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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도 못한 4부 리거, 세계 뒤흔든 '제2의 이강인'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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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즈볼' 이승원, 한국 선수 최다 공격포인트 신기록 수립... 4부리그에서만 출장
 

▲ 아디다스 브론즈볼 수상한 이승원 11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시상식에서 이승원이 아디다스 브론즈볼을 수상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은중호의 4강 신화를 이끈 캡틴 이승원이 '신데렐라 스토리'를 완성했다. 한국 선수로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한국 선수 최다 공격포인트 신기록을 수립했고, 더불어 20세 이하(U-20) 월드컵 브론즈볼 영예도 품에 안았다.
 
이승원은 6월 1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U-20 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국이 0-1로 끌려가던 전반 24분 배준호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키커로 나서 성공시키며 동점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한국은 아쉽게 이스라엘에 1-3으로 석패하며 4위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이승원은 이번 대회에서 총 3골 4도움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9년 폴란드 대회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며 골든볼(MVP)을 받은 이강인의 2골 4도움을 뛰어넘어 한국 선수의 U-20 월드컵과 피파 대회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7개)을 갈아치우고 새 역사를 썼다.
 
'발가락 골절' 불운 딛고 일어서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은 이번 대회 전만 하더라도 4년 전의 정정용호와는 달리, 큰 주목과 기대를 받지 못한 '골짜기 세대'로 꼽혔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소속팀에서도 제대로 출전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가 수두룩했다. 하지만 특유의 원팀 정신과 실리축구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강호들을 연파하며 지난 대회 준우승에 이어 2회 연속 U-20 월드컵 4강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수립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에이스' 이승원도 이번 대회 전까지는 철저한 무명에 가까웠다. 이승원은 포지션과 플레이스타일, U-20 대표팀에서의 비중과 활약상 면에서 2살 선배이자 2019 폴란드 U-20 대회에서 정정용호의 에이스였던 이강인과 비교되고 있다.
 
하지만 4년 전의 이강인과 올해의 이승원은 인지도 및 위상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당시 '축구천재'로 불린 이강인은 유럽 빅리그 명문팀인 스페인 라리가 발렌시아 소속으로 데뷔전까지 치렀고 이미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유망주였다. 반면 이승원은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정도의 무명에 가까웠다.
 
이승원은 덕영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21년 전국고교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해 프로팀 직행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10월 전국체전에 나섰다가 발가락이 골절되는 불운을 겪으며 무산됐다. 이후 이승원은 단국대에 입학하여 재기를 노렸고 올해 1월초 강원 FC의 눈에 띄어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이승원은 아직 K리그에서 정식 프로 데뷔전도 치르지 못했다. 2023시즌 전반기 내내 이승원은 강원B팀 소속으로 4부리그에서만 출장하며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승원만이 아니라 김은중호 주축 선수들 대부분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은중 감독은 이번 U-20 대회를 앞두고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하여 점유율은 떨어지더라도 빠른 공수전환과 역습 한 방으로 상대의 허점을 공략하는 실리축구를 선택했다. 그리고 김은중호의 중원 핵심이자 공격 선봉장 역할을 해줄 플레이메이커로 낙점된 것이 바로 이승원이었다.
 
연령대별 대표팀도 이번 U-20이 처음이었던 이승원은 당당히 주장으로까지 낙점됐다. 이승원은 중원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쉴새 없이 뛰면서 공수밸런스를 유지하고, 안정적인 패스와 빼어난 경기 조율 능력으로 팀의 중심축을 잡아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며 김은중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이승원의 진가가 돋보인 부분은 역시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로서의 능력이었다. 이승원은 대회 내내 김은중호의 전담 키커로 활약하며 직접 페널티킥으로 2골을 넣었고 세트피스(코너킥 3회, 프리킥 1회)에서 4골을 어시스트하며 동료들의 득점을 도왔다. 공격 포인트 7개 중 6개가 정적인 데드볼 상황에서 만들어냈다. 나머지 1골은 역습 상황에서 스루 패스를 받아 마무리한 득점이었다. 이승원의 활약을 바탕으로 한국은 매경기 강팀들에게 점유율에서는 밀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 방으로 흐름을 뒤집는 실리축구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세계적 유망주들과 어깨 나란히 한 이승원
 

▲ 이승원 '나야, 동점골의 주인공' 8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이탈리아의 전반전 경기에서 이승원이 동점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회 내내 꾸준한 활약을 보였다는 것도 높이 평가받는 부분이다. 이승원은 대회 첫 경기부터 강호 프랑스를 상대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 온두라스 상대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승원이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못한 경기는 유일하게 0-0 무승부를 기록했던 조별리그 최종전 감비아전이었고 한국은 당시 이미 16강을 확정한 상황이었다.
 
이승원은 토너먼트에서도 맹활약했다. 16강 에콰도르전, 8강 나이지리아전에서 세트피스 도움을 올렸다. 4강 이탈리아전과 이스라엘전에서는 비록 패배했지만 페널티킥 득점을 올렸다. 이강인처럼 현란한 개인기과 패싱력은 없었지만, 간결하고 효율적인 팀 플레이와 뛰어난 전술소화 능력을 바탕으로 동료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이승원은 이강인과의 비교에 "그렇게 불러주시는 자체가 영광"이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이승원은 4년 전 폴란드 대회 골든볼(대회 MVP)을 받았던 이강인에 이어 U20 월드컵에서 개인상을 수상한 역대 두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이강인은 4년이 지난 지금 마요르카에서의 맹활약을 통하여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이번 대회 골든볼-골든부츠(득점왕)를 석권한 공격수 체사레 카사데이(이탈리아, 첼시), 실버볼을 수상한 센터백 알란 마투로(우루과이, 제노아)도 모두 유럽무대에서 특급 유망주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브론즈볼 수상으로 이승원이 세계적인 유망주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다만 이들에 비하여 아직은 K-4부리거에 불과한 이승원은 한국에 돌아오면 다시 냉정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소속팀 강원FC로 돌아가면 1군에서 자리잡기 위하여 치열한 생존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올시즌 강등권에서 잔류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강원의 사정상 이승원같은 유망주에게 얼마나 기회를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수는 안정적으로 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성장한다. 이번 U-20 월드컵 대회의 활약을 통해 얻은 경험과 명성은 이승원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이승원이 프로무대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갈 수 있어야, 진정한 신데렐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이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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