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일본 야구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일본 '스포르티바'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현역 시절 통산 101승을 수확, 요코하마 베이스타에서 코치를 맡았던 노무라 히로키와 인터뷰를 통해 일본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를 꼽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노무라 전 코치는 지난 1987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요코하마 다이요 웨일스(現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 1990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노무라는 1990년 11승, 이듬해 15승을 수확했고, 1993년에는 17승 6패 평균자책점 2.51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통해 다승왕 타이틀을 손에 넣는 등 통산 15시즌 동안 요코하마에서만 뛰며 301경기(233선발)에 등판해 101승 88패 평균자책점 4.01의 성적을 남겼다.
지금까지 수많은 외국인 투수들이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었지만, 노무라가 가장 먼저 선택한 외국인 선수는 단연 트레버 바우어였다. 바우어는 지난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1라운드 전체 3순위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 빅리그 데뷔 1년 만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現 가디언스)로 이적해 2015년부터 재능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바우어는 2015년 31경기(30선발)에서 11승 12패 평균자책점 4.55로 활약, 이듬해 35경기(28선발)에서 12승 8패 평균자책점 4.26의 성적을 남기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한 시즌 개인 최다승인 17승을 손에 넣으며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했다. 그리고 단축시즌이 열린 2020년 신시내티 레즈 시절에는 11경기(2완투) 등판해 5승 4패 평균자책점 1.73으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타이틀까지 손에 넣는 기염을 토했다.
바우어는 좋은 활약 속에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손에 넣었고, 2021시즌에 앞서 LA 다저스와 3년 1억 200만 달러(약 1358억원)의 대형 계약까지 따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바우어가 SNS를 통해 만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재판을 받게 됐다. 증거 불충분으로 바우어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가정폭력과 성범죄 등에는 '혐의'만으로 징계를 내릴 수 있었던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바우어에게 324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부과했다.
바우어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징계에 맞서 싸웠고, 지난해 말 징계를 194경기로 줄여내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다저스가 바우어를 방출하기로 결정하면서 '손절'했고, 다저스를 제외한 메이저리그 29개 구단도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게 되면서 결국 바우어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그 결과 바우어는 미국이 아닌 아시아 무대로 눈을 돌렸고, 요코하마 DeNA와 손을 잡으면서 어렵사리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일본으로 향한 바우어는 데뷔 첫 등판에서 승리를 수확하는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공백기가 길었던 탓일까, 이후 두 경기에서 바우어는 연달아 7실점으로 부진했고, 급기야 2군으로 내려가는 굴욕을 맛봤다. 하지만 2군에서 짧은 조정 기간을 가진 바우어는 이전과 달랐다. 2020시즌 사이영상을 품에 안을 수 있었던 퍼포먼스를 제대로 뽐내기 시작했다.
바우어는 복귀전 첫 등판(5월 27일)에서 6이닝 2실점(2자책)으로 노 디시전을 기록하더니 교류전이 시작된 6월 4경기에서 4승을 쓸어담으며 평균자책점 2.08을 마크하며 첫 월간 MVP 타이틀을 품에 안는 등 6월 첫 등판부터 8월 25일까지 14경기 연속 6이닝, 100구 이상의 투구를 펼치며 '사이영상' 수상자에 걸맞은 면모를 뽐냈다.
노무라는 역대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었던 외국인 베스트 5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우어를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꼽았다. '스포르티바'에 따르면 노무라는 "트레버 바우어는 일본에 온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본 투수들 가운데 무조건 톱5에 든다. 아무튼 급 다르다"고 극찬했다.
바우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무라는 "2021년 7월 이후 실전 경기와는 멀어졌었는데, 올해 5월 교류전부터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직구는 물론 너클 커브와 슬라이더, 커터, 스플릿 체인지업의 변화구 정확도가 매우 높다. 스플릿 체인지업은 일본에 진출한 이후 던지기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무라는 "성적도 좋지만, 정말 대단한 점은 4일 휴식 등판에서도 100~130구를 던질 수 있다. 매우 터프하다"며 "지난 7월 1일 주니치 드래건스전에서는 협살 플레이 실패로 화를 내는 장면이 있었지만, 그만큼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증거다. 피칭은 물론 야구를 임하는 자세 등 2020년 사이영상 투수가 일본 야구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현재 바우어는 전열에서 이탈해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한신 타이거즈전에서 땅볼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잡아낸 뒤 몸을 비틀어 1루에 송구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탓. 당시 바우어는 3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고 이튿날 1군에서 말소됐는데, 검진 결과 우측 장요근 원위부 손상 진단을 받았다. 현재 1군 복귀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바우어는 8월 마지막 등판에서 '사고'를 당하면서 3이닝을 투구하는데 그쳤지만 8월 6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1.67로 우수한 성적을 남긴 결과 8일 두 번째 월간 MVP를 손에 넣었다. 바우어는 "이제 통증도 없다. 던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당장이라도 공을 던지고 싶지만, 일단 잘 회복한 뒤 좋은 상태로 팀에 도움이 되겠다. 재활에 힘써서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 마이데일리
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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