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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낯선 ‘국가대표 은퇴’ 선언···분통한 황금세대의 마지막 인사

조아라유 0

김광현이 지난 10일 WBC 일본전에 선발 등판해 3회말 볼넷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광현(35·SSG)은 지난 14일 일본에서 귀국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 선수 중 가장 먼저 입국장에 들어섰다. 굳은 표정으로, 딱히 주변을 둘러보지 않은 채 앞만 보며 공항 밖으로 향했다.

이후 몇 분 지나지 않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게시했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혹은 도쿄를 떠나기 전 작성했을 장문의 글을 통해 김광현은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김광현의 ‘국가대표 은퇴 발표’는 한국 야구의 미래를 고민하게 하고, 이번 WBC 참패의 의미를 확인시켜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김광현은 만 스무살, 프로 2년차였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성인 대표팀에 처음 선발됐고 그해 올림픽 본무대에서 맹활약했다. 일본과 준결승에 선발 등판해서는 8이닝 6안타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고 결과적으로 한국의 사상 첫 금메달을 견인했다. 이후 2009년 WBC,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과 2019년 프리미어12를 거쳐 이번 WBC까지 16년째 유지했던 태극마크를 직접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배구의 김연경처럼 ‘월드스타’로 불리는 해외파 특급 선수를 제외하면, 스타 선수의 국가대표 은퇴 선언은 주로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러야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종목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야구에서는 극히 드물었다. 거의 프로 선수들로 구성되는 야구 국가대표의 자격은 스스로 지원해서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로 평가받아 선발되는 형태다. 뽑힌 뒤 고사하는 선수는 있었지만 ‘은퇴’라며 국가대표로서 미래를 직접 정한 야구 선수는 거의 없었다. 2009년 WBC 출전을 고사하며 국가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던 박찬호와 이승엽도 해외파였다. 이승엽은 국내 복귀 뒤에 2013년 WBC에서는 다시 국가대표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KBO리그에서 뛰면서 이제 태극마크를 내놓겠다고 한 김광현의 ‘선언’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야구 대표팀 김현수가 지난 14일 WBC를 마치고 귀국,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는 투·타를 불문하고 대표팀의 세대교체 실패가 가장 큰 결과물로 드러나 있다. 김광현은 이미 대회 전부터 팀 선배가 촉발한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 논란 속에 포함된 채 대회에 나섰다. 마지막 국가대표라 생각했기에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출전했지만 참담한 결과를 안자 물러나겠다는 결심을 전했다. “(국가대표로서)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실망하지 않고, 계기로 삼아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이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이제는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아쉽고 분통하다”는 말 속에 후배들을 향한 메시지를 담았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참패한 데 대해 분통해할 줄 아는 선배가 물러나면서 남기는 마지막 메시지다.

이번 대표팀에는 김광현처럼 마지막을 각오하고 출전한 선수들이 상당수였다. 김광현 또래의 1980년대 중·후반생 선수들이다. 박병호, 김현수, 양현종, 양의지, 최정이 모두 그렇다. 도쿄에서 인터뷰 기회를 가진 김현수는 직접 “국가대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베이징올림픽에서 시작된 한국 야구의 황금기를 국제무대에서 그리고 KBO리그에서 절정으로 장식한 주역들이다. 각자가 줄줄이 SNS에 글을 올리고 인터뷰를 할 수는 없지만, 이미 모두가 대회 전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언급하고 출전했다. 현실적으로 이들이 출전할 수 있는 다음 국제대회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두 시즌 뒤인 내년말로 연기된 프리미어12가 아니면 3년 뒤 열릴 다음 WBC다.

그러나 꿈꿨던 마무리와는 완전히 다른 침통한 결과에 제대로 마지막 인사를 할 분위기도, 기회도 갖지 못하고 돌아왔다. 실질적으로는 김광현의 국가대표 은퇴 선언이 한국 야구 중흥기를 이어받았던 황금세대를 대표한 마지막 인사다.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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