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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왕이 왔다" 모두가 놀란 KBO리거… 4년간 친구들 부러워했던 설움은 안녕

조아라유 0
▲ 자신의 첫 포스트시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메릴 켈리
▲ 뒤늦은 데뷔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메릴 켈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5년 시즌을 앞두고 SK(현 SSG)가 메릴 켈리(35‧애리조나)라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고 발표했을 때, 사실 이 선수에 진지한 관심을 가진 이는 몇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세울 만한 경력이 별로 없었다. 연봉도 리그 외국인 투수 중 최저 수준이었다.

켈리는 당시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한, 전형적인 마이너리그 투수였다.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은 대다수가 경력에서 내리막을 걷는 이들이지만, 그래도 적게는 한 시즌에서 많게는 3시즌 이상까지 빅리그에서 활약한 '경력서'가 있었다. 그런데 켈리는 그게 하나도 없었다. 탬파베이의 투수 팜이 좋다고 위안을 삼기에는 다소 핑계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실제 켈리의 친구들은 당시 메이저리그 무대에 속속 올라가고 있었다. 반대로 켈리는 SK와 계약하며 머나먼 동양 리그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지금 당장은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기 쉽지 않으니 미래를 도모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10승 투수가 되고 포스트시즌의 영웅이 될 것이라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켈리 자신도 그랬을지 모른다.

켈리는 24일(한국시간) 미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필라델피아와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5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3볼넷 8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경기 초반 득점, 켈리의 호투, 그리고 경기 후반을 지배한 케텔 마르테의 활약 덕에 애리조나는 5-1로 이기고 시리즈 전적을 3승3패로 만들었다. 애리조나는 25일 7차전에서 월드시리즈 진출을 타진한다.

타선도 적시에 잘 터졌지만, 역시 켈리의 공을 빼놓을 수 없는 경기였다. 살벌하기로 유명한 필라델피아 적지에서 침착하게 공을 던지며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한 필라델피아 타선을 무너뜨렸다. 켈리의 올 시즌 포스트시즌 두 번째 승리가 올라간 경기이기도 했다.

켈리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으로 일약 전국구 명성을 떨치고 있다. 8일 LA 다저스와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거함 다저스를 무너뜨린 게 시작이었다. 당시 다저스 선발은 백전노장 클레이튼 커쇼였다. 이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에이스인 잭 갤런을 소모한 애리조나는 켈리에게 중책을 맡길 수밖에 없었는데 켈리가 6⅓이닝 3피안타 무실점 역투로 다저스 타선을 잠재우면서 애리조나의 거대한 기운이 만들어졌다. 이는 애리조나의 충격적인 시리즈 스윕으로 이어졌다.


 

▲ KBO 역수출 신화로 발돋움하고 있는 메릴 켈리
▲ 애리조나가 25일 승리한다면 켈리는 월드시리즈에서 던질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24일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몰린 애리조나를 구해내면서 영웅이 됐다. 경기 후 지역 종합 언론인 '크론키트 뉴스(CN)'는 켈리의 활약을 집중 조명하면서 '한국에서 온 왕'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이 매체는 '켈리는 4년 동안 언젠간 메이저리그 진출의 길을 찾을 것이라 확신하며 KBO리그에서 고생했다. 그는 매일 아침을 (빅리그에) 이미 진출한 친구들의 성적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묘사했다.

켈리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현재 KBO리그에 머물고 있고, 예견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에는 메이저리그에 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것으로 경력이 끝날 것이라는 점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포기하지 않고, 또는 안주하지 않고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키운 것이 결국은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SSG 관계자들은 켈리의 예전을 회상하며 "KBO리그에서 던지며 발전한 것이 많다"고 확신한다. 컷패스트볼과 같은 구종들은 한국에서 더 가다듬었고, 많은 경기에 나가며 경기 운영도 나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 이후 현지 언론은 "켈리가 5개의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지며 필라델피아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한국에 올 때도 여러 구종을 던졌던 선수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구종을 잘 던지지는 않았다.

켈리는 2018년 시즌이 끝난 뒤 애리조나와 2+2년 계약을 하며 서른이 넘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감격을 안았다. 그리고 2023년과 2024년 2년간 1800만 달러(약 243억 원)를 받고 2025년 700만 달러(약 94억 원)의 팀 옵션이 포함된 두 번째 계약까지 성사하며 안정된 기반을 마련했다. 켈리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2300만 달러(약 310억 원)를 벌어들이며 금전적으로도 성공한 선수가 됐다.


 

▲ KBO리그에서 기량을 발전시킨 대표적인 선수로 뽑히는 메릴 켈리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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