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게 무슨 코미디같은 일인가.
참으로 안타깝다. 또 한심하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어쩌면 예견됐던 이 파국을 애초에 컨트롤할 힘이 없었고, 출범 후 최악의 사건으로 먹칠을 당할 분위기다. 가장 불쌍한 건 종착지를 모르고 뛰어온 선수단, 그리고 그들을 응원한 팬들이다.
5위 고양 캐롯은 18일 원주 DB에 패했다. 하지만 이날 7위 수원 KT가 안양 KGC에 패하며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창단 첫 시즌 플레이오프행,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캐롯은 웃을 수 기쁜 날 웃을 수 없었다. 자신들이 플레이오프에서 뛸 수 있을 지, 없을 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정말 부끄러운 이유로 처절하게 짐을 싸야할 것 같은 운명에 더 슬펐을 지 모른다.
캐롯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둔 데이원스포츠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KBL 무대에 야심차게 발을 들였다. 고양 오리온을 인수했다. 캐롯손해보험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고, 그동안 농구단과 인연이 없었던 낫소와 용품 계약을 맺는 등 순조로운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KBL과 타 구단들은 이런 캐롯의 출발의 의구심을 표했다. 캐롯이 제시한 수익 창출 등의 방법이 터무니 없다는 것이었다. 너무 이상적인 부분들로만 성공을 장담하니, 이미 구단을 운영하며 '저게 될 리 없는데'라고 생각한 모든 구단들이 저지에 나섰다. 하지만 10개 구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힌 KBL의 결정은 회원 승인이었다.
사실 농구단 운영으로 수익을 얻는 구단은 없다. 매 시즌 50~70억원의 돈을 쓰는 이유는 홍보다. 그런데 KBL이 캐롯을 받아준 건 허 재라는 당대 최고의 스타 출신 대표도 중요했지만 대우조선해양건설이라는 배경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대우조선해양건설이 경영난을 이유로 농구단 운영에 두 손을 들어버리니 지금의 선수단 급여 지급 지연 등 프로답지 못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1차 가입금 5억원을 지연 납부했다. 그리고 나머지 10억원을 내지 못하면 선수들은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도 그 무대에 설 수 없다. 납부 기일이 31일인데, 그 안에 납부가 안되면 플레이오프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 지금 분위기라면 캐롯이 10억원이라는 거액을 낼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사상 최초로 7위팀이 어부지리로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다. 정말 창피한 건 7위 수원 KT와 8위 원주 DB는 이 가능성을 두고 조용히(?) 혼신의 힘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플레이오프에 올라간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으니 불쌍할 따름이다.
책임감 없이 한 시즌 만에 구단을 팽개친 데이원스포츠가 가장 큰 문제지만, 이런 일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대책 없이 이들을 들인 KBL이 더 문제다. 10개 구단 유지가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한 대책을 내부적으로 마련해놨어야 하는 게 맞았다. 플레이오프 일정과 가입비 납부 기한이 꼬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실소를 감출 수 없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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