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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오프 1시간여 전에 ‘안전 불감증’ 우려 공문 보낸 제주도, 수용한 축구협회…‘현장’ 목소리는 어디에[SS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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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서귀포=박준범기자] ‘공문’ 하나가 대한축구협회(FA)컵 4강전을 연기까지 이르게 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의 FA컵 4강이 열릴 예정이던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 변수는 6호 태풍 ‘카눈’이었다. 당초 예보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후 9시쯤에 제주 서귀포에 가장 근접한다고 했다.

이를 파악한 관계자들은 이미 경기 시작 5시간30분 전인 오후 2시부터 경기장에 나와 상황을 살폈다. 이들은 오후 4시30분경에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리고 4시30분에 다시 모인 관계자들은 경기 진행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렇게 경기 진행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실제 날씨도 그랬다. 비는 조금씩 내렸지만 경기장에는 평소보다 바람이 세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시작 1시간20분 전쯤부터 기류가 바뀌었다. 양팀의 선발 라인업이 발표된 후 사전 인터뷰를 앞둔 시점에서 ‘연기’ 이야기가 다시 피어올랐다. 제주도가 직접 나섰다. 제주도는 오후 6시10분경 대한축구협회와 양 구단을 수신처로 정한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서 제주도는 태풍으로 인한 범정부 차원의 예방을 강조하며, ‘안전 불감증’ 조장의 우려를 이유로 경기 연기를 요청했다.


 

연기 결정 후 경기장에 머무는 포항 원정 팬들. 서귀포 | 박준범기자

 

 


이 공문으로 경기 감독관, 축구협회 관계자, 양 구단 관계자들이 다시 모여 연기 여부를 ‘재논의’하기 시작했다. 결국 경기를 한 시간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연기가 결정됐다. 경기장에는 대한축구협회 김용수 심판부위원장을 비롯해 협회 관계자들도 직접 현장에 와서 지켜봤다. 축구협회도 지자체의 우려와 요청에 연기를 결국 수용했다. 현장에서는 몇 차례나 경기 진행에 문제없음을 어필했지만, 소용없었다.

사실상 현장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은 채 지자체의 우려가 경기 연기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사실 제주와 포항, 두 구단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연기가 확정된 시각, 서귀포에는 적은 양의 비만 내렸다. 현장에서는 “평소보다 바람이 덜 분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경기 연기가 확정된 후에도 날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포항 선수단은 무리 없이 훈련을 마쳤고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도 조용하다 못해 고요했다. 당사자인 제주 남기일 감독과 김기동 감독도 “축구를 오래 하다 보니 이런 일도 겪는다. 허무하긴 하다. 그래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나”라며 허탈함과 아쉬움을 애써 꾹꾹 누르는 모습이었다.

결국 피해는 축구 팬과 두 구단이 됐다. 포항은 FA컵 4강을 위해 이틀 전에 입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에 따른 비용과 시간은 누구도 보상하지 못한다. 특히 포항 팬들은 FA컵 연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리를 한동안 지켰다.

제주도가 공문에서 언급한 ‘안전 불감증’이란 위험을 감지하더라도 ‘그렇지 않을 것’ 혹은 ‘나는 괜찮을 것’ 따위의 생각으로 안일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뜻한다. ‘안전 불감증’은 누가 자초한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사제공 스포츠서울

박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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