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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발리볼] 대마 발각 이후 6개월 만에 출국, 그동안 니아 리드에게 무슨 일이

조아라유 0

V-리그 최초의 마약 관련 사고, 법과 대중의 눈높이 사이에서 무엇이 최선이었을까

 

 



시즌 종료를 눈앞에 두고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대상자는 페퍼저축은행의 니아 리드였다. 지난해 9월 27일 입국 때 대마 성분이 들어간 젤리와 액상 대마초를 피울 도구를 반입하려다 공항에서 적발된 것의 후속 조치였다. 문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나서였다. V-리그에서 최초로 터진 마약 관련 사건치고는 너무나 느리고 조용한 결말이었다.

 

3월 9일 개최한 상벌위원회는 ‘불법 물품 소지 건’으로 니아 리드에게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KOVO는 “해당 물품이 선수 본국에서는 널리 합법적인 제도의 물품인 점, 에이전트 등으로부터 국내법에 관한 정보를 전해 듣지 못하고 무지로 인하여 물품을 반입하게 된 점, 선수가 국내에서는 이를 복용하지 않았고, 소변 검사 등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점, 검찰에서 단순 소지로 불기소 결정을 내린 점, 선수가 깊이 뉘우쳐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두루 고려했다. 연맹 상벌 규정 제10조 제1항 제1호 및 징계 및 제재금 부과기준(일반) 제11조 제4항에 따라 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결정 내용을 설명했다. 보도자료 어디에도 대마라는 표현이 없다. 그만큼 이번 사건이 V-리그와 팬에게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려해 단어 선택에도 신중했다.



 

 

상벌위원회의 결정에 앞서 6일 외국인청 출입국은 니아 리드의 추방을 결정했다. 4월 5일 이전에 출국하고 향후 1년 간은 우리 땅을 밟을 수 없게 했다. 죄가 있다는 뜻이다. 문제의 물품은 인천 세관의 엑스레이 탐지기에서 발각됐다. 대마 성분의 CBD 젤리 6개와 USB 형태의 전자 담배는 현장에서 압수 당했다. 당시 공항에는 마중을 나온 김형실 감독이 꽃다발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착 예상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주인공이 입국장에 나오지 않자 급히 행방을 수소문했다. 이런 도중에 인천 세관의 마약 담당으로부터 “마약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세관 측은 ‘오늘 소변 검사를 받고 후속 조치를 할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변호사를 대동하고 와서 조사를 받을 것인지’ 가운데 선택하도록 했다. 뜻밖의 얘기에 구단과 김형실 감독, 에이전트는 당황했다. 일단은 먼저 선수를 입국시키고 조사를 받는 과정을 선택했다. 중대한 사안인 만큼 KOVO에도 이 사실을 숨길 수는 없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즉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입국 3주 뒤인 10월 17일 변호사를 대동한 뒤 인천 출입국사무소에서 1차 소변 검사가 진행됐다.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조사도 있었다. 두 차례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페퍼저축은행에게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결과였다.





 

페퍼저축은행은 난감했을 것이다. 전체 1순위로 뽑은 선수가 마약 문제로 자칫 잘못하면 경기에 뛰어보지도 못하고 추방 당할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통상적으로 외국인이 마약류를 가지고 입국하다 적발되면 형사 조치와는 별개로 추방 등 행정 처분이 뒤따른다. 대체 외국인 선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팀 성적이 열쇠를 가진 선수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이 어떤 대응을 했을지는 충분히 짐작된다. 구단은 국내 대형 법률 회사 가운데 상위 3위 안에 드는 유명한 회사의 전문가를 선임했다.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라고 외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점점 다양한 경로로 마약이 우리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 V-리그도 마약과 관련해 안전한 곳은 아니다. 쉬쉬했지만 관련 사례도 있다. 2018-2019시즌 한국전력이 선택했던 외국인 선수 사이먼 헐치다. 당시 사이먼은 기량 미달로 퇴출당했는데 숨겨진 다른 사연이 있다. 독일 국적의 사이먼은 입국 뒤 구단의 정밀 메디컬 검사에서 대마 양성반응이 나왔다.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는 입국 전에 해외에서 가져온 메디컬 기록을 제출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한국전력은 달랐다. 공기업답게 입국 이후 따로 정밀검사를 했다. 여기서 미처 알지 못한 부상을 찾아낼 수도 있기에 거르지 않았다. 이 노력 덕분에 사이먼에게서 대마 성분이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구단은 놀랐다. 서둘러 사실 확인을 했다. 그는 대마초를 흡입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행을 앞두고 네덜란드에 놀러 갔을 때 친구의 권유로 한 모금 피워본 것이 전부”라고 했다. 구단은 황당했지만 당장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었다. 시차를 두고 정밀 검사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다행히 사이먼은 KOVO 컵에 출전해서 도핑테스트를 통과하는 등 마약과 관련해 추가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대신 시즌을 앞둔 일본 전지 훈련 때 훈련이 힘들다며 불성실하게 행동하다 시즌 한 경기도 치러보지 못한 채 교체됐다.

 

 



2015-2016시즌 대한항공에서 산체스의 대체 선수로 뛰었던 러시아 국적의 파벨 모로즈는 마약으로 징계를 받았다. V-리그에서 뛸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2018년 러시아 리그에서 뛰던 도중 코카인 양성반응이 나왔다. 18개월간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2014년에 실시했던 도핑검사에서도 양성반응이 나왔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출전을 금지했다. 이처럼 배구 선수들에게 마약은 멀리 있지 않다.

니아 리드도 미국에서는 몸이 아프거나 피로가 쌓였을 때 선수들이 대마 젤리를 먹는다고 했다. 어머니가 그에게 줬을 정도면 평소에 먹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요즘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대마를 합법 약물로 인정해 이런 행동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대한민국의 법은 불법이다. 외국인이 법을 몰랐다고 변명해도 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검찰은 1월 30일 단순 소지를 이유로 리아 리드를 불기소 처분 결정을 내렸다. 무죄가 아닌 기소 유예다. 이어 외국인청 출입국은 3월 6일 추방을 결정했다. 사고 발생 이후 6개월간 비밀을 유지한 끝에 시즌 막판 3경기를 남겨두고서야 그를 돌려보낸 것이다. 이 과정은 요즘 한참 사회문제가 됐던 어느 법조인 아들의 학교폭력 대응 사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구단으로서는 최대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익이 되는 방법을 찾았을 것이고 성과도 거뒀다. KOVO는 회원사를 위해 서로가 불편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었다. 비록 도덕적인 비난은 받을 수 있겠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게 일을 마무리 했다.

 

물론 KOVO도 페퍼저축은행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상황도 이해한다. 관련 당국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연맹이 나서서 계약을 해지하거나 리그 참가를 허용하지 않으면 소송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었다. 신생 팀 페퍼저축은행의 힘든 상황도 고려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체 조사 등 적극적인 대응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대중의 감정은 다르다. V-리그는 많은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해야 행동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프로 스포츠다. 페퍼저축은행과 KOVO는 이번 마약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그 바람에 V-리그가 깨끗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수많은 노력이 크게 훼손됐다. 앞으로 어느 외국인 선수가 똑같은 행동을 해도 이제는 선례가 남아서 ‘경고 조치’ 밖에 할 수 없다. 안타깝고 아쉽다.

사진 KOVO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김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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