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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의 무덤' 된 수원, 이게 다 감독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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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이병근 수원 삼성 감독 결국 경질...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 필요


 

▲ 경기 참 안 풀리네 2022년 10월 26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안양과 수원의 경기. 수원의 이병근 감독이 답답한 표정으로 팀 벤치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병근 수원 삼성 감독이 결국 올해 K리그1의 1호 경질 사령탑이라는 불명예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프로축구 수원 구단은 4월 17일 "이병근 감독에게 면담을 통해 경질을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2022년 4월 수원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만이다.
 
이병근 감독은 수원의 레전드 출신 지도자다. 1996년 수원의 창단 멤버였던 이 감독은 1998-99시즌 K리그 2연패, 99시즌 국내 대회 전관왕, 2001-2002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 2연패 등 수원의 최전성기에 크게 기여한 주전 수비수였다. 은퇴 후에도 수원에서 코치와 감독대행을 역임했고, 대구FC 사령탑을 거쳐 2022시즌 도중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선수 시절과 정반대로 지도자로서 수원에서 남긴 족적은 악몽이었다. 이 감독은 수원 지휘봉을 잡은 지난 1년간 공식전 42경기에서 14승 10무 18패에 그쳤다. 지난 시즌 수원은 리그 10위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추락한 끝에 가까스로 K리그1에 잔류했다. 심지어 이번 시즌에는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올시즌 개막 이후 수원이 승리한 경기는 2부리그 안산 그리너스를 상대한 FA컵 3라운드(3-1)가 유일하다.
 
K리그1에서는 7라운드까지 2무 5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 하고 승점 2점을 획득하는 데 그치자, 감독 경질을 요구하는 수원 서포터즈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수원 구단은 분위기 반전을 위하여 오는 22일 8라운드에서 예정된 맞수 FC서울과의 라이벌전(슈퍼매치)을 앞둔 시점에 사령탑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병근 감독의 경질은 누가봐도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현재 수원이 처한 위기가 모두 감독만의 책임인가라는 의문이다.

'감독들의 무덤'으로 전락한 수원 삼성

수원 삼성은 전성기에는 장수 감독들을 다수 배출했다. 초대 사령탑인 김호 감독은 구단 역사상 최장수인 무려 8년이나 지휘봉을 잡았고, 그 뒤를 이은 차범근 감독이 약 7년, 4대 서정원 감독이 6년이나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그만큼의 성과와 구단의 지원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서정원 감독이 물러난 2018년 이후 수원은 5년간 3명의 정식 감독(이임생, 박건하, 이병근)과 2명의 대행체제(이병근, 주승진)를 거치며 '감독들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사실상 2대 차범근 감독을 끝으로 2010년대 이후로는 수원 지휘봉을 잡고나서 아름답게 물러난 감독은 사실상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교체 주기가 짧아지면서 최근 수원의 후임 감독들은 연이어 불명예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임생 감독의 재임기간은 591일, 박건하 감독은 587일 만에 물러났고, 이병근 감독은 1주년을 딱 하루 남긴 364일 만에 경질통보를 받으며 또다시 구단 역대 최단명 감독을 갈아치웠다.
 
잦은 감독교체는 수원에게 단지 감독만이 아니라 레전드와 역사도 함께 상실하는 아픔을 남겼다. 수원은 2010년대 들어 3대 윤성효 감독(2010-2012)을 시작으로 모두 구단에서 선수도 뛴 경험이 있는 자팀 레전드들을 감독들로 영입하는 이른바 '리얼 블루' 정책을 유지해왔다.

서정원 감독처럼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경우도 있었지만 모두 끝이 좋지 않았고 팬들의 평가는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이들 모두 수원을 맡기 전까지 감독으로서는 검증이 덜 된 지도자였다는 점에서 13년에 걸친 수원의 '순혈주의' 사령탑 실험은 실패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의 수원이 더 이상 김호나 차범근 시절처럼 과감한 투자를 하거나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보유한 구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원은 K리그에서 4회(1998, 1999, 2004, 2008년)나 우승을 차지한 강호였지만, 2008년 우승을 마지막으로는 14년째 리그에서 무관이다.
 
2014년 삼성그룹 삼성스포츠단이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면서 투자가 K리그에서 중위권 수준으로 급감했고 스타 선수들의 유출을 막지 못 하며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리얼 블루 정책 역시 우승을 기대할 만한 거물급 명장보다는, 구단 사정에 밝고 이름값과 몸값에서 적당히 명분을 세울 수 있는 지도자를 구한 차선책에 가까웠다.
 
수원은 제일기획이 운영주체가 된 지 세 시즌 만에 2016년 창단 뒤 처음 파이널B 무대로 추락했다. 최근 5년간은 6-8-8-6-10위에 그쳤고 지난해 첫 승강 플레이오프(PO)에 이어 올해 또다시 강등 위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광의 역사를 함께했던 레전드들은 구단 프런트가 감당해야 할 비판을 대신 감내하는 희생양이자 욕받이 방패로 전락하며 지워져갔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과 혁신이 없다면, 앞으로 또 어떤 감독을 데려온다고 해도 똑같은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 이병근 감독이 끝내 경질의 운명을 피하지 못 하면서 비슷하게 성적부진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는 다른 사령탑들의 거취 역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극심한 성적부진에 최근 팬들과의 갈등까지 악화되며 사면초가에 몰린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 7라운드까지 3무 4패로 수원에 이어 유이하게 무승의 부진에 빠져있는 최용수 강원FC 감독, K리그2에서는 개막 7연패에 허덕이고 있는 천안시티FC의 박남열 감독이 언제 물러나도 이상하지 않을 벼랑 끝에 놓여있다는 평가다. 이병근 감독의 불명예스러운 퇴진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자칫 K리그에 연이은 감독 경질의 칼바람으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이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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