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해보겠다”는 문보경, “절대 안된다”고 외면한 LG 코치들

LG 문보경.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17일 오후 3시께 잠실구장. LG 야수들이 수비훈련을 하며 한창 경기 준비를 하고 있을 때다. 1루 더그아웃에 훈련복을 입은 내야수 문보경(22)이 나타났다. 문보경이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갈듯 말듯 주저하는듯 보이자 김우석 LG 수비코치가 다가왔다.

“보경이 지금 뭐 하려고 그래?”(김우석 코치) “네…, 저 한번 해보려고요.”(문보경)

문보경은 잠시라도 훈련을 하며 스스로 몸의 반응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김 코치는 문보경을 다독였다. 금방이라도 울타리를 뛰쳐나가려는 성난 소를 ‘워~, 워~’ 하며 진정시키듯 적극 자제시켰다. 근거리에서 다른 선수의 훈련을 돕던 황병일 수석코치를 가리키며 “얼른 말씀 드리고 들어가라”는 얘기도 전했다.

문보경은 이날 오전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병원을 찾아 MRI(자기공명영상)검사를 하고 야구장에 출근했다. 전날 경기에서 스윙을 하던 중 허리에 불편함을 느끼며 벤치로 물러났고 이날 정밀 검진을 받은 것이었다.

류지현 LG 감독은 “다행히 검진 결과에서 이상이 나오지 않았다. 일단은 하루 이틀 쉬게 하겠다. 이후 몸상태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류 감독의 설명처럼 LG 코칭스태프는 이날 문보경을 경기조는 물론 훈련조에서도 빼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문보경이 더그아웃을 떠나지 못한 것은 뛰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다. 통증 때문에 뛰지 못하게 된 아쉬움 때문이었다.

문보경은 더그아웃에 머무는 사이 기자의 물음에 1군 무대에 처음 올라온 지난해와 올해의 차이에 대한 잠시 얘기를 했다. 타석에 섰을 때의 시야와 여유 등에서 발전한 대목을 조심스럽게 자평했다.

그러나 어디 그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문보경은 눈에 기회가 왔고, 그저 열심히 뛰었던 지난해와는 다른 올해를 보내고 있다.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있다. 프로 세계에서 ‘생존’의 처절함도 무대 한복판에서 경험했다. 리오 루이즈에 이어 로벨 가르시아까지 유틸리티 내야요원들이 외국인타자로 연이어 LG 유니폼을 입었는 데도 주전 한자리를 지켜내며 ‘조용한 파란’을 일으켰다. 생존 경쟁을 거북해 하며 물러서는 대신 맞서 싸운 결과다.

문보경은 올시즌 87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301(282타수 85안타) 7홈런 86타점에 OPS 0.808을 기록하고 있다. 선발 3루수로 출전한 경기에서는 타율 0.310에 OPS 0.842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문보경은 수치로 이미 변화와 성장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수치를 만든 동력은 이같은 자세다. 마음가짐이다. 프로선수로 뛰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선수들은 공 1개를 때릴 때의 집중력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뛰고 싶었지만 뛸 수 없었던 8월 여름 날의 오후, 훈련복을 입은 문보경은 그라운드로 자꾸 시선을 돌렸다.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안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