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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김명민, 나태함을 모르는 배우(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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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한 작품 속 세 개의 단역을 연기하던 공채 탤런트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주연급 배우가 되기까지, 김명민의 지난 시간은 꾸준했고 올곧았다. 연기에 대해선 완벽주의에 가까웠던 고집과 의욕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소품을 잃어버리곤 남몰래 자신의 얼굴을 내리쳤던 20년 전 기억은 여전히 그의 뇌리에 살아있다. 나태함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는 방법을, 김명민은 매 순간 잊지 않는다.

8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 제작 라인필름)의 개봉을 앞둔 배우 김명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하루'는 매일 되풀이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앞에 지옥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두 남자의 사투를 그린다. 해외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하던 전직 의사 준영(김명민)은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뒤 반복되는 하루 속 딸의 죽음을 계속해서 마주하게 된다. 그의 앞에 낯선 남자 민철(변요한 분)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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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준영 역을 연기한 김명민은 눈 앞에서 딸 은정(조은형 분)을 잃는 순간을 연기하며 자신의 얼굴을 사정 없이 때렸다.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다면 딸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자책이 준영의 감정이었다. 장면의 50%를 준비하고, 나머지 절반의 힌트는 현장에서 얻곤 한다는 그에게, 이 장면은 고민을 거듭하게 만든 지점이었다.

처절한 눈물과 함께 자신의 뺨을 내리치던 준영의 모습에 대해 묻자 김명민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그렇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의외의 답을 내놓은 그는 곧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며 단역 배우 시절을 회고했다. 과거 공들여 준비한 소품을 자신의 실수로 잃어버린 뒤 그 절망감에 몰래 자신의 몸을 때리며 자책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느낀 강한 자책감이 준영의 감정을 그려내는 힌트가 됐다.

"(단역 시절) 제가 '설정 왕'으로 통했어요. 드라마의 단역으로 1인3역을 하기도 할 때였는데, 그러다가 설정 덕에 고정이 됐죠. 기억나는 일이 있는데, 제가 안경을 소품으로 설정해두고 '촬영장에서 써야지' 했는데 그걸 잃어버린 거예요. 큰 무기였는데, 너무 화가 나서 촬영장 화장실에서 날 막 때렸던 기억이 있어요. 내 잘못이잖아요. 나 자신이 너무 미웠어요."

자신의 실수에 지나치게 가혹한 것은 아닌지 묻자 김명민은 "그 뒤론 그런 일이 없었고, 평소 가혹하다기보다는 내가 나태해지는 싫은 것"이라며 "그래서 잠도 많이 자지 않는다. 할 일이 없을 때 밤 11시에 자면 딱히 할 일이 없어도 새벽 4~5시에 눈이 떠지고, 생각을 하든 계획을 짜든 그 시간이 좋더라"고 말했다.

 

"누워있는 시간이 아쉬워요. 이제 저도 나이가 꽤 됐는데 인생의 3분의 1을 누워 지내는 게 너무 속상한 일 같거든요. 제가 60살이 됐을 때, 지난 20년을 잠으로 살았다면 괴로울 것 같더라고요. 60년 중 10년만 잤다고 하면 뭔가 뿌듯할 것 같아요.(웃음)"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지만 긴 무명 시절을 보낸 그는 KBS 1TV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으로 존재감을 떨치기까지 숱한 부침을 겪어야 했다. 기나긴 고민의 시간 동안 그가 깨달은 것은 "돈이나 흥행을 쫓아선 안 된다. 본질을 지켜야 다른 것들이 나중에 함께 온다"는 교훈이었다.

"그러다보면 오래 걸리고, 돌아가고, 답답할 수 있지만 나중에 안정적인 상태가 되는 것 같아요. 돈도, 명예도, 인정도 올 수 있고요. 배우들은 사실 한우처럼 등급이 매겨지기도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배우들 중에 (남이 아닌) 자기 스스로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런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은 나태해지면 안된다고, 안일해지면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해요."

인터뷰의 말미 김명민은 "배우들에게도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수 년 간 이름을 따라다닌 '명민좌' '연기본좌' '연기신' 같은 수식어는 도리어 김명민을 더욱 겸손하게 만들었다. 이런 별명들을 향해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냐"라며 손사래를 칠 뿐이다. 김명민의 발걸음은 이렇게나 신중하고 묵직하다.

한편 '하루'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권혜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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