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호투는 보너스" 최소 5이닝 2실점→사령탑 무한신뢰, 남은 과제는 'QS'

[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토론토 류현진이 7일 오클랜드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야구 감독들이 선호하는 선발 투수의 중요 덕목 중 하나로 '계산이 서는 투수'라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실점을 조금하더라도 기복 없이 버텨주며 팀 승리에 밑그림을 그릴 줄 아는 투수를 일컫는 말이다.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보다 이 표현이 잘 어울리는 투수가 또 있을까.

류현진은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2023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77구를 던지면서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1년 2개월 만에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5이닝 4실점한 것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2점보다 많은 점수를 내준 적이 없다. 7차례 등판에서 6차례나 5이닝을 버텨냈다. 3승 2패 평균자책점(ERA) 2.65라는 성적표는 이에 따르는 훈장과도 같다.

류현진의 7일 투구 장면. /AFPBBNews=뉴스1

"류현진 활약은 보너스다" 천군만마 RYU, 사령탑이 웃는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떠오르는 류현진'이라고 칭하며 "지난해 여름 류현진 팔꿈치가 부러졌을 때 그가 토론토에서 다시 공을 던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토미 존 수술을 앞둔 35세베테랑 좌완투수를 2023년 계획에 어떻게 포함시켜야 할지 확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존 슈나이더 감독도 "올 시즌 중 복귀하기를 바랐다. 복귀 후 그는 예전의 모습에 추가적인 면까지 보여주고 있다"며 "그의 호투는 사실은 보너스가 됐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류현진의 올 시즌 활약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시즌 중 복귀 자체도 불투명했고 두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은 베테랑 투수의 이전 같은 활약을 기대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보너스'라는 표현이 적확하게 들리는 이유다.

부진에 바져 있는 마노아(가운데). /AFPBBNews=뉴스1

 

 

'류현진 바라기'이자 지난해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최종 후보였던 알렉 마노아의 극심한 부진과 맞물려 더욱 큰 힘이 되고 있다. 2021년 데뷔해 지난해 16승 7패 평균자책점(ERA) 2.24를 기록했던 마노아는 올 시즌 3승 9패 ERA 5.87로 몰락하며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슈나이더 감독은 "우리의 올 시즌에서 매우 과소평가됐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진 또한 자신의 구위에 대해 "이전과 똑같았다고 생각했고 돌아온 후에도 이전과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넷은 올바른 재활 과정에서 해답을 찾았다. 팀 동료 조던 로마노와 팀 메이자가 모두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은 것이 류현진의 복귀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오클랜드전을 마친 뒤 "팔의 회복 속도가 예전보다 빠르거나 오히려 더 좋아진 것 같다"고도 전했다. 스포츠넷은 "그가 어떻게 지금 기량을 되찾았든 류현진은 토론토에 큰 행운을 가져다 줄 최적의 지점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존 슈나이더 감독(왼쪽)과 류현진의 전 은사이자 벤치 코치인 돈 매팅리. /AFPBBNews=뉴스1

관건은 퀄리티스타트+홈런 자제력, 류현진이 증명해야 하는 것들

다만 이날 투구를 두고 다소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다.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오클랜드를 상대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토론토 선은 "다소 날카롭지 못했던 건 사실"이라고 촌평하기도 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절실하다. 6이닝 3실점을 ERA로 환산하면 4.50이다. 결코 훌륭한 선발 투수의 기록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이는 선발로서의 기본적 임무를 나타내주는 직관적인 지표가 된다.

류현진은 복귀 후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다만 다소 억울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최근 몇 차례 등판에서 류현진은 그리 많지 않은 투구수에도 강판되곤 했다. 그 후 불펜 방화로 승리를 놓친 적도 있었다.

홈런을 내준 뒤 허탈해하는 류현진(왼쪽). /AFPBBNews=뉴스1

 

 

슈나이더 감독에게 아직은 몸 상태에 대해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굳이 무리를 시키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위해 더 중요한 게 투구수 관리다. 류현진의 올 시즌 볼넷은 단 8개였다. 탈삼진(28개)과 큰 차이를 보인다. 투구수를 끌어올리는 이유 중 하나는 피홈런이다.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위기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실점을 지워내곤 하지만 뜬금 없는 홈런에 다소 고전하고 있다.

올 시즌 7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얻어 맞았다. 최근 3경기에선 매 경기 홈런을 내주며 3연속 2자책점을 기록했다. 한 방씩 내주는 홈런은 슈나이더 감독으로 하여금 다소 힘이 떨어지는 5이닝 이후 류현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결국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함으로써 다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투구수 관리, 피홈런 억제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류현진. /AFPBBNews=뉴스1

 

기사제공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