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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인들, 스포츠혁신위 권고안에 반발…"현장 목소리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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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인들, 스포츠혁신위 권고안에 반발…"현장 목소리 외면"

"주중에 훈련하고 주말에 대회 나가면 선수들은 언제 쉬나"

엘리트 체육 고사 위기감 팽배…유승민·이형택 간절한 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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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가 4일 발표한 학교 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2차 권고안을 접한 엘리트 체육인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온전히 반영하지 않은 제안이라며 반발했다.

체육계 구조개혁을 위해 민관합동으로 출범한 스포츠혁신위는 ▲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 ▲ 체육 특기자 제도 개편 ▲ 소년체전 확대 개편 등 6개 내용을 골자로 한 학교 스포츠 시스템 혁신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 세부 내용에는 체육계 폭력·성폭행 사태의 온상으로 지적을 받아온 합숙소의 폐지, 교육 본연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소년체전의 스포츠 축전으로의 전환과 같은 제안이 들어있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를 지탱해 온 전문 체육인들은 스포츠혁신위의 발표 후 체념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학교 체육 정상화라는 정부의 취지를 십분 이해하지만,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문 체육인들이 반발하는 권고안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학기 중 주중 대회 개최와 선수 참가를 금지하고 주말에만 나가도록 권유한 점, 소년체전의 성격을 간과한 점이다.

스포츠혁신위는 학생 선수들이 어떠한 경우에도 정규 수업에 참여하는 게 필수라며 학기 중 주중 대회 개최와 참가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일부 종목만 2021년말까지 주중 대회를 열도록 유예했다.

이를 두고 한 체육인은 "주중에 훈련하고, 주말에 대회에 참가하면 선수는 도대체 언제 쉬라는 말이냐"라며 "학생 선수의 학습권도 중요하나, 그렇게 스포츠 인권을 주장한 사람들이 선수 인권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이냐"며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이 체육인은 "공부하는 학생은 주말에 쉴 수 있고, 운동하는 학생은 주말에도 쉬지 못한다는 건 난센스"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혁신위는 주말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주중에 쉴 수 있도록 대책을 보완하라고 권고안에 담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체육인들은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체육인은 "왜 하나의 틀에 모든 것을 담으려고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쓴소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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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사람에겐 공부로 성공하고 싶은 꿈이 있을 것이고, 운동하는 선수들에겐 그에 합당한 목표가 있을 텐데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획일적인 틀에 엘리트 운동선수들을 가둬두겠다는 발상이라고 이 체육인은 목소리를 높였다.

소년체전을 학교 운동부와 학교 클럽 선수들이 함께 경쟁하고 중등부와 고등부 선수들도 참여토록 하는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확대 개편하자는 권고안도 체육인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특히 소년체전이 소기의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우수 선수 조기 발굴'에 치중해왔다는 스포츠혁신위의 지적에 실소를 감추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소년체전이 각 종목 차세대 스타 발굴의 산실이자 엘리트 체육의 젖줄이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체육인들은 힘줘 말했다.

아울러 스포츠 본연의 성격이 경쟁이라는 사실을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지나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상 학습 현장에서 벌어지는 성적 경쟁과 운동선수들의 경쟁이 어떻게 다르냐고 체육인들은 항변한다.

익명의 체육계 관계자는 "종목별로 차이가 있지만, 기초 종목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치열한 경쟁을 거친 선수들이 훗날 국가대표로 성장한다"며 소년체전이 통합 스포츠 축전으로 개편될 경우 발생할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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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유승민 위원과 한국 테니스의 원조 간판스타 이형택은 스포츠혁신위의 발표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간절하게 호소했다.

유 위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서 엘리트 선수들을 죄인 취급하는 일부 시선에 불편한 감정을 표출한 뒤 "우리에게 성적주의에서 이제 좀 벗어나서 누구나 즐기는 운동을 하자고 하셨죠? 더 이상 성적은 필요 없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학생들은 왜 학점에 따라 평가를 받아야 하나요? 어린 학생들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는 수능은 필수인가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런 공부를 해야지 성적에 따라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하는 그런 시스템은 혁신대상이 아닌가요?"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순수하게 메달 한 번 따보겠다고 몇십년씩 고생하는 선수들의 가치 있는 꿈은 왜 하찮게 느껴지게 만드시나요? 여러분들께선 왜 공부하셨나요? 좋은 대학 가기 위해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밤샘 공부하신 거 아닌가요? 여러분들은 되고 우리는 왜 안 되나요?"라며 참았던 감정을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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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이형택도 유 위원 관련 글을 포스팅한 뒤 "미국도 모두 다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목적에 따라 대학교가 목표인 선수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지만, 프로를 목표로 하는 선수는 운동에 할애를 많이 한다"고 5월 31일 페이스북에 썼다.

이어 "우리나라는 왜 목적이 다른 선수들을 한 시스템으로 가두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제발 현장의 목소리를 좀 들어라!"라고 일갈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자행된 체육계 폭력과 충격적인 지도자의 선수 성폭행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전문 체육인들은 종목을 막론하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이어 그간 벌어진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엘리트 체육으로 태어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런 사과와 공약과는 별개로 엘리트 스포츠 전체를 적폐로 규정하는 시선에는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정 종목, 특정 지도자의 일탈이 마치 전문 체육 전체의 폐해로 비치고, 그간 각종 국제 대회에서 국민들에게 숱한 감동을 선사한 일이 한꺼번에 무시당하자 국가대표 선수들의 자부심엔 큰 상처가 생겼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에 반발하는 것도 이런 기류의 연장선에 있다. 2032년 남북이 공동으로 하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는 마당에 체육인들 사이에선 이러다간 한국 엘리트 체육이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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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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