은 단장이 또 일을 벌인 탓이다. 31세의 테오 엡스타인이다. 기어이 프랜차이즈 스타를 처리하겠단다. 표적은 유격수 노마 가르시아파라다. 여기저기 얘기를 맞춰봤다. 마땅한 카드가 없다. 결국 4개 팀이 돌고 도는, 복잡한 4각 트레이드가 완성됐다. 7월 31일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 와중이다. 엡스타인은 만족을 모른다. 또 다른 궁리 중이다. “이봐, 어디 괜찮은 대주자감 하나 없을까?” 바로 옆 직원에게 불똥이 튄다. 얼마나 걸렸을까. 리스트 하나가 뽑혔다. 족히 10여 명의 명단이다. 물론 결정권자 눈에는 맨 위만 보인다. 데이브 로버츠였다.

즉각 다저스로 전화를 돌린다. OK 답을 받아냈다. 단장과 담당 직원은 하이 파이브를 나눴다. 리스트를 뽑아준 사람은 당시 인턴이었다. 잭 스캇이라는 이름이다. 후에 레드삭스 부단장까지 올라갔다. 현재는 뉴욕 메츠의 GM이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양키스와 ALCS가 벌어졌다. 3연패로 벼랑에 몰렸다. 4차전도 패색이 짙다. 3-4로 뒤진 9회다. 마리아노 리베라가 마운드에 오른다. 펜웨이 파크는 절망에 빠졌다. 그런데 웬걸. 첫 타자가 볼넷을 얻었다. 감독(테리 프랑코나)이 타임을 건다. 대주자 기용이다.

“1루로 달려갔어요. 뱃속에는 수백 마리의 나비가 우글거리는 느낌이었죠.” 로버츠가 그렇게 회상한다. “뛰라는 사인 같은 건 없었죠. 그냥 누구나 아는 거죠. 무조건 2루로 가야했죠. 그게 내가 존재하는 이유였으니까요. 만약 뛰지 않았다면, 그 대목에서 머뭇거렸다면. 우린 절대 이길 수 없었을 거예요.”

양키스가 모를 리 없다. 연달아 3개의 견제가 1루로 향한다. 그러나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다. 감히 누가 막겠나. 잠시 후. 2루 위에서 포효가 터진다. 도루 성공이다. 곧이어 빌 멜러의 적시타가 폭발했다. 4-4 동점. 결국 연장 끝에 승부가 뒤집힌다. 기적적인 리버스 스윕이 이뤄진다.



mlb.com 캡처

 



야구 없는 며칠 간이다. 오피셜 하나가 반짝인다. 트레이드 소식이다. 트윈스와 다이노스의 거래다. 외야수와 우투수가 교환된다. 최승민(27)이 잠실로 가고, 채지선(28)은 창원으로 향했다.

알려진 바로는 그렇다. 제안을 한 쪽은 LG다. 염경엽 감독이 콕 집었다. 최승민이 필요하다는 청이었다. 1위 팀 사령탑의 부탁이다. 모른 척할 수 없다. 단장(차명석)이 움직였다. 일을 성사시킨다.

얼핏 보기에는 그렇다. 굳이 외야수가 또 필요한가? 괜찮은 20대 투수를 내주고 말이다. 그런 의문이 들 법하다. 특출한 기록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올해 1군 기록도 없는 우투좌타다. 지금도 왼쪽 타석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최승민을 원한 이유가 있다. 달리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전반기 막판부터 ‘대주자가 필요하다’는 소리를 자주 했다. 그 역할이던 신민재의 업그레이드 탓이다.

어느 틈에 그는 2루의 주인이 됐다. 서건창의 2군행, 김민성의 부상 공백을 메우고 있다. 아니, 메우는 정도가 아니다. 전반기 66경기에서 타율 0.344(96타수 33안타), 출루율 0.400, OPS 0.754를 기록했다. 도루는 벌써 21개(성공률 75%)나 성공시켰다. 이 부문 1위다. 이 정도면 벤치만 덥힐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보강이다. 현재 트윈스라면 ‘가을 야구’로 통칭해서는 곤란하다. 명확하게 한국시리즈가 목표일 것이다. 즉 대권을 향한 스페셜리스트의 영입이다. 그렇게 봐야 해석이 된다. 그래서 (트레이드) 7월을 10여 일 남기고 부랴부랴 성사시켰다. 그래야 PS 엔트리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OSEN DB

 



다시 보스턴 얘기다. 엡스타인의 기억이다. “몇 시간 지나면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었어요.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중요한 게임에서는 대주자가 필요할 거야.’ 그래서 곧바로 알아보고, 성사시킬 수 있었죠.” 86년 동안의 기나긴 저주였다. 그걸 푼 것은 작은 열쇠였다. 급히 영입한 대주자의 달리기였다. 훗날 ‘더 스틸(The Steal)’로 불린 역사적 도루다.

그깟 대주자 한 명에? 우승이 좌우된다고?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대충 대충은 없다. 매번 사활을 건다. 한 게임, 한 게임이 총력전이다. 때문에 1~2점 승부가 비일비재하다. 그걸 이겨내지 못하면 대권은 어림없다. 작은 빈틈이라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거기서 차이가 생긴다.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한 이유다. 벌써 아련한 라이온즈의 왕조 시절이다. 강명구의 반지 5개가 그걸 증명한다.

염 감독의 선수 시절도 비슷하다. 그 역시 그런 역할이었다. 덕분에 누구보다 중요성을 잘 안다. 그래서 그냥 지나칠 리 없다. 29년째 염원이다. 올해는 꼭 이뤄야 한다. 작고, 사소한 것도 소홀할 수 없다. 뜬금없는 트레이드다. 대단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꼼꼼하다. 대권을 향한 프로젝트다.

 

기사제공 OSEN

백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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