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구미=김동윤 기자]
IBK기업은행의 최정민(왼쪽)이 지난달 30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흥국생명에 승리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김호철 감독(오른쪽)은 그런 최정민을 다독였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준비한 만큼 경기에서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틀 전 셧아웃 승리에도 펑펑 울었던 최정민(21·IBK기업은행)이 마침내 팀과 함께 활짝 웃었다. 손녀뻘 제자의 향상심 가득한 모습에 명장 김호철(68) IBK 기업은행 감독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IBK기업은행은 1일 오후 3시 30분 경상북도 구미시 광평동의 박정희 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GS칼텍스를 세트 스코어 3-0(25-18, 25-19, 25-17)으로 승리했다.
최정민은 이 경기에서 미들블로커로 선발 출전, 김현정과 호흡을 맞추며 블로킹 득점 2점 포함 8점을 올리고 IBK기업은행의 2연승에 기여했다. 42.86%의 나쁘지 않은 공격 성공률과 33.33%의 리시브 효율로 공·수에서 준수한 활약을 했다. 유효 블로킹도 9회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았다.
경기 후 최정민의 시합 후 상기된 얼굴에는 밝은 미소로 가득했다. 이틀 전 흥국생명전과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흥국생명과 1차전에서도 선발 출전했던 최정민은 9.09%의 팀 내 최악의 공격효율을 보여주며 6득점에 그쳤다. 그래서였을까. 경기 후 기념사진을 촬영으로 모두가 웃는 IBK기업은행 선수단에서 최정민만 유일하게 눈물을 흘리며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탓에 곁에서 사진을 찍으려던 최호철 감독도 멋쩍은 웃음밖에 지을 수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IBK기업은행은 6시즌 간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던 '국가대표 미들블로커(MB)' 김수지(36·흥국생명)를 잃었다. 2020~2021 V리그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된 최정민은 미들블로커로서 김현정과 함께 김수지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선수다. 그런 만큼 비시즌 훈련 동안 준비한 것이 많았지만, 시합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IBK기업은행의 최정민(가운데)이 지난달 30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2023 구미-도드람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IBK기업은행의 최정민(가운데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이 지난달 30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흥국생명에 승리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김호철 감독(가운데줄 오른쪽에서 두번째)은 그런 최정민을 다독였다. /사진=한국배구연맹
경기 후 만난 최정민은 "비시즌 동안 세터랑 호흡을 맞추는 연습을 많이 했다. 블로킹 타이밍을 잡는 연습도 많이 했다"면서 "연습 때도 잘 안됐는데 경기에서도 생각한 대로 잘 안 풀려서 눈물이 났다.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서 오늘은 최대한 편하게 하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셧아웃 승리에도 자신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눈물 흘린 어린 제자를 사령탑은 흡족해했다. 김호철 감독은 "김수지가 나간 후에 그 자리를 맡아줄 선수가 최정민이다. 자신의 생각에는 플레이가 아쉽고 서러웠던 모양"이라면서 "하지만 그런 감정 표현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오히려 그다으멩 더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좋게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최정민은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없다. 파트너가 될 김현정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재는 블로킹 타이밍을 맞추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노력하는 제자인 것을 알기에 김호철 감독 역시 기술적으로 무언가를 지적하기보단 자신 있게 플레이하라는 말을 더 많이 한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런 날도 있네요"라고 너털웃음을 터트리면서 "지난 경기 여파가 있는지 첫 세트에서는 몸이 굳어 있는 것 같길래 괜찮다고 편안하게 해보자고 했다. 남들을 뒤따라가는 배구를 하기보단 스스로 구상하는 배구를 하라고 조언했다. 오늘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왔다"고 칭찬했다.
김수지가 든든하게 지키던 중앙은 올 시즌 IBK기업은행이 풀어야 할 주요 과제다. 하지만 향상심 높은 최정민과 김현정 덕분에 걱정은 조금 덜 하다. 2016~2017 V리그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4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돼 2020~2021시즌부터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은 김현정 역시 많은 공을 들여 키우고 있는 미들블로커다.
김 감독은 김현정을 두고 "김수지가 나간 공백이 자신들에게 기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열심히 연습한 결과가 경기에서도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조금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 지금도 만족하지만, 경기에서 조금 더 돋보이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사령탑의 기대를 최정민도 알고 있다. 최정민은 "책임감을 가지되 최대한 부담은 가지지 않으려 한다. 내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IBK기업은행 최정민이 1일 GS칼텍스전 승리 직후 활짝 웃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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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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