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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연패'에도 환호 받는 이상한 여자배구...도쿄올림픽 4강, V리그 흥행에 가려진 '기형적인 韓 여자배구' [유진형의 현장…

조아라유 0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5연패에 빠진 한국 여자배구.

'승점 자판기'로 전락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세자르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원래 이게 한국 여자배구 실력이다.

그동안 우리는 김연경이라는 세계 최고 선수를 보유한 건 사실이었지만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실력은 최하위권이었다. VNL 25연패, 사실 그렇게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지난 2018년 한국은 VNL로 개편 후 첫 대회에서 5승 12패를 기록하며 12위를 했다. 초라해 보일 수 있는 성적이었지만 이때 기록한 성적이 역대 VNL에서 한국이 기록한 최고의 성적이었다.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이뤄냈던 라바리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처음 참가했던 2019 VNL에서 한국은 3승 15패로 15위를 했다. 2020 VNL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고, 2021 VNL에서도 3승 15패로 15위를 했다. 라바리니 감독의 한국은 두 대회 연속 15위로 최약체 팀 중 하나였다.

특히 2021 VNL은 도쿄올림픽 전 모의고사라고 볼 수 있는 대회였는데 한국은 처참한 경기력으로 고개 숙였다. 그런데 도쿄올림픽에서 기적처럼 4강 신화를 이뤄냈다. 이후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은 국민적 스타가 됐고, 각종 방송 및 광고에 출연하며 가는 곳마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그리고 V리그가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여자부는 프로야구를 위협하는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선수들의 처우도 좋아졌다.



 

 

하지만 이건 독이 든 성배였다. 라바리니 감독 후임으로 세자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등 15년 이상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던 선수들이 대표팀을 떠나자 급격히 민낯이 드러났다. 김연경이란 세계 최고 선수와 도쿄올림픽 4강, V리그 흥행이라는 가림막에 가려져 우리는 한국 여자배구 위치를 망각하고 있었다.

불가리아전 이후 강소휘는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격차가 너무 커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국내 리그에서 너무 안일하게 배구를 한 것 같다"라며 반성했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여론과 경기장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지난 27일 불가리아에 패한 뒤 한국 관중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처참한 경기력의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었지만 관중들은 실망과 야유가 아닌 환호를 보냈다. 선수들은 K-POP 아이돌 가수와 같은 인기였다, 그들은 팬 미팅을 하듯 팬들에게 둘러싸여 선물 받고 사인과 기념 촬영을 하는 등, 마치 우승 선수들처럼 환대받았다.



 

 

그리고 한국은 29일 경기도 수원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VNL 3주 차 2차전,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3(18-25, 18-25, 16-25)로 또다시 패했다. 지난 27일 불가리아전에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월등한 실력 차로 완패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지난해 VNL 12연패에 이어 올해도 10연패 하며 VNL 25연패에 빠졌다. 세자르 감독 부임 후 1승 25패다. 누가 봐도 치욕적인 결과다. 다른 종목 같은 경우 성적이 좋지 않으면 협회가 감독을 경질하거나 감독 스스로 자진 사퇴 한다. 하지만 한국 여자배구는 다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전대미문 치욕적인 성적에도 서로 책임만 회피하고 있다.

한편 세자르 감독에 대한 여론이 이렇게까지 나빠진 건 성적도 성적이지만 그의 발언 때문이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전술 준비는 잘 되었는데 선수들이 따라주지 못했다"라며 선수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클럽팀과 한국 대표팀 겸임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 대표팀보다는 구단(프랑스 낭트)이 불만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라고 말해 논란을 더 키웠다.



 

 

하지만 사실 이 말은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쓴 라바리니 감독도 지난 2019년 한국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동시에 2017년부터 맡은 브라질 벨로호리존테의 미나스테니스 클럽 감독직을 유지했다. 라바리니 감독도 겨울에는 클럽팀을 이끌고, 봄부터 가을까지 한국 선수들을 지도했다.

결국 지금의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세자르 감독이 아닌 어느 누가 지휘봉을 잡아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힘든 실력이다. 그래도 세자르 감독의 발언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성적에 대한 책임을 선수 탓을 하는 감독은 감독 자격이 없다.

이제 한국 여자배구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더 높은 위치를 바라보는 목표 의식이 필요한 시기다. 한국 여자배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VNL 25연패에 빠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과 팬들. 사진 = 수원 유진형 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

유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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